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는지 잘 모른다. 

그들은 무엇을 즐거워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워 아직도 "인간"은 나에게 괴물이며 공포이다. 

사람이 개의 표정을 흐릿하게 이해하듯이 나는 -스스로를 포함하여- 우리 모두를 흐릿하게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 말하자면 당신같은 타인을 - 이해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현상을 관찰할 때가 있는데, 

우리들이 여행을 다루는 방식도 관찰할 때가 있다.


웹상에 떠있는 여행지의 녹색과 푸른색의 수많은 아름다운 이미지들, 

TV에서는 우리가 가본적이 없고 가볼일도 없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여행을 떠나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이고 어떤 용감하고 숭고한 행위인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결국 우리는 1년 중 2주나 될까 말까 한 휴가 중 일부를 떼어 집에서 하루 종일 누워 음식을 시켜먹으며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도착하는데 수시간이 걸리고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쾌적하지도 못한 곳으로 가서 시간을 보낸다.

 

분명 지금보다 예전에 여행은 위험한 것이었으며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 불편을 참아내는 인내, 무엇보다 많은 것을 희생 할 수 있는 목적을 가지고 떠나는 그런 것이었을텐데. 지금 우리가 여행을 발휘하는 미덕들은 낯선 음식을 입에 댈 수 있는 인내심과 몇개월간 벌어놓은 돈을 며칠만에 써버릴 수 있는 용기 정도이다. 목적 의식? 아마도 일년에 수십만 수백만이 방문하는 곳에 가서 다른 사람은 최대한 나오지 않는 각도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우리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가지는 목적의식 아닐까.


온갖 마케팅이 오늘도 여행을 대단한 것이라고 지켜세우지만, "우린" 도대체 왜 여행을 가는 걸까.

사실 우리 모두는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이 쓸데없는 낭비를 평소라면 상상도 못할 스케일로 하는 걸텐데.

정말 여행을 가게 되면 우리의 목적은 이루어지는 것일까?


나는 2015년 6월 28일부터 7월 4일까지 일본국의 홋카이도 지방을 여행했다.

일정은 이랬다.


6월 28일 신치토세 공항 도착, 29일 00시 경 구시로역 도착.

6월 29일 구시로 습원 방문, 29일 저녁 오비히로 역 도착.

6월 30일 마나베 공원 및 미도리카와 공원 방문, 30일 저녁 아사히카와 도착.

7월 1일 오전 후라노의 토미다 팜 방문, 카미후라노를 거쳐 비에이쵸 방문.

7월 2일 아사히카와 동물원 방문, 2일 오후 삿포로 도착. 저녁 오타루 방문

7월 3일 모에레누마 공원 방문. 4일 신치토세 공항을 통해 인천 도착.


여행의 대부분은 기차를 통해 움직였고, 기차의 이동 거리는 940km에 달했고 4번 숙소를 바꾸었다.

6박 7일의 짧지는 않은 일정동안 말을 할 수 있는 동행은 아무도 없이 나 혼자 하는 여행이었다.

나는 그 기록을 여기에 남기려고 한다. 여행에 대한 모든 것을 쓸 수는 없겠지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보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왜 그곳을 갔고 그로 인해서 (아주 작은 것이라고 해도) 무엇이 변했는지에 대해서 쓰고 싶다.


큰 이유는 없지만 글은 시간 순서대로 쓰지 않을 것이며. 

처음은 치토세 공항을 통해 인천으로 돌아가는 바로 그 비행기에 대해 쓸 것이다.

그냥, 여행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여행을 간 동안에는 음악을 들을 일이 거의 없었으나 주로 Anna Kendrick의 <Cups>를 들었으며

흥얼거릴 때는 <夢の中へ>를 흥얼 거렸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역시 Anna Kendrick의 <Still hurting>을 듣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이번 여행 동안 한 번도 혼자 였던 적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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