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임을 밝힌다. 아니 안 밝혀도 되는건가?
아이패드를 새로 샀다. 원래부터 생일선물로 아이패드 하나 사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어서 별로 고민 없이 샀다.
무슨 거짓말을 고하랴 나는 원래 뭘 살 때 딱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어 사야지 하고 사면 끝이다.
원래부터 그런 못된 습성을 가진건 아니고 믿어달라, 어릴 때 부터 나는 모든 걸 아껴쓰기로 유명한 아이였다.
어릴 때의 나와…지금의 나를 비교한다고 하면 비슷한 점이 훨씬 적은 것 같지만…하여튼
원래 여행기와 나의 근황을 부재증명이라는 이름으로 올리기 시작한 이 블로그가 어느 순간부터 정말 아무거나 올리는 곳으로 바뀌어버렸다.
그렇다고 해도 원래의 역할을 잊어버리면 안되겠기에 이렇게 근황을 올린다. 아무도 관심이 없는데? 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솔직해지자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그리고 아이패드랑 매직키보드를 같이 샀는데 더럽게 더럽게 비싸면서 별로 제 역할은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일단 글을 써보면서 자신의 소비를 정당화 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의 편집이 좀 이상하게 보인다면, 그건그냥 아이패드로 작성했기 때문이다.
요즘 티스토리에 글을 쓰면 적게는 30, 많게는 100이 넘는 방문객이 들어온다. 여러분이 이 티스토리에 무엇을 기대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원래 아무 글이나 쓰는 사람이고 아무 일이 없을 때 나의 텐션은 이 정도이다. 언제 어디서 물어봐도 귀신 이야기나 문학 이야기 두 세 개는 뽑아낼 수 있지만 (애초에 그런 인간이 아니면 블로그를 하지도 않는다.) 애초에 나는 회사원이다. 우울하고 문학적인 마음을 가지고는 살아갈 수 없다.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효율적으로 일하고 빨리 집에 가서 누워있는 것 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관심있는 것은 글을 쓰는 것 뿐이다. 하루 종일 유령같은 마음으로 지내다가 두부 세일하면 두부 4모 살까, 하고 고민 하는 정도가 전부이다.
어제는 2시간쯤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수육을 샀다. 아무래도 고기가 먹고 싶어서이다. 무친 무말랭이랑 그런 것들이랑 먹다 보니 두 입을 먹고 나서 더 이상 먹고 싶어지지 않았지만 억지로 먹었다. 복통이 심해서 2시간 정도 모로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다. 머릿 속으로는 테스카틀리포카의 미술적 상징에 대해서 생각했다. 연기가 나는 거울이라고 불리운다니 얘네들의 제의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거지?
그거 말고 뭐하고 지내냐면, 그래 아즈텍 신화의 신에 대해서 자기 전에 생각하는 사람이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을리가 없지.
극단적으로 편식을 하며 두부, 수박, 냉면만 먹고 있다. 회사에서 먹는 점심은 친구와 같이먹기 때문에 다른 사람처럼 그럭저럭 먹지만 왠지 집에 혼자가 되면 다른 걸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얼마 전 역의 쇼핑몰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에일리언의 신작을 보고나서가 아니고 그냥 냄새가 너무 역해서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집에 돌아왔다.
이게 바싹 마른 녀석들의 식욕인가? 하고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 집에 돌아와서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 두부를 먹었다. 진짜 아무 것도 안 먹으면 배가 고픈걸 보니 바싹 마른 녀석들처럼 되기엔 무리 같다. 얼마 전에 회사 동료에게 저 살 많이 빠졌죠? 라고 하니 얼굴만 빠진거 아냐? 라고 하길래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 누가 봐도 저자식 왜 저렇게 말랐지 소리를 듣고 싶다.
SNS에서는 아무나 일단 팔로잉 하면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 내 이 증상들이 언제 나아질지 알수가 없어서 우선 내 머릿속에서 나 자신을 좀 뽑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나가서 누군가를 만날 생각을 하니 내 평소의 적당한 매너와 유머감각을 유지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최근에 아는 동생과 몇명이 차례차례 우리 동네에 찾아와서 만난 적이 있다. 엉망인 얼굴을 하고 나온 나와 잘도 놀아준다 싶었다.
(사촌)형이 동네로 찾아올 정도였으니 다들 나를 걱정하고 있는 건 알 수 있었다. 아니 그냥 만화카페에 가고 싶은데 자기 동네에 없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깨가 아직도 낫지 않아서 어떤 운동도 하기 적당하지 않지만 달리기가 하고 싶어졌다. 정말 이상하다 나는 혼자가 되면 달리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거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달리기를 하고 글을 쓰길 반복한다.
지웅이형과도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형에게 그래도 글을 쓰면 위로가 되더라고요 이상하죠? 라고 말하자 형은 아냐 맞어 그러니까 우리가 안되는거야 라고 대답했다.
형은 몰랐겠지만 나는 그 때 쇼핑몰 구석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울고 있었다. 형의 대답이 감동적이어서가 아니라. 아니 형의 대답이 감동적인 것으로 하겠다.
항상 글을 쓰고 나서 생각한다. 조금 더 살아가야지.
24년 8월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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