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찰나지만 근성은 영원하다! 관글이 찍히는 한 끝없이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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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암야행로>, 시가 나오야. 그를 평하며 아쿠다카와 류노스케를 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아쿠다카와를 두렵게 만들 정도의 재능으로 그의 자살 원인중 하나가 되었다고 일컬어지는 소설가. 결과적으로 이름이 남은 것은 아쿠다카와 였지만...근대 일본 소설의 주류인 사소설에 가까운 구성이면서 인간 그 자체의 고뇌를 그려내는데에는 그 어떤 작가보다도 뛰어나다. 인간의 불합리성을 어설픈 휴머니즘으로 극복해내는 모습을 넘치는 재능으로 쓴 소설을 보고 싶다면 추천. 아니면 비추.

이걸 추천한 것 때문에 간만에 고바야시 히데오의 시가 나오야 론을 다시 펴보았다.

그는 "시가 나오야는 사색하는 사람도 아니고, 감각하는 사람도 아니며, 뭐니뭐니 해도 행동하는 사람이다"라고 평했는데 공감하시는지. 제가 그 평론에서 좋아하는 부분은 "시가 나오야의 영혼은 극(劇)을 모른다. 그의 고통은 나무가 커가는 듯이 성장하는 고통이다"라고 하는 부분이죠. 대학교 때 이 구절을 읽고 울컥하고 울뻔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야아 청춘이네.


52.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존 르 카레. 집안의 친척 어르신인 존 르 카레의 출세작. 물론 집안 친척이라는 얘기는 재미없는 농담이다. 그의 작품은 실제 그의 경험(스파이였다)에 기초한 심리적인 첩보가 백미인데, 이 책은 좀 다르다. 거의 일반 액션 소설이나 마찬가지인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 편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나는 어디서부터 상대를 속였고 어디까지 속일 수 있는지. 나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다 버리고 어디까지 갈수 있는지. 이런 것들이 주제였으나 최근에는 작풍이 바뀌었다. 역시 버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단 하나 뿐이라고 해도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것이 있다. 라는 식으로 할아부지 늙으셨네요. 이런 느낌.


53.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가장 최근에 읽은 책 중에 하나.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린 남자가(잊어버린?) 탐정이 되어 자신의 과거를 쫓는 이야기. 모든 사실들은 의혹이 될 뿐 그가 정말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54. <호빗>, 존 로널드 루엘 톨킨. 이 작은 이야기야 말로 나의 원형이고 모든 것이 시작된 처음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이 이야기를 읽었고 이 책은 나를 영영 잡아 다시는 놓아주지 않았다.


55. <관촌수필>, 이문구. 실은 고백할게 있습니다. 한국 문학을 안 읽는다고 했지만 그건 비교적 안 읽는다는 거지 다른 것만큼 읽고 있습니다. 현대 문학계의 유일무이한 거장이라고 생각하는 이문구 작가의 절창. 많은 것들이 변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

거짓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구성을 읽다가는 지루해지고 문체을 읽다보면 지치는 책.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방법은 있는 그대로 문장을 받아들이고 변해가는 것들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우화처럼 읽어가면 된다. 그가 서툰 이야기꾼은 아니다.

그가 전통적인 가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많지 않은게 이 책의 또 재미있는 점. 그는 그냥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56.<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무엇을 숨기랴. 나는 이 작가도 좋아한다. 대학교때 초라한 종이 몇 장으로 그와의 대화 시간을 공지한 학생처에 화가 나서 전화를 걸었을 정도였다. 기발한 소재, 깔끔한 필력. 뭐하나 빠지지 않는 작가다. 그는 특이하게 장단편을 가리지 않고 훌륭한 퀄리티를 만들어 내는 작가라서 추천하기도 편한데. 한국 작가를 추천하려면 그를 가장 먼저 추천하는게 맞다고 본다. 일단 책이 재미있으니까.


57.<사이더 하우스 룰즈>, 존 어빙. 가아프의 세계와 이 책 중에서 무엇을 추천해야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사이더 하우스 룰즈를 추천. 현대의 고전이라는 말에 걸맞는 멋진 작품이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인간의 가치가 무엇에 있느냐 하는 것이 이야기의 주제. 존 어빙의 다른 소설이 그러하듯 잔혹한 세계에 탄생하여 자란 인간이 과연 무엇에 가치를 둘수 있는지. 무엇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하여간 길고 따분하지 않은 소설이다. 설명할 말이 너무 많아서 급 끝맺음을 하게 되는구나...


58. <타이거 타이거> 엘프리드 베스터. 너무 유명한 SF소설은 더럽게 촌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유명해져서 전범이 되면 수많은 작품들이 그 설정을 따라하고 말기 때문이죠. 아시모프가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란 말이죠. 결국 sf소설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참신함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어떤 메시지. 즉 작가가 말하고 싶은 어떤 액기스가 되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sf소설은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게 문학성이 엄청 중요해지는거죠. 유년기의 끝같은거처럼

사실 이 작품의 많은 설정은 뒤의 작품들에게 끊임없이 카피되고 있고 소설 자체도 곳곳에 서툰 구석이 드러나지만. 이 작품에 서린 "귀기"가 압도적입니다. 길지 않은 이 소설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이 소설의 기백이죠.


59. <허풍선이 남작 뮌히 하우젠> 뷔르거, 저는 동화를 매우 좋아합니다. 동화에서 말하지 않는 것들을 추측하는 것이 좋고, 동화를 비틀어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동화가 아니죠. 실존 인물 모델도 있고 당대의 유명 작가가 채록했으며, 여러가지 설화와 농담이 합쳐져서 전설적인 인물 뮌히 하우젠이 탄생한 것이죠. 저는 이 이야기 하나하나 다 좋아합니다만 사실 당대를 풍자하고 니힐리즘을 정신적인 근간으로 한 "이야기"죠. 어쨌든 혼란스러운 이야기 라서 그런지 비교적 근대의 작품인데 난잡해요


60. <개인적인 체험>, 오에 겐자부로. 그의 소설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가 일본의 양심이며 고 귄터 그라스와 더불어 오랫동안 세계의 행동하는 지성으로서 살아온 것은 사실이나 좀처럼 그의 소설을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시대를 뛰어넘은 세련됨이 거슬렸다고 하면 이해해주실 분이 있을까요? 오히려 그의 에세이인 나의 나무 아래에서는 대학 시절 몇번이나 읽고 많은 분들에게 선물로 드렸습니다. 너무 좋아해서 눈물이 나는 부분이 있는 에세이죠. 사실 오에 겐자부로의 자기 고백이나 다를바 없는 이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소설의 완성도를 포기하고 만들어낸 마지막 부분 때문입니다. 촌스럽기 짝이 없고 전체 구조를 다 망치는 이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 배경지식을 모르면 이해가 안될겁니다.

앞으로 책을 읽으실 분을 위해서 자세한 설명은 드리지 않겠지만 장애를 지닌 아들이 태어나는 데서 고통을 느낀 "버드"의 이야기인 소설처럼. 오에 겐자부로의 장남은 뇌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유명한 작곡가인 오에 히카리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내 사랑하는 아이에게. 아버지는 너를 사랑한단다"


61.<토니오 크뢰거> 토마스 만. "난 잠이 오는데 너는 춤을 춰야겠다는 구나"

토마스 만처럼 위대한 작가를 소개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위대한만큼 아름다움을 사랑한만큼 빅 배드 꼰대였던 그와 그의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공통적인 장점(기계적인 완벽함, 미에 대한 강박)을 가장 완벽하게 체현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인 마의 산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토니오 크뢰거가 비교적 짧고(웃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인 베니스에서 죽다는 너무 호모나 게이뭐야 스러운 작품이기 때문에 그의 전체 작품 세계를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니오 크뢰거는 고통, 즉 살아가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떠한 비극이나 외부 요인에 근거하지 않고 다만 오롯하게 자기 자신의 존재로서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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