2024년의 11월 5일, 일본 에히메현의 지방 뉴스에서는 바다에 면해있는 이와마츠천에 고래상어 한마리가 찾아왔다는 뉴스를 송출한다. 뉴스의 어조는 천진하고,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는 듯 하다.
하구에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고래상어가 발견되었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다수는 어린 아이이다. 뉴스에 첨부되어 있는 동영상은 고래상어를 발견하여 기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고래상어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꼬리를 흔들고 또 강가 둔덕으로 다가온다.
현 정부는 위험하기 때문에, 배로 가까이 가지 않도록 당부하고. 또 만조가 되면 (고래상어가) 바다로 돌아가리라고 기대한다고 발표하였다.
11월 6일. 다른 매체들에서 동시다발 적으로 에히메현에서 발견된 고래상어가 강 중간쯤에 가라앉아있는 것을 발견. 죽은 것을 확인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전날인 5일 22시 까지는 강을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이 목격되었으나. 그 뒤의 일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같은 날 여러 매체에서 그 고래상어가 오사카의 가이유칸에서 2019년부터 2024년 10월까지 사육되었던 10살짜리 수컷 고래상어 “카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기사가 이어서 나왔다.
어째서 수족관에서 5년 이상 살고 있었던 “카이”가 에히메현의 강에서 발견되었는가.
다른 매체의 기사를 좀 더 찾아보고 오사카 가이유칸의 홈페이지도 확인해보았더니. 올해 10월 3일 5년 이상 사육 중이던 카이는 생태연구 목적이라는 이유로 에히메현의 바로 근처에 있는 고치현에서 방류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이유칸에는 현재 고래상어가 한 마리(암컷)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올해 어린 수컷 고래상어가 근해에서 생포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해당 고래상어를 새로이 가이유칸의 “카이”로 삼고. 이제까지 있던 고래상어는 방류 (가이유칸의 홈페이지에서는 태평양으로의 방류라고 표현되어 있었다.)하게 된 것이었다.
나는 기사만으로 정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가 없어서. 여러가지 기사를 찾아보았으나. “카이”의 죽음에 대해서 그나마 코멘트라고 할 만한 것은. 고래상어가 담수인 강물을 견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도의 이야기 밖에 없었다.
여기서 나는 의문을 갖는다. 어째서 고래상어 집단이 일본 근해를 떠나는 가을에(고래상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일본 근처에 머문다고 알려져있다) 카이를 방류해야했는지. 보통 30세 정도에 성인이 된다고 알려진 고래상어 치고 상당히 어린 나이인 10세의 카이는 5년 가까이를 수족관에서 사육되었는데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훈련을 받았는지. 카이가 방류된 것은 어떤 이유도 아닌 그냥 더 어리고 건강한 새로운 카이가 나타났기 때문이 아닌지. 어째서 카이는 큰 바다로 나아가지 않고 방류된 고치현보다 더 내륙 쪽에 위치한 북쪽의 에히메현에 있었는지.
어째서 그리고 어째서 그 고래상어는 강에서 아이들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꼬리를 흔들었는지. 왜 강으로 올라와 그 곳에서 나가지 않고 죽었는지.
사실 나는 “카이”를 본 적이 있다. 지금 가이유칸에서 건강하게 살아있는 카이가 아닌. 강의 바닥에 가라앉은 카이의 이야기이다.
올해 초, 나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티켓을 제대로 예약하지 못하여 대신 가이유칸을 갔고. 가이유칸의 백야드라는, 태평양관을 위에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예매하여. 바로 그 백야드에서 고래상어와 가오리들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이 블로그의 어딘가 그 때에 대한 글도 있다.)
내가 뭐라고 물어봤었더라. 저 고래상어가 다른 고래상어보다 좀 작네요. 네 수컷인 카이입니다. 고래상어는 암컷보다 수컷이 좀 더 작아요. 라고 했던가.
실제로 카이는 10살 정도의 어린 고래상어였다.
거기엔 교감도 그 무엇도 없었다. 인간이 있었고 물고기들이 있었다.
축축하고 추운 백야드에서 나는 철제 구조물에 기대서 여행에 같이 가주었던 여자친구의 손을 잡았다.
가오리와 고래상어가 헤엄치고 있었다. 바다란 무시무시한거야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했었을까.
내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하게 해주는건 항상 여자친구였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 없게된 지금. 나는 흐릿하고 미묘한 이미지만을 머릿 속에 가지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아름답고 거대한 짐승이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른 분명하다.
그 움직임이 너무 아름다웠고.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강가에 가라앉아 죽은 그 고래상어가 그녀와 같이 쳐다보았던 그 고래상어와 같은 개체라는 것을 깨닫자,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끔 감정은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인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묘한 작용을 한다.
오늘 고래상어에 대한 다른 이야기가 없을까 싶어 한참 뉴스를 검색했지만. 거기엔 강 바닥에 가라 앉은 그 고래상어에 대한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나는 검색하기를 멈추고 되는대로 셰익스피어를 꺼내서 읽는다.
“…내일이면 다시 떠서, 사랑의 활기를 끝없는 무기력증으로 죽이지는 마라. 이 슬픈 간극을 마치 저 해안을 갈라놓는 바다처럼 만들어, 새 혼약을 맺은 둘이 해변으로 매일 와서 돌아오는 애인을 볼 때에그 광경이 더 큰 축복을 받을 수 있게…”
하지만 머릿 속에선 강바닥에 가라앉은 고래상어의 생각을 멈추지 못한다. 카이는 헤매였던 걸까 아니면 어디로 가야할지를 몰랐던 것일까. 아니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고 있었다면 왜 돌아오려고 한 걸까. 거대한 짐승은 물 위의 무엇을 본걸까.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을 말과 그 대답을 한참 생각한다.
24년 11월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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