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 이어서 계속 한다. 추리 소설이 슬슬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 소설도 처음엔 추천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20.<흑백>, 미야베 미유키. 무엇을 숨기랴 나는 사회파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괴담을 좋아한다. 어쩔수 없이 미야베 미유키를 좋아하는데 작품 중 묻히는게 아까운 "괴담" 주인공이 아니라 이야기가 성장해간다. 추리소설 추천은 언젠가는 가능할듯.

"바로 저였습니다! 귀신이 아니었습니다! 형님을 벌해 달라고 귀신에게 빌 정도로 비뚤어진 저의 생령이 바로, 사인화 그늘에서 형님을 노려보며 형님이 사과하고 또 사과해도 용서하지 않아, 결국 형님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말았던 것입니다"


21. <13계단>, 다카노 카즈아키. 작가의 처녀작이자 현재까지 가장 뛰어난 작품. 사형수를 소재로 한 스릴러/추리 소설로 직접적으로 사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사형은 살인이 아닐까요?


22. <들불>, 오오카 쇼헤이. 2차 대전 필리핀에서 낙오된 병사가 겪는 잔혹한 이야기. 전쟁과 식량부족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당신은 검은 해를 바라볼수 있을까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8442

역자가 내 스승 중 한 분이다. 최근 포로기가 출간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3.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아름다운 마지막 구절 때문에 잊을 수가 없는 소설. 여러분 아시다시피 미시마는 금각사 정도만 읽어보면 됩니다. (망한) 성장 소설이라는 주제에 제일 알맞는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미시마는 진짜 추천하기 시릉


24. <장송>, 히라노 게이치로. 그의 작품은 장송 이후와 이전으로 나뉘는데, 사실 장송 이후로 그의 작품에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다. 장송이 그의 절창이며 그의 작품세계에 더 이상 발전이 없다고 해도 나는 그를 알게 된 것이 매우 기쁘다. 들라크루아는 친구 쇼팽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이 긴 소설의 내용은 그것 뿐이나 다름없다(사실은 아님). 우리는 거대한 회화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이 이 작품을 읽게 된다 모든 붓의 터치와 작가의 표정까지 말이다.


25. <몽테크리스토 백작>, 알렉상드르 뒤마. 뒤마에는 소뒤마랑 대뒤마랑 있는데 대뒤마는 문호랍시고 만날 대중 소설만 쳐쓰는 개노답 아저씨였으나. 작품 하나하나가 다 무협지나 다름없었습니다. 여러분 고전을 읽어도 걍 재미있는거 읽으세요. 대 뒤마의 작품들은 삼총사니 철가면이니 다 흥미진진해서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그러니까 프랑스 귀여니 였는데(아님) 글을 너무 잘 써서 그만 고전이 되고 만 케이스. 돈도 잘 벌고 존경도 얻고 아이고 이 양반. 하여간 책은 엄청 재미짐


26. <웃는 이에몬>, <엿보는 고헤이지>/교고쿠 나츠히코. 장광설로 유명한 교고쿠도 시리즈의 저자 작품. 그의 주력 시리즈보다 백귀도연대라는 에도 시대 배경의 괴담시리즈를 더 높이 평가하는데. 위의 두 작품은 그 두 작품과도 약간 거리가 있다. 미야베 미유키도 별도의 괴담 시리즈를 좋아하는 걸 보면. 그냥 내 취향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의 유명한 괴담을 소재로 해서 그만의 해석을 붙이는 위의 두 "에도기담"은 스토리의 완결성, 이야기의 아름다움 모두 뛰어난 작품이다. 원래 항성백물어의 하나로 포함이 되었어야 하는 소재를 별도의 장편으로 만들어낸 느낌? 그의 본류 소설보다 이 소설을 더 추천한다. 교고쿠 나츠히코를 좋아하기 때문에 두 작품을 한 번에 소개했다. 두 작품의 근원이 같은 곳에서 나왔기 때문이야- 라고 변명해보지만.


27.<레오파드(해리 홀레 시리즈)>, 요 네스뵈. 많은 사람이 스노우 맨을 최고작으로 꼽지만 그는 최신작일 수록 점점 글이 나아지고 있는 작가이다. 고집불통 힙스터 경찰 나으리의 좌충우돌 사건이야기라고 쓰면 사람들이 낚일까 안 낚일까.


28. <나는 야곱을 사랑하고>, 캐서린 패터슨. 내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제목 쪽이 더 마음에 든다. 요즘 번역본의 제목인 "내가 사랑한 야곱"은 아무래도 종교 소설 느낌이 나서...성경의 일화에서 주인공이 되지 못한 채 조연으로 끝난 야곱의 형 "에서"처럼.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스스로가 인생의 주인일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 같은 소설이다.


http://www.yes24.com/24/goods/3015095?scode=029



29.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하비에르 마리에스. 이 작품에 대한 소개은 링크와 제목의 유래가 된 셰익스피어의 한 구절(리처드3세) 을 인용하는 것으로 하겠다.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고 네 무딘 칼을 떨어뜨려라. 내일 전쟁터에서 내가 살아있었을 때의 모습을 생각하고, 네 녹슨 칼을 떨어뜨려라. 내일 내가 네 영혼을 무겁게 짓누르리라.” 한국에 있는 역본과 다른 이유는, 저 위의 구절이 소설에 번역되어 있는걸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이다. 영역본 리처드3세는 대사의 뉘앙스가 좀 다르다.


30.<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일본 "현대"소설의 유일무이한 존잘님 아베 코보의 걸작. 고향 3연작 등도 대단하지만 일본의 사막에 갑자기 갇혀 살기 시작한 어떤 남자의 이야기야 말로 걸작 중에 걸작. 마초에 찐따지만 어쩌랴 존잘은 존잘인 것을. 그의 실종 3부작 모두 좋아합니다.


31.<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현상들> 리브카 갈첸. 누군가를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해봤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두려워해본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중년의 의사 레오는 집에 아내가 아닌 낯선 여자가 아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발견한다. 아내와 똑같고 아내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모든 것이 아내와 똑같은 낯선 여자를 그는 견디기 힘들다. 결국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 나선다.


32.<모르는 여인의 편지>, 슈테판 츠바이크. "편지 윗 부분에 이름을 대신하는 첫 마디로 '저를 결코 알지 못하는 당신께'라고 씌어있을 뿐이었다. 그는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잠시 생각이 잠겼다. 이게 정말 내게 온 편지일까?"

"그러나 저만큼 그렇게 노예나 개처럼 맹목적으로 당신을 사랑했고, 또 영원히 사랑하는 존재는 아마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세상의 어떤 사랑도 어둠 속에서 남 몰래 누군가를 바라보는 소녀의 사랑만은 못한 것이랍니다"


33.<64>, 요코야마 히데오. 사회파 추리 소설의 명인. 무엇보다 "경찰조직"을 그려내는데 너무나 능숙해서 하나의 장르로 자신의 작품을 완성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의 역량은 비교적 최신작은 64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종신 검시관 쪽이 더 읽기 쉽고 가볍다. 사실 추천은 그 쪽.


34.<에브리맨>, 필립 로스. 현대 미국 소설 4대 천왕 필립로스의 걸작 (나머지는 코맥 매카시, 토마스 핀천, 돈 드릴로) 나이 든 남자가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라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를 대가 다운 자세로 쓰지만 솔직히 이걸 추천해도 되는지. 깔끔한 문장과 군더더기 없는 구조. "고통과 후회"를 소설을 써낸 그의 능력은 뛰어나기 짝이 없지만. 이 이야기를 읽는 것은 쉽지가 않다.

위의 4대 천왕의 공통점이 세계를 고통스럽고 잔혹한 곳으로 본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토마스 핀천(샐린저의 뒤를 잇는 은둔왕)이랑 돈 드릴로는 누군가에게 추천할만한 사람이 아예 아니니까 그나마 낫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이제 없었다. 있음에서 풀려나,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처음부터 두려워하던 바로 그 대로(188page)"


35. <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나카지마 아츠시. 사실 그의 단편집 중 적당한 것을 찾지 못해서요. 최근에 걸작선집이라는 이름의 작품도 나온걸로 아는데, 거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제자"가 실려있지 않음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944172


산월기, 명인전, 제자, 이능. 뭐하나 빠질 게 없는 나카지마 아츠시의 걸작들입니다. 지병인 천식으로 만 32세 짧은 나이에 죽었죠. (올해의 저와 같은 나이 입니다) 명인전은 당시의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이란 얘기도 있지만. 그의 가장 큰 장점은 고전 이야기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중요한 포인트를 잡애 채어서 그걸로 뛰어난 해석을 하는 점이죠. 압축된 글 하나하나는 아름답고 그 안에 실린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적의 칼날 아래에서, 시뻘건 피를 뒤집어 쓴 자로는. 마지막 힘을 모아 절규했다. [보라, 군자는, 관을 똑바로 쓰고 죽는 것이다!] 전신을 회처럼 잘게 썰려 자로는 죽었다"


아오조라 문고에서 원문을 읽고 있어서 더 이상 한국 번역본을 살것 같진 않아요.


36.<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에라 모르겠다 이런거 추천했다고 저 원망하지 마세요. "인간은 모두 피의 책이다. 펼치는 곳마다 붉다"

붉은 책과 헷깔리면 안됩니다. 붉은 책은 보통 칼 융의 저서를 뜻하죠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4673972


추천하기 귀찮아하는게 눈에 보인다.


37.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이 단편소설 집에 많은 설명이 필요 없다. 많은 미국 소설작가들이 간결하고 터프한 문체로 많은 문학적 성과를 냈지만. 그 중 어떤 작품에도 빠지지 않을 수작이다. 참고로 내가 좋아하는 "여성작가의 작품" 이다. 나는 이 소설집의 주제는 "세상에 만약 사랑이 있다면"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어본 사람은 웃을 것이고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분명 오해할 것이다. 그렇게 만만한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38. <쌀과 소금의 시대>, 킴 스탠리 로빈슨. 여러분 이런거 좋아해요? 이런 소설을 추천하는 저는 죄책감이 먼저 드네요. 일단 이거 재미없습니다. 재미없다는거 사전에 알아두시고요...일종의 대체 역사 소설인데, 드러난 설정은 서양 문명이 흑사병으로 멸망하여 동양문명이 세상을 지배하는 세상을 환생을 거듭하는 세 사람이 각 시대를 뛰어넘어 만나고 증오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랍니다. 드러나지 않은 설정은 그 세사람중 두 사람이. 바로 삼장법사와 손오공이라는거죠. 책을 잘 읽어도 진짜 그래? 라는 느낌으로 명확하게 나오진 않습니다. 솔직히 읽다보면 애가 누구지 얘는 누구지 하는 생각이 엄청...어쨌든 좋아하는 사람들은 엄청 좋아할 소설인데 저는 뭐.

보통 제목을 잘 읽고 고르면 소설은 재미있는걸 고를 수 있는데, 둠즈데이 북이랑 개는 말할 것도 없고랑 이 쌀과 소금의 시대는 대 망하고 말았다. 셋 다 재미없습니다.


39. <인간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이치.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걸작. 여러번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명작. 시놉시스는 간단하다, 일본의 호텔에서 유색인 청년 조니 헤이워드가 살해된 채로 발견되고 ...그의 죽음은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소설의 중요한 키워드는 사이조 야소의 "밀짚모자"라는 시. 결말을 읽게 되면 이해하실 수 있게 됩니다.

"母さん..어머니...僕のあの帽子、 どうしたんでせうね? 제 그 모자, 어떻게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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