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찰나지만 근성은 영원하다! 관글이 찍히는 한 끝없이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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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암야행로>, 시가 나오야. 그를 평하며 아쿠다카와 류노스케를 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아쿠다카와를 두렵게 만들 정도의 재능으로 그의 자살 원인중 하나가 되었다고 일컬어지는 소설가. 결과적으로 이름이 남은 것은 아쿠다카와 였지만...근대 일본 소설의 주류인 사소설에 가까운 구성이면서 인간 그 자체의 고뇌를 그려내는데에는 그 어떤 작가보다도 뛰어나다. 인간의 불합리성을 어설픈 휴머니즘으로 극복해내는 모습을 넘치는 재능으로 쓴 소설을 보고 싶다면 추천. 아니면 비추.

이걸 추천한 것 때문에 간만에 고바야시 히데오의 시가 나오야 론을 다시 펴보았다.

그는 "시가 나오야는 사색하는 사람도 아니고, 감각하는 사람도 아니며, 뭐니뭐니 해도 행동하는 사람이다"라고 평했는데 공감하시는지. 제가 그 평론에서 좋아하는 부분은 "시가 나오야의 영혼은 극(劇)을 모른다. 그의 고통은 나무가 커가는 듯이 성장하는 고통이다"라고 하는 부분이죠. 대학교 때 이 구절을 읽고 울컥하고 울뻔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야아 청춘이네.


52.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존 르 카레. 집안의 친척 어르신인 존 르 카레의 출세작. 물론 집안 친척이라는 얘기는 재미없는 농담이다. 그의 작품은 실제 그의 경험(스파이였다)에 기초한 심리적인 첩보가 백미인데, 이 책은 좀 다르다. 거의 일반 액션 소설이나 마찬가지인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 편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나는 어디서부터 상대를 속였고 어디까지 속일 수 있는지. 나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다 버리고 어디까지 갈수 있는지. 이런 것들이 주제였으나 최근에는 작풍이 바뀌었다. 역시 버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단 하나 뿐이라고 해도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것이 있다. 라는 식으로 할아부지 늙으셨네요. 이런 느낌.


53.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가장 최근에 읽은 책 중에 하나.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린 남자가(잊어버린?) 탐정이 되어 자신의 과거를 쫓는 이야기. 모든 사실들은 의혹이 될 뿐 그가 정말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54. <호빗>, 존 로널드 루엘 톨킨. 이 작은 이야기야 말로 나의 원형이고 모든 것이 시작된 처음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이 이야기를 읽었고 이 책은 나를 영영 잡아 다시는 놓아주지 않았다.


55. <관촌수필>, 이문구. 실은 고백할게 있습니다. 한국 문학을 안 읽는다고 했지만 그건 비교적 안 읽는다는 거지 다른 것만큼 읽고 있습니다. 현대 문학계의 유일무이한 거장이라고 생각하는 이문구 작가의 절창. 많은 것들이 변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

거짓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구성을 읽다가는 지루해지고 문체을 읽다보면 지치는 책.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방법은 있는 그대로 문장을 받아들이고 변해가는 것들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우화처럼 읽어가면 된다. 그가 서툰 이야기꾼은 아니다.

그가 전통적인 가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많지 않은게 이 책의 또 재미있는 점. 그는 그냥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56.<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무엇을 숨기랴. 나는 이 작가도 좋아한다. 대학교때 초라한 종이 몇 장으로 그와의 대화 시간을 공지한 학생처에 화가 나서 전화를 걸었을 정도였다. 기발한 소재, 깔끔한 필력. 뭐하나 빠지지 않는 작가다. 그는 특이하게 장단편을 가리지 않고 훌륭한 퀄리티를 만들어 내는 작가라서 추천하기도 편한데. 한국 작가를 추천하려면 그를 가장 먼저 추천하는게 맞다고 본다. 일단 책이 재미있으니까.


57.<사이더 하우스 룰즈>, 존 어빙. 가아프의 세계와 이 책 중에서 무엇을 추천해야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사이더 하우스 룰즈를 추천. 현대의 고전이라는 말에 걸맞는 멋진 작품이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인간의 가치가 무엇에 있느냐 하는 것이 이야기의 주제. 존 어빙의 다른 소설이 그러하듯 잔혹한 세계에 탄생하여 자란 인간이 과연 무엇에 가치를 둘수 있는지. 무엇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하여간 길고 따분하지 않은 소설이다. 설명할 말이 너무 많아서 급 끝맺음을 하게 되는구나...


58. <타이거 타이거> 엘프리드 베스터. 너무 유명한 SF소설은 더럽게 촌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유명해져서 전범이 되면 수많은 작품들이 그 설정을 따라하고 말기 때문이죠. 아시모프가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란 말이죠. 결국 sf소설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참신함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어떤 메시지. 즉 작가가 말하고 싶은 어떤 액기스가 되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sf소설은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게 문학성이 엄청 중요해지는거죠. 유년기의 끝같은거처럼

사실 이 작품의 많은 설정은 뒤의 작품들에게 끊임없이 카피되고 있고 소설 자체도 곳곳에 서툰 구석이 드러나지만. 이 작품에 서린 "귀기"가 압도적입니다. 길지 않은 이 소설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이 소설의 기백이죠.


59. <허풍선이 남작 뮌히 하우젠> 뷔르거, 저는 동화를 매우 좋아합니다. 동화에서 말하지 않는 것들을 추측하는 것이 좋고, 동화를 비틀어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동화가 아니죠. 실존 인물 모델도 있고 당대의 유명 작가가 채록했으며, 여러가지 설화와 농담이 합쳐져서 전설적인 인물 뮌히 하우젠이 탄생한 것이죠. 저는 이 이야기 하나하나 다 좋아합니다만 사실 당대를 풍자하고 니힐리즘을 정신적인 근간으로 한 "이야기"죠. 어쨌든 혼란스러운 이야기 라서 그런지 비교적 근대의 작품인데 난잡해요


60. <개인적인 체험>, 오에 겐자부로. 그의 소설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가 일본의 양심이며 고 귄터 그라스와 더불어 오랫동안 세계의 행동하는 지성으로서 살아온 것은 사실이나 좀처럼 그의 소설을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시대를 뛰어넘은 세련됨이 거슬렸다고 하면 이해해주실 분이 있을까요? 오히려 그의 에세이인 나의 나무 아래에서는 대학 시절 몇번이나 읽고 많은 분들에게 선물로 드렸습니다. 너무 좋아해서 눈물이 나는 부분이 있는 에세이죠. 사실 오에 겐자부로의 자기 고백이나 다를바 없는 이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소설의 완성도를 포기하고 만들어낸 마지막 부분 때문입니다. 촌스럽기 짝이 없고 전체 구조를 다 망치는 이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 배경지식을 모르면 이해가 안될겁니다.

앞으로 책을 읽으실 분을 위해서 자세한 설명은 드리지 않겠지만 장애를 지닌 아들이 태어나는 데서 고통을 느낀 "버드"의 이야기인 소설처럼. 오에 겐자부로의 장남은 뇌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유명한 작곡가인 오에 히카리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내 사랑하는 아이에게. 아버지는 너를 사랑한단다"


61.<토니오 크뢰거> 토마스 만. "난 잠이 오는데 너는 춤을 춰야겠다는 구나"

토마스 만처럼 위대한 작가를 소개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위대한만큼 아름다움을 사랑한만큼 빅 배드 꼰대였던 그와 그의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공통적인 장점(기계적인 완벽함, 미에 대한 강박)을 가장 완벽하게 체현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인 마의 산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토니오 크뢰거가 비교적 짧고(웃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인 베니스에서 죽다는 너무 호모나 게이뭐야 스러운 작품이기 때문에 그의 전체 작품 세계를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니오 크뢰거는 고통, 즉 살아가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떠한 비극이나 외부 요인에 근거하지 않고 다만 오롯하게 자기 자신의 존재로서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을 추천하는 작업은 참 즐거웠다. 일종의 변형된 맨즈플레인이나 스피드웨건이라고 생각해도 할 말은 없지만.

뭔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얘기하고 또 설명을 하는게 순수하게 재미있었을 뿐이라고 하면...믿어주려나.

15년 5월 25일 기준 67개의 관심글이 있습니다. 점점 작품에 붙는 부가 설명이 많아서 (4)쯤에서 끝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거 하려고 굳이 트위터 계정도 살렸는데. 조만간 그만 쓰게 될 것 같아요.


40.<뿔>, 조 힐. 원래 트위터에서는 하트모양의 상자를 추천했으나, 바꿨습니다. 최근의 재미있는 공포 소설로 몇번 추천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또 추천할 필요가 있을까 모르겠어요. 작가에 대해서 얘기하면 어쩔수 없이 현대 미국 소설의 왕인 스티븐 킹의 아들이라는 얘길 할 수 밖에 없겠네요. 

킹의 책에 비하면 금방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두께는 예사롭지 않다. 다만 사소하게 키를 놔두는 아버지와는 다르게 좀 티나게 장치를 해두기 때문에 설렁설렁 빨리 읽는게 가능하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서평의 반이라면 작가도 짜증내겠지만 도저히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물론 아버지의 이야기와는 좀 다르다. 아버지가 맥주를 마시는 선이 굵은 노동자 타입 작가라면 아들인 조 힐은 마리화나를 피우는 지식인 타입의 글을 쓴다. 그의 전작 하트 모양 상자나 이 뿔이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연인의 살인누명을 쓰고 지역 공동체에 버림받은 젊은 남자가 어느날 일어나보니 머리에 뿔이 나있었고 뿔을 본 사람들은 자기의 가장 내밀한 욕망을 숨기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 재미있을것 같지 않습니까? 영화는 물론 망했습니다.


41. <Everything's Eventual>, 스티븐 킹. 톰고든을 사랑한 소녀라든가 여러가지 명작이 있어서 추천하기가 쉽지 않은 작가입니다. 솔직히 제가 추천하지 않았어도 스티븐 킹을 보고 좋아할만한 사람이면 이미 읽었을걸요?

하지만 굳이 추천을 하자니 단편집이 좋겠고.(단편이 정말 훌륭한 작가니까요) 단편집 중에 하나를 고르자니 불멸의 명작 1408이 있는 이걸 추천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근데 스티븐 킹 안 읽는 사람들은 왜 굳이 안 읽고 버티는 겁니까? 읽고 편해지세요.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172170


42. <15소년 표류기>, 쥘 베른. 여러분 충격받지 마세요 15소년 표류기는 쥘 베른의 작품입니다.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쥘 베른 소설입니다. 여러모로 파리대왕이랑 비교당하는 소설이긴 한데. 아 뭐랄까 소설읽으며 너무 머리 쓰지 맙시다. 하지만 여러분은 어른일테니(어른이죠?) 축약본 같은거 읽지 말고 완역본 찾아 읽어봅시다. 한국에 완역본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신나는 이야기에요. 소년들이 표류를 하는데 템이 빠방하게 표류하는터라 퓨마도 잡고 바다사자도 쏴죽이고..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인데. 실은 15소년 표류기는 기동전사 건담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아 정말일까. 그럼 브라이트는 15소년 표류기에 나오는 흑인 선원 역할일까요.


43.<철의 시대>, 존 쿳시. 생존해 있는 가장 위대한 작가. 

가장 아름다운 작품은 흔히들 마이클k, 그의 걸작은 추락 이라고 하지만 몇번이고 타임라인에서 철의 시대를 이야기 하는 이유는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와 함께 받아들이기 쉬운 작품이라서다. 

어떤 예술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걸작 또는 고전이라고 칭송받는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되기 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움이란 인간의 본질이 아니라 단순히 훈련받은 개념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생기지만, 그건 다른 이야기. 요는 영상매체에 양방향 매체까지 발달한 지금 "소설"이란 매체가 과연 어떤 특출난 효용이 있는지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풍을 한계까지 압축해 거의 시에 가까운 형태로 작품을 구성하는 경우도 생기고있다. 그런 경향을 이끄는 작가들은 6,70년대의 영미권 작가들로, 이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확립된 흐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쇠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게 아닌가 싶다. 영화의 결말만 읽고는 영화를 봤다고 하는 이 세대는 글을 쓰는 노동자에겐 잔혹하다. 

결국 한계에 가깝게 압축된 문장. 그리고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현재 소설의 트렌드. 

그리고 거기에 심도 깊은 주제 의식을 주입해내는 존 쿳시야 말로 우리시대 가장 위대한 작가인 것이다. 야만인 여성에게 매혹당한 치안 판사, 아들의 죽음을 쫓는 위대한 작가, 한 순간의 욕망이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한 대학교수, 부랑자 남성을 집에 끌어들인 암환자 여성, 아버지를 도끼로 살해한 딸, 다리가 다친 노인, 로빈슨 크루소의 뒷 이야기, 사후의 심판을 받는 작가. 소름이 끼치는 그의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그에 대한 한가지 사족. 그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백인남성으로 사실 그의 문학적 성과는 끊임없이 타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데 있다. 백인 남성 사회와 그 첨병인 작가들의 "세계"가 얼마나 잔혹한지에 대해 말하고 온갖 자기기만과 비겁함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것이 그의 혈육이며 피에 스며든 독인 것이다. 그의 아들은 의문의 사고로 죽고 그의 아내는 암으로 죽었다고 알려져있다. 그 둘은 작품에 끊임없이 모티브로 등장한다. 우리는 그 정확한 의미를 알수가 없다. 아마 그의 사후에나 연구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존 쿳시야 말로 제 인생의 존잘님이시죠.


44. <기묘한 이야기> 호시 신이치, 일본 SF소설의 아버지, 라고 불리우고 있지만 딱히 SF소설가라기 보다 말 그대로 이야기꾼. 인생에 걸쳐 천개가 넘는 작품을 썼다고 한다. 아니 뭐 이런 공장장이 다 있어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님. 온갖 기묘한 이야기를 짧은 분량의 원고에 집약해서 넣었고 하나하나의 퀄리티는 평균을 넘는다. 이런 이야기를 천개도 넘게 썼다니 이 양반. 모든 작품이 역작이고 모든 작품이 절창이다. 한국에 전집이 나와있으니 그 중 아무거나 읽어볼 것.

평소에 책을 즐겨읽진 않는 친구 책장에 왠지 호시 신이치 전집이 꽂혀 있어서 어째서일까 하고 생각했는데. 이유는 물어보지 못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는 "작은 마을"이라는 작품인데, 읽어보신 분 있으려나요.


45.<인 콜드 블러드>, 트루먼 카포티. 논 픽션 소설 장르를 개척한 작품이자 사실상 (아직도) 최고의 논 픽션 소설. 카포티의 다른 글들을 좋아하지 않는데(그의 자의식은 우스울 정도로 비대하다) 단지 이 소설에서만은 그의 자의식마저 이야기가 된다. 범인은 두 명의 가난한 젊은이. 단 몇 푼의 돈 때문에 사람을 4명이나 살해한 이 사건은 당시 큰 충격을 주었고. 당대 문단의 총아 카포티는 이 사건을 취재하게 됩니다. 그런 이 사건에 대해서 카포티는 독자에게 묻죠. 냉혈한은 누구인가.

범인? 그들을 이렇게 몰고 간 사회? 트루먼 카포티 본인? 아니면 이 모든 걸 담담하게 읽고있는 독자?


46. <목수들아 대들보를 올려라>, JD 샐린져. 인생에 단 하나의 책을 추천한다면 이 책 이외에는 모르겠다. 읽은 책으로 산을 쌓아올릴 정도는 안되어도 주변에 책이 부족하지 않게 살아왔는데.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외로울 때는 항상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은게 언제였던가. 05년 정도였던 것 같다. 나는 아직도 호밀밭 파수꾼을 읽지 않았는데. 이 책은 도대체 왜 읽게 된걸까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 다만, 세상의 가장자리에 덩그러니 남겨져 나에게 아무 것도 없을 때. 오직 그럴 때 이 책을 온전히 읽을 수 있었다. 오랜 세월, 이 책의 문장을 생각함으로서 비로소 빨리 빨리 그리고 천천히 자러 갈수가 있었다.


47.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SF소설가라는 범주가 없었던 시절, 작가들은 더 자유롭게 자기가 말하고 싶은바를 얘기했던게 아닌가 싶다. 지금 저 타이틀은 심각하게 매너리즘에 빠졌거나 아니면 소설로서 심도깊은 사고실험을 하는 사람을 칭한다. 테드 창은 의문의 여지없이 후자로서. 이게 스페이스 오페라랑 뭐가 달라? 싶은 소설들이 주류인 sf소설계에서. 그리고 모든 소설계에서도 훌륭한 사유와 결과를 보여주는 작가다. 추천은 그의 모든 소설을 하고 싶지만 워낙 과작의 작가라...


48.<분홍리본의 시절>, 권여선. 제 친구가 오랫동안 추천했던 작가. 한국 문학계는 수십년째 여류작가의 성과가 압도적입니다. 질과 양 양쪽에서 뛰어난 작품을 내곤 하는데 스타일이 고착화 된 소위 "중견"작가들 보다 신인들 쪽이 재미있습니다. 물론 90년대에 등단한(96년?) 권여선이 신인작가라고 할 순 없지만. 젊은시절의 신경숙을 생각하는 날카로운 글 솜씨와 주제 의식에 비해 잘 알려져있지 않은 작가란 것은 사실이죠. 저도 이 소설집(그것도 아주 최근) 외엔 읽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작품집이서 사회의 주변인이자 약자로 포지셔닝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굳이 그들의 생명력이나 선함을 포장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분노, 삐뚤어진 마음과 악을 그대로 드러내되 혐오하지 않음으로서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죠.

"그녀는 남성사회를 비웃고 있다"라고 하면 반 이상이 거짓말일거고 "그녀는 인류문명을 비웃고 있다"라고 하면 좀 나을테지만 "그녀가 조소하는 것은 인간 내부의 누구나 가지고 있는 흐릿한 부분이다"라는 말에 비하면 부정확하겠죠. 사실 분홍 리본의 시절은 조금 불편합니다. 차라리 다른 작품 집을 보시는게 나을수도 있어요.


49.<뉴욕 삼부작>, 폴 오스터. 세기의 미남작가 폴 오스터를 이제와서 뭘 추천하냐마는...뭐 항상 하는 얘기지만. 그의 모든 작품 세계는 뉴욕 삼부작으로 완성되었고 다른 작품과의 퀄리티 차이를 생각하면 더 훌륭한 작품은...어쨌든 뉴욕 삼부작의 완성도는 제가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 폴 오스터 주제에 어빙 급의 문학적 성과를 보여주는게, 기특하기 짝이 없습니다. 환상과 탐정. 이 정도면 포스트 모더니즘 어렵지 않아요-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트위터에선 스퀴즈 플레이를 추천했지만. 아니 관뒀습니다. 그냥 뉴욕3부작만 읽으세요.


50. <캐치-22>, 조지프 헬러. 이 소설에 대해서 제가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가장 유쾌한 전쟁 소설이자, 가장 위대한 반전 소설. 블랙코미디 중의 블랙코미디인 이 소설은 제가 졸업 이후 읽었던 소설 중에 가장 중요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의 구조는 불합리하죠 등장인물은 이해할수 없게 기괴하고 각자 나름의 이유로 비논리적 언동을 반복하죠. 시간흐름을 무시하고 진행되는 이 이야기에 재미를 느낄때 쯤에 여러분은 이게 유쾌한 소극이 아니란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사람들은 미친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미친게 아니라 겁을 먹은거죠. 전쟁에 겁먹고 도망치는 불쌍한 사람들이었던 걸, 이 이야기가 거대하고 잔혹한 전쟁에 부숴지는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를 깨닫는 순간 여러분도 같이 부숴집니다.



(1)에 이어서 계속 한다. 추리 소설이 슬슬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 소설도 처음엔 추천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20.<흑백>, 미야베 미유키. 무엇을 숨기랴 나는 사회파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괴담을 좋아한다. 어쩔수 없이 미야베 미유키를 좋아하는데 작품 중 묻히는게 아까운 "괴담" 주인공이 아니라 이야기가 성장해간다. 추리소설 추천은 언젠가는 가능할듯.

"바로 저였습니다! 귀신이 아니었습니다! 형님을 벌해 달라고 귀신에게 빌 정도로 비뚤어진 저의 생령이 바로, 사인화 그늘에서 형님을 노려보며 형님이 사과하고 또 사과해도 용서하지 않아, 결국 형님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말았던 것입니다"


21. <13계단>, 다카노 카즈아키. 작가의 처녀작이자 현재까지 가장 뛰어난 작품. 사형수를 소재로 한 스릴러/추리 소설로 직접적으로 사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사형은 살인이 아닐까요?


22. <들불>, 오오카 쇼헤이. 2차 대전 필리핀에서 낙오된 병사가 겪는 잔혹한 이야기. 전쟁과 식량부족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당신은 검은 해를 바라볼수 있을까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8442

역자가 내 스승 중 한 분이다. 최근 포로기가 출간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3.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아름다운 마지막 구절 때문에 잊을 수가 없는 소설. 여러분 아시다시피 미시마는 금각사 정도만 읽어보면 됩니다. (망한) 성장 소설이라는 주제에 제일 알맞는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미시마는 진짜 추천하기 시릉


24. <장송>, 히라노 게이치로. 그의 작품은 장송 이후와 이전으로 나뉘는데, 사실 장송 이후로 그의 작품에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다. 장송이 그의 절창이며 그의 작품세계에 더 이상 발전이 없다고 해도 나는 그를 알게 된 것이 매우 기쁘다. 들라크루아는 친구 쇼팽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이 긴 소설의 내용은 그것 뿐이나 다름없다(사실은 아님). 우리는 거대한 회화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이 이 작품을 읽게 된다 모든 붓의 터치와 작가의 표정까지 말이다.


25. <몽테크리스토 백작>, 알렉상드르 뒤마. 뒤마에는 소뒤마랑 대뒤마랑 있는데 대뒤마는 문호랍시고 만날 대중 소설만 쳐쓰는 개노답 아저씨였으나. 작품 하나하나가 다 무협지나 다름없었습니다. 여러분 고전을 읽어도 걍 재미있는거 읽으세요. 대 뒤마의 작품들은 삼총사니 철가면이니 다 흥미진진해서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그러니까 프랑스 귀여니 였는데(아님) 글을 너무 잘 써서 그만 고전이 되고 만 케이스. 돈도 잘 벌고 존경도 얻고 아이고 이 양반. 하여간 책은 엄청 재미짐


26. <웃는 이에몬>, <엿보는 고헤이지>/교고쿠 나츠히코. 장광설로 유명한 교고쿠도 시리즈의 저자 작품. 그의 주력 시리즈보다 백귀도연대라는 에도 시대 배경의 괴담시리즈를 더 높이 평가하는데. 위의 두 작품은 그 두 작품과도 약간 거리가 있다. 미야베 미유키도 별도의 괴담 시리즈를 좋아하는 걸 보면. 그냥 내 취향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의 유명한 괴담을 소재로 해서 그만의 해석을 붙이는 위의 두 "에도기담"은 스토리의 완결성, 이야기의 아름다움 모두 뛰어난 작품이다. 원래 항성백물어의 하나로 포함이 되었어야 하는 소재를 별도의 장편으로 만들어낸 느낌? 그의 본류 소설보다 이 소설을 더 추천한다. 교고쿠 나츠히코를 좋아하기 때문에 두 작품을 한 번에 소개했다. 두 작품의 근원이 같은 곳에서 나왔기 때문이야- 라고 변명해보지만.


27.<레오파드(해리 홀레 시리즈)>, 요 네스뵈. 많은 사람이 스노우 맨을 최고작으로 꼽지만 그는 최신작일 수록 점점 글이 나아지고 있는 작가이다. 고집불통 힙스터 경찰 나으리의 좌충우돌 사건이야기라고 쓰면 사람들이 낚일까 안 낚일까.


28. <나는 야곱을 사랑하고>, 캐서린 패터슨. 내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제목 쪽이 더 마음에 든다. 요즘 번역본의 제목인 "내가 사랑한 야곱"은 아무래도 종교 소설 느낌이 나서...성경의 일화에서 주인공이 되지 못한 채 조연으로 끝난 야곱의 형 "에서"처럼.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스스로가 인생의 주인일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 같은 소설이다.


http://www.yes24.com/24/goods/3015095?scode=029



29.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하비에르 마리에스. 이 작품에 대한 소개은 링크와 제목의 유래가 된 셰익스피어의 한 구절(리처드3세) 을 인용하는 것으로 하겠다.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고 네 무딘 칼을 떨어뜨려라. 내일 전쟁터에서 내가 살아있었을 때의 모습을 생각하고, 네 녹슨 칼을 떨어뜨려라. 내일 내가 네 영혼을 무겁게 짓누르리라.” 한국에 있는 역본과 다른 이유는, 저 위의 구절이 소설에 번역되어 있는걸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이다. 영역본 리처드3세는 대사의 뉘앙스가 좀 다르다.


30.<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일본 "현대"소설의 유일무이한 존잘님 아베 코보의 걸작. 고향 3연작 등도 대단하지만 일본의 사막에 갑자기 갇혀 살기 시작한 어떤 남자의 이야기야 말로 걸작 중에 걸작. 마초에 찐따지만 어쩌랴 존잘은 존잘인 것을. 그의 실종 3부작 모두 좋아합니다.


31.<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현상들> 리브카 갈첸. 누군가를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해봤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두려워해본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중년의 의사 레오는 집에 아내가 아닌 낯선 여자가 아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발견한다. 아내와 똑같고 아내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모든 것이 아내와 똑같은 낯선 여자를 그는 견디기 힘들다. 결국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 나선다.


32.<모르는 여인의 편지>, 슈테판 츠바이크. "편지 윗 부분에 이름을 대신하는 첫 마디로 '저를 결코 알지 못하는 당신께'라고 씌어있을 뿐이었다. 그는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잠시 생각이 잠겼다. 이게 정말 내게 온 편지일까?"

"그러나 저만큼 그렇게 노예나 개처럼 맹목적으로 당신을 사랑했고, 또 영원히 사랑하는 존재는 아마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세상의 어떤 사랑도 어둠 속에서 남 몰래 누군가를 바라보는 소녀의 사랑만은 못한 것이랍니다"


33.<64>, 요코야마 히데오. 사회파 추리 소설의 명인. 무엇보다 "경찰조직"을 그려내는데 너무나 능숙해서 하나의 장르로 자신의 작품을 완성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의 역량은 비교적 최신작은 64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종신 검시관 쪽이 더 읽기 쉽고 가볍다. 사실 추천은 그 쪽.


34.<에브리맨>, 필립 로스. 현대 미국 소설 4대 천왕 필립로스의 걸작 (나머지는 코맥 매카시, 토마스 핀천, 돈 드릴로) 나이 든 남자가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라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를 대가 다운 자세로 쓰지만 솔직히 이걸 추천해도 되는지. 깔끔한 문장과 군더더기 없는 구조. "고통과 후회"를 소설을 써낸 그의 능력은 뛰어나기 짝이 없지만. 이 이야기를 읽는 것은 쉽지가 않다.

위의 4대 천왕의 공통점이 세계를 고통스럽고 잔혹한 곳으로 본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토마스 핀천(샐린저의 뒤를 잇는 은둔왕)이랑 돈 드릴로는 누군가에게 추천할만한 사람이 아예 아니니까 그나마 낫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이제 없었다. 있음에서 풀려나,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처음부터 두려워하던 바로 그 대로(188page)"


35. <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나카지마 아츠시. 사실 그의 단편집 중 적당한 것을 찾지 못해서요. 최근에 걸작선집이라는 이름의 작품도 나온걸로 아는데, 거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제자"가 실려있지 않음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944172


산월기, 명인전, 제자, 이능. 뭐하나 빠질 게 없는 나카지마 아츠시의 걸작들입니다. 지병인 천식으로 만 32세 짧은 나이에 죽었죠. (올해의 저와 같은 나이 입니다) 명인전은 당시의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이란 얘기도 있지만. 그의 가장 큰 장점은 고전 이야기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중요한 포인트를 잡애 채어서 그걸로 뛰어난 해석을 하는 점이죠. 압축된 글 하나하나는 아름답고 그 안에 실린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적의 칼날 아래에서, 시뻘건 피를 뒤집어 쓴 자로는. 마지막 힘을 모아 절규했다. [보라, 군자는, 관을 똑바로 쓰고 죽는 것이다!] 전신을 회처럼 잘게 썰려 자로는 죽었다"


아오조라 문고에서 원문을 읽고 있어서 더 이상 한국 번역본을 살것 같진 않아요.


36.<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에라 모르겠다 이런거 추천했다고 저 원망하지 마세요. "인간은 모두 피의 책이다. 펼치는 곳마다 붉다"

붉은 책과 헷깔리면 안됩니다. 붉은 책은 보통 칼 융의 저서를 뜻하죠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4673972


추천하기 귀찮아하는게 눈에 보인다.


37.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이 단편소설 집에 많은 설명이 필요 없다. 많은 미국 소설작가들이 간결하고 터프한 문체로 많은 문학적 성과를 냈지만. 그 중 어떤 작품에도 빠지지 않을 수작이다. 참고로 내가 좋아하는 "여성작가의 작품" 이다. 나는 이 소설집의 주제는 "세상에 만약 사랑이 있다면"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어본 사람은 웃을 것이고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분명 오해할 것이다. 그렇게 만만한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38. <쌀과 소금의 시대>, 킴 스탠리 로빈슨. 여러분 이런거 좋아해요? 이런 소설을 추천하는 저는 죄책감이 먼저 드네요. 일단 이거 재미없습니다. 재미없다는거 사전에 알아두시고요...일종의 대체 역사 소설인데, 드러난 설정은 서양 문명이 흑사병으로 멸망하여 동양문명이 세상을 지배하는 세상을 환생을 거듭하는 세 사람이 각 시대를 뛰어넘어 만나고 증오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랍니다. 드러나지 않은 설정은 그 세사람중 두 사람이. 바로 삼장법사와 손오공이라는거죠. 책을 잘 읽어도 진짜 그래? 라는 느낌으로 명확하게 나오진 않습니다. 솔직히 읽다보면 애가 누구지 얘는 누구지 하는 생각이 엄청...어쨌든 좋아하는 사람들은 엄청 좋아할 소설인데 저는 뭐.

보통 제목을 잘 읽고 고르면 소설은 재미있는걸 고를 수 있는데, 둠즈데이 북이랑 개는 말할 것도 없고랑 이 쌀과 소금의 시대는 대 망하고 말았다. 셋 다 재미없습니다.


39. <인간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이치.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걸작. 여러번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명작. 시놉시스는 간단하다, 일본의 호텔에서 유색인 청년 조니 헤이워드가 살해된 채로 발견되고 ...그의 죽음은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소설의 중요한 키워드는 사이조 야소의 "밀짚모자"라는 시. 결말을 읽게 되면 이해하실 수 있게 됩니다.

"母さん..어머니...僕のあの帽子、 どうしたんでせうね? 제 그 모자, 어떻게 됐을까요?"








하기의 추천 리스트는, 트위터에서 해시태그로 진행한 관글당 좋아하는 소설 추천하기를 정리한 글이다.

몇개 안되는 관글이 찍힐 것으로 생각하고 건방진 기준을 세워서 진행하다 보니 나중에는 약간 억지로 짜낸 감이 없지 않다.


<<추천의 원칙>>

1. 한 명의 작가 당 하나의 작품을 추천

2. 성장 소설 위주로 추천

3. 누구나 아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4. 나 혼자 좋아할만한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결국 성장소설 위주로 추천하는 것은 그만 두었고. 트위터에 정리한 내용을 블로그로 옮기면서 글을 수정하고

또 어울리지 않는 추천 소설 목록은 정리할 예정이다. 15년 5월 23일 현재 카운트는 64개 였으며. 더 이상 추천을 진행할지는 의문이다. 트위터의 원문과 내가 블로그에 옮겨적으면서 추가로 적은 것을 굳이 따로 표기하진 않을 생각이다.


1. <한밤 중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마크 해던

그 누구에게라도 추천할 수 있는 완벽한 이야기. 저 모든 소년 탐험 소설의 패러디이자 위대한 성장 소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20931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소설이기 때문에, 통산 다섯 권 정도 주변 사람에게 선물 한 것 같다. 호주에 간 친구, 일본에 간 후배, 생일을 맞은 친구...응 뭐 별로 중요하진 않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소년에 대한 이야기지만, 나 자신 안에 갇혀서 살아야 하는 우리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2. <짐 크노프 시리즈>, 미하엘 엔데. 미하엘 엔데의 최고 소설은 끝없는 이야기나 모모가 아니라 짐 크노프라고 생각합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74588


실은 짐 크노프 시리즈는 기관차 대여행 1과 2의 두권짜리 이야기이며 1권과 2권의 내용이 이어지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두권짜리 책이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쪽은 2권 쪽입니다. 어린 시절에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 아닌가요?


3. <크라바트>, 오토프리트 프라이슬러. 왕도둑 호첸플로츠의 작가의 숨겨진 명작. 이교도, 마법, 악마, 살인, 성장이 있는데 이걸 동화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내 소년시절 둘째가는 마법사 크라바트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74711


이 이야기를 정말 좋아해서 대학교때 이 이야기를 재 구성한 적도 있습니다. 머릿속에 구상이 그대로 남아서 시간 날 때 마다 조금씩 만들어보곤 하고 있어요.


4.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샤프란 포어. 저 아까부터 성장 소설만 추천하고 있는데 어떻게 된거죠? 작별에 대한 길고 긴 서툴기 짝이 없는 "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510003



5. <다잉 인사이드>, 로버트 실버버그.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면 자신의 "늙어감"을 깨달아가는 남자들에게가 좋겠다. 소년의 성장이 아니라 영원히 소년이려던 남자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982596


6. <맛집 폭격> 배명훈. 타워만 못하다고 사람들이 욕하는 책(중의 하나). 나는 이 책이 1975년 생 부터 1985년에 태어난 남자들을 핀포인트로 폭격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영원 할 줄 알았던 것들이 사라지는 감각을 이해해야한다.


트위터 에선 배명훈 작가님이 멘션을 달아주셨다. 저는 기본적으로 배명훈 작가님의 책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남에게 추천을 하면 안되는게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추천 할 수 있는 <타워>는 훌륭한 책이지만 다른 작품들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진지하게 리뷰할 생각이에요.(라고 4년 전부터 작가님에게 얘기했었지)


7. <비밀일기(아드리안 몰 시리즈)>,스우 타운센드. 힙스터 워너비의 감수성 과잉 아버지 공인의 "쓸모없는 애새끼" 소년 아드리안 몰의 이야기. 그냥 더럽게 웃기다. 작품 내내 웃기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800804


8. <비호외전>, 김용. 사실 김용 월드 중 위소보 빼고 제일 약하고 쪼잔한 걸로 보이는 "비호"의 성장 소설. 설산비호의 뛰어난 완성도에 비하면 부족한 감이 있으나. 찌질이 소년이 "협객"이 되어가는 모습은 신조대협 양과의 그것에 비견된다. 사실 김용 소설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게 신조협려입니다. 성장 소설을 추천하겠어, 라는 이상한 생각으로 비호위전을 추천하긴 했지만 솔직히 김용 소설 중에서 재미없는게 있기나 한가요. 참고로 제일 안 좋아하는 작품은 천룡팔부입니다.


9.<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성장 소설 중에 읽을만한게 뭐가 있더라 하고 생각하다가 무릎을 치며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성장 소설 중의 성장 소설 바로 "역변소설" 님들아 주인공 역변함. 이게 이 책 스포입니다.


10. <모두다 예쁜 말들>, 코맥 매카시. 서부+소년. 그의 모든 소설이 그렇듯 잔혹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그린다. 나비의 날개를 찢는 잔혹함이 아니라 총으로 다리가 부러진 말의 머리를 쏘는 잔혹함이다. 하지만 추천하고 나서 후회하는게 아무래도 <더 로드> 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쪽이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훨씬 짧기도 하고.


11.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저 젤라즈니. 모든 사람들이 로저 젤라즈니를 추천하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이걸 추천하는데 나도 다른 작품을 추천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줄 자신이 없어서 이걸 추천했습니다. 솔직히 앰버 연대기도 쓸데없이 길고 장황해서 좋아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고민입니다. 엄청 많이 쓴 작가인데 작품에 편차가 있어요. 그림자 잭 이런것도 간지는 나는데....

트위터에서는 뜬금없이 스틸볼러닝을 추천했었다. 왜 그랬지? 여기까지 추천할 땐 추리 소설이랑 SF소설은 추천안해도 되겠지 하고 버티는 분위기였죠.


12. <미스틱 리버>, 데니스 르헤인. 이 작품은 "사람은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갈수 있은가?"라는 주제로 그에 대답은 "아니오. 그리고 네"이다.


13. <샌드맨(시리즈)>, 닐 게이먼. 버티고의 그래픽 노블. 고독하고 퉁명스러운 꿈의 신이 다른 존재와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이야기. 자신의 옛 연인과 대면하고 아들과 대면하고 자신의 어리석음과 오만함에 비틀려진 수많은 것들을 고치려 하지만...추천하고 나서 후회했다. 왜 그래픽 노블을 추천했지? 닐 게이먼의 소설들은 너무 난잡한 구석이 있어서 좋아하진 않지만 "신들의 전쟁"같은 것은 쇠락해 가는 신들의 이야기라서 좋아합니다. 흥미가 있으신 분은 찾아보세요.


14. <꿈의 궁전>, 이스마일 카다레. 현대의 카프카라 불리우는 작가 카다레. 제국의 모든 꿈을 관장하는 부서에 들어가게 된 남자는 꿈처럼 비합리적이고 난폭한 제국의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한 부분이 되고... 카다레의 모든 작품이 그렇듯 우화에 가깝다.


15.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남자는 마드리드의 광장 한 구석에서 자신의 죽은 어머니를 본다. 왜 하필 마드리드에 계시죠?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고 아들과 그날 오후를 함께 보낸다. 이 이야기의 해석은 텍스트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16.<돈 까밀로와 빼뽀네(시리즈)>, 죠반니노 과레스키. 옛날 옛날은 아니고 20세기 이탈리아 어딘가 뽀강 유역에 천사장사 신부님과 천하장사 공산당. 그리고 예수님 한 분이 살고 계셨습니다. 종교적이지도 않고 정치적이지도 않은 종교와 정치의 이야기. 트위터에선 이렇게 간단히 적었지만 맙소사 여러분 꼭 보세요.


17. <개의 힘>, 돈 윈슬로. 흔하디 흔한 마약 카르텔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는 없을 방식으로 얘기하는 소설.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의 목소리를 가지고 살고 또 죽어간다. 우리가 명심해야할 것은 저 모든 교훈을 우리가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하는 것.


18. <침묵>, 엔도 슈사쿠. 그 당시 세계의 끝이었던 일본으로 선교를 떠났던 포르투갈 수도사들의 이야기. 작가는 일본의 대표적인 기독작가로 불리우지만 그는 신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약한 인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19. <게 걸음으로 가다>, 귄터 그라스. 문학자라기 보다 양심이었고. 생존해있던 어떤 노벨상 문학상 수상자 중 가장 많은 활동을 한 작가. 어제부터 성장 소설 얘기를 하려던건 그의 "양철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거였을까. 고인의 명복을 빈다. 


2차 대전 종전 후 러시아에서 독일로 돌아가던 빌헬름 구스틀로프호가 러시아의 어뢰에 침몰하여 7천여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담담한 서술. 얼마 전까지 절판되었으나 최근 재 발간 소식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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