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숨기랴, 홋카이도에 처음 갈 때 내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기차여행"이었다.

이유란게 별게 없는게 Anna Kendrick의 "Cups"의 가사가 이랬기 때문이다.

 

나는 멀리로 떠나는 표를 하나 샀지.

위스키도 두 병 샀으니, 다정한 길동무가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내일 떠날 건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멀리로 가는 표를 하나 샀지.

엄청나게 아름다운 풍경일거야. 산도 보고, 강도 보고.

하지만 너랑 같이 있으면 더 아름다운 풍경일거야.

 

나는 멀리로 떠나는 표를 하나 샀지.

위스키도 두 병 샀으니, 다정한 길동무가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내일 떠날 건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내가 가버리면, 내가 가버리면 말야.
넌 내가 가버리면 날 그리워할 거야.
 
나는 여기서 곡의 화자가 샀다는 티켓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기차로군! 하고 추리해냈다.
이유는 역시 1. 비행기에서 술을 가지고 탈순 없지 2. 그레이 하운드는 지정석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기차 창가에 앉아있는 Anna Kendrick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아 궁색하네.

기차여행을 하고 싶었다. 어쩌면 기차여행을 하고 싶어서 홋카이도에 간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기차여행에 대해서 할 말이 몇개 있지만 여기선 주의할 점을 간단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홋카이도 레일 패스 외 각종 정보는 하기 링크에서 확인 할 것.
http://www2.jrhokkaido.co.jp/global/korean/railpass/rail.html

<<홋카이도 기차 여행의 주의할 점>>
 
1.
가장 중요한 것은 홋카이도는 넓다. 미국인은 코웃음을 치겠지만, 한국인 기준으로는 넓다.
첫번째 이동이었던 신치토세 공항에서 구시로까지의 이동은 순수하게 이동만 4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매번 이동 할 때 마다 2시간 이상이 걸렸고. 원하는 시간에 열차의 착발이 있을거란 보장이 없었다.
열차운송의 나라인 일본이라서 의외였던 부분으로 인구밀도가 낮어서 그런지
대도시간의 이동도 인구 밀도가 높은 서부 이외에는 하루 4번 정도 밖에 없는 경우도 많았다.
(아침에 두건, 저녁때 두건. 이런 식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두가지 준비, 첫 번째는 스마트폰 어플로 일본의 열차 시간을 체크할 것.
내가 쓰는 것은 야후 재팬의 교통 정보로 도쿄의 본토에서는 거의 100%에 가까운 정확도를 자랑하는 훌륭한 어플인데
홋카이도에서는 상황이 다른게, 열차의 지정석이 만석이 될수 있다...나도 몇번 당했습니다....
다른 걸 써도 상관없지만 항상 열차 시간과 빈자리를 체크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야후재팬의 로선 정보는 하기 링크에서 확인할 것.
http://transit.yahoo.co.jp/

두 번째는, 약간 큰 규모의 열차 역마다 항상 있는 녹색창구(미도리노 마도구치)를 이용해서 
열차 시간을 사전에 체크하고 예매를 할 것.
뒤에 레일패스에 대해서 적겠지만, 레일패스를 쓴다면 지정석은 무료로 예매가 가능하며 전날, 최소한 당일 아침에 예매하면
그날 자리가 부족해서 이동을 못하는 불상사를 피할수 있다. 나름 엘리트인 JR직원들이라 일처리도 정확하고 영어도 어느 정도 통한다! 필요한 경우 관광에 대한 가이드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고 시간표 배부야 당연히 공짜다.
 
2.
다음은 홋카이도, 아니 일본의 열차 체제에 대한 이해. 기본적으로 도심을 달리는 열차는 자유석, 그러니까
그냥 표만 사면 되는 전철식 구성을 하고 있는데 조금 멀거나 쾌속, 특급 같은 열차가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먼거리를 가는 만큼 화장실도 달려있고(감사합니다) 자유석이 한 열차에 2차량 정도, 나머지는 거의 지정석으로 채워진다.
서울에서 선량하게 살고 계신 여러분은 이해하지 못하시겠지만 지방에서 살거나 어딘가 여행이라도 가본 분들은
사전에 좌석을 지정한 티켓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이렇게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간다)
 
그러니까 열차 칸의 종류는 이런 식인 것이다.
 
-자유석
-지정석(모든 차에 있는건 아님)
-그린차(모든 차에 있는게 아님)
 
거의 모든 열차에는 표만 사면 타는게 가능한 자유석, 즉 입석이 있고 대부분의 열차는 "지정석"을 구매해서 이동해야합니다.
열차 표는 만국 공통, "착발 지점" "시간대" "차량번호" "자리"가 기입되어 있고. 2시간 이상의 이동은 무조건 지정석으로 이용하는게 좋다.
홋카이도 레일 패스가 있어도 창구에서 지정석을 발급 받아서 차량에 타야한다. 항상 차량 내에서 표를 검사합니다.
보통 앞 좌석 머리 뒷 부분에 티켓을 꽂아주는 곳이 있어서 거기에 티켓을 꽂아두고 주무시더라고요.
 
그린차는 일종의 1등석인데, 저도 출장 때 이용할 때만 사용해봤으니까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홋카이도에서는 거리가 길어서 그런지 그린차가 엄청 비싸고 복잡해요, 도쿄에선 스이카로 이리저리 해서 저리저리 하면 간단한데(시무룩) 
 
3.
사실은 가장 중요한 점인데. 어떻게든 기차가 있겠지, 라고 생각하지 않고 기차로 이동하는 시간을 디자인해야 한다.
1번과 2번의 이유로 자기가 원하는 시간대에 완벽한 기차가 있을지 알수가 없다. 
사전에 어떤 시간대에 어디서 어디로 이동해야한다는 디자인이 나오면
관광객들에게 중요한 홋카이도 레일패스를 사용할지 안 할지 결정 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치토세->구시로의 이동이 8천엔이 넘었기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쓰는 편이 안 쓰는 것보다 이익이 되었는데. 계산해보면 좀처럼 할인 이익을 보기 힘들다.
충고를 하자면 어차피 지정석을 예매하기 위해서는 미도리노 마도구치에 가야하기 때문에
삿포로 시내에서 이동할 때 편하겠다고 레일패스를 쓰는 것은 효율이 좋지 않다.
장거리 이동이 있을 때 할인효과를 누리기 위해 혹은 편하게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사용하는게 좋다.
매번 계산하고 돈내는 것보다 레일패스로 바로 발급받는게 상당히 편하다.

이렇게 각 구간 어떻게 갈 것인지까지 결정하게 되면
어느 방향으로 갈때 어떤 풍경을 볼 수 있을지까지 계산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은 이미 사람의 업이라기 보다 덕후의 영역.
물론 이런걸 알려주는 곳이 몇군데 있더라고요. 있을거라고 생각은 했지만....철덕이란 참 두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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