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친구 한 명을 묻었다. 비유적인 표현이다. 나는 지폐 몇 장을 내고 절을 두번했다. 자리에 앉아 눈 앞에 보이는 모든 음식을 쓸어넣고는 딱 30분을 맞춰 앉아있었다. 프로필 사진이 너무 별로다. 라고 굳이 입 밖에 내어 말하고 15분을 밖에서 기다려 마을버스를 탔다. 그제서야 그가 내 친구였다는 걸 실감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항상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말하지 않는다.
그건 너무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토요일. 개의 날의 한가운데. 해가 너무 뜨거워 머리 끝까지 뜨거워지고 머리카락을 남겨두는 방향으로 진화해서 다행이야 라고 생각했다. 커피라도 사지 않으면 주말 내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나가는 김에 맥모닝도 사오기로 했다. 왕복 30분 쯤 걸려서 사온 것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서 나갈 때 사오기로 생각한 맥모닝과 커피(아니 거짓말이다 아샷추를 샀다. 아무래도 커피를 사왔다고 하는 편이 하드보일드해보이지만 실제로 산 것은 아샷추이다.)만 들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큰 길을 따라 우리집 쪽으로 걸어올라오다 보면 나무들이 듬성이 자라나 있는 언덕이 보인다. 지렁이와 쥐와 가끔 비둘기 날개나 까치 새끼 시체 같은것 까지 가끔 보이기 때문에 나는 그 언덕을 그렇게 집중해서 살피지 않는 편인데. 젖소무늬 동네 대장 고양이 - 커다란 녀석이다-가 오랜만에 보였다. 너무 편한 자세로 낮잠을 자는 것 같길래 너무 더워서 그런가 싶어서 물이라도 갖다 줄까 하고 유심히 지켜보는데. 파리가 붙어있는게 보였다.
 
맥모닝을 집에 모셔다 놓고. 경비실에 가서 삽을 빌렸다. 삼각삽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눈이나 치울 때 쓰는 사각삽 밖에 없었다. 네에 고양이가 죽어 있어서요 여름이고 그래서 일단 묻어주려고요. 네. 잘 쓰고 갖다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의점으로 가서 1.5리터짜리 생수를 한 병 샀다. 목이 말랐을테니까 지금이라도 물을 줘야겠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프니까 물을 땅에 뿌려서 땅을 파기 쉽게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부드럽지도 않은 흩날리지도 않는 적토 언덕이라 사각삽으로는 도저히 구덩이가 파지지 않았다. 생수를 반쯤 뿌려서 땅을 적시고 다시 땅을 팠다. 두 병 살 걸. 그거 별로 비싸지도 않은데. 하고 고양이를 뒤에 두고 땅을 파고 있노라니 말도 안되게 땀이 솟았다. 마지막으로 땅을 판게 언제지. 터무니 없는 이유로 교수를 죽인 일도 없어서 진짜 생각도 나지 않았는데. 그럭저럭 땅을 파는 방법은 금방 기억났다. 그냥 자고 있는거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주기적으로 했다. 땅을 파는게 너무 싫어서이다.
 
이십분을 파내려가도 저 커다란 대장 고양이를 묻을만큼은 되지 않았다. 이 정도 속도로는 60분이 지나야 겨우 한마리 넣겠어. 근데 그 정도가 되면 날 넣을 구덩이도 하나 더 필요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구덩이를 물끄러미 보는데 물을 뿌리고 땅을 파서 그런지 지렁이들이 몰려들었다. 아니 뭐야 진짜 싶어서 하나하나 지렁이를 떼어내서 주변으로 옮기고 땅을 파는데 한도 끝도 없었다. 거짓말 같았다. 일단 현재 온도 32도라면서 내 느낌상 기온이 38도는 될 것 같았다. 땀이 너무 많이 흘렀다.
 
하는 수 없이 (변명이다. 사실 40분만 더 팠으면 될 것이 아닌가) 고양이 위에 파낸 흙들을 덮었다. 풀들도 가져다가 그 위에 덮었다. 뜻하지 않게 훌륭한 고양이 무덤처럼 보였다. 남은 생수를 무덤 위에 뿌리고.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나는 고양이가 알아들을만한 기도문은 몰라서 편히 쉬어라. 라고 했다. 처음엔 땀이 너무 많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 누가 흘린지도 모를 눈물이었다.
 
몇 년 전 이 동네에 처음 왔을 때 부터 이 고양이가 이 동네의 대장 고양이였다. 가끔식 발견되는 비둘기 날개죽지 같은 것도 이 녀석 짓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덩치가 크지만 점잖아서 사람들이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 한 번 들려주지 않는 그런 고양이였다. 미안하다고 할 걸 그랬다. 편히 쉬어라 그런 바보 같은 소리는 하지 말걸 하고 후회했다. 삽을 경비실에 돌려놓고 집에 올라가는 동안 계속 바보처럼 울었다. 누군가에게 우리 동네 대장 고양이가 죽었어 너무 슬퍼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고양이가 얼마나 커다랬는지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했기에 나는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적당한 기도문을 알아두었으면 좋았을텐데. 나는 집에 돌아와 울며 불며 맥모닝을 먹고 구청 당직실에 전화를 해서 죽은 고양이가 배전반 옆 흙무더기 안에 묻혀있다는 걸 신고했다. 여름의 비를 견뎌낼 정도로 내가 만든 작은 무덤이 훌륭하지 않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어리지 않기 때문이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위생 문제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요. 네 배전반 옆이요 네 지도 좀 열어서 봐주시겠어요 네 샛길요 네. 제 연락처 괜찮습니다. 토요일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
며칠이 지났다. 오늘 성모 호칭 기도 Litany of loreta를 검색했다. 한줄 한줄 읽다보니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걸 참을수가 없어서 나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개처럼 울었다. 아래는 기도문의 일부이다.
 
샛별,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병자의 나음,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죄인의 피신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근심하는 이의 위안,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신자들의 도움,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여러분, 고양이와 저의 친구를 위하여 빌어주시기 바랍니다.
 
24년 8월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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