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도시는 심하면 천년도 전에 만들어진 도시일때도 있지만, 삿포로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도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다른 대도시와는 아주 결정적인 다른 점이 있는데, 바로 서양식의 Av, St, 개념으로 구획되었다는 점. 

예를 들어, 주소를 봐서 서5, 남10 이런 식의 주소가 많고. 유명한 징기스칸 체인점인 다루마 같은 경우엔 "다루마4.4호점"같은 식의 이름이 있는데 그건 남4,서4지점의 다루마라는 얘기다. 거의 균등한 블록에 장방형의 도시라 길을 찾기가 엄청 편리.


이 주소의 기점이 되는 장소가 어디냐하면 대충 삿포로 시계탑이 아닐까 생각한다. 생각한다는 얘기는 한국의 웹에선 검색해도 나오지 않으니 확실히 말하기가 어렵고 삿포로 시계탑의 주소에는 동서남북 어떤 옵션도 붙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북쪽 블럭인 크로스호텔 삿포로는 북2가 주소이다)

기회가 있다면 삿포로 시계탑에 기점이 되는 돌이라도 있지 않을까 찾아보고 싶은데 항상 관광객이 바글거려서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삿포로에 낯선 여행객이라고 해도 대충 이 정도만 기억해두면 안심. 길을 잃을 걱정은 거의 없다.

건물을 못찾는다고 해도 한 블록 정도 돌아볼 생각을 하면 문제가 없다. 혹시 그래도 불안하다면 용과 같이 5를 하면 됩니다. 거기 삿포로 시가 나오는데 웃길 정도로 삿포로시를 잘 축소해놔서 처음 가보는데도 대충 어디에 뭐가 있을지 추측이 갈 정도였으니까. 깨알같은 홍보로군요 세가님 저에게 돈을 주세요. 홍보해드립니다.

(주의: 정말로 삿포로 시내 확인을 하겠다고 게임을 해선 안됩니다. 이상한 농담이라고 생각해주세요)


...하지만 여기까진 일반적인 얘기. 제 길잃는 재주가 얼마나 출중한지 삿포로시에서도 길을 잃었습니다 저는!

아주 깜짝 놀랐다니까요! 걸음도 얼마나 빠른지 스즈키노 역에 가야하는데 정신차려보니 호스이 스스키노 역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었어!

그러니까 삿포로시를 여행하시는 여러분은 길이 아무리 찾기가 쉬워도 방심하시면 안됩니다. 잘못하다간 스스키노 역 주변에 유흥가가 있는데 거기서 이상 기묘한 노래방 디스플레이 같은거 구경하다가 길을 잃을수가 있어요(변명이다)

 

그리고 한가지 주의할 점이, 삿포로시를 도보로 걸을때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기가 힘들다.

블럭과 블럭의 거리가 거의 일정한데 신호등의 타임이 미묘해서 매 블럭을 건널 때 마다 신호등에 걸린다. 진짜로.

예를 들어, 남10서6인 노보텔 삿포로 북7서5인 삿포로카니본케까지는 고작 2.3키로미터 정도로 걸어서 30분이 안 걸릴 거리인데 실제로 걸어보면 더 걸린다. 이유는 신호에 18번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리듬이다. 

음 블록이다 걸어가야지. 

신호네 파란불 기다리자. ..기다리자. 아 바뀌었다. 

블록이다 걸어가야지. 어 신호네. 파란불 기다리자. ...기다리자. 아 바뀌었네.

역시나 걷다보면 약간 짜증나는 느낌이다.


블록이 짧은 거리는 아닌데 거의 걷는 시간과 신호 기다리는 시간이랑 비슷한 듯 하다.

만약에 걸음이 몹시 느린 노약자라면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끊임없이 걸어갈수 있겠지만 그건 또 너무나 가혹하다.

성인 남성 반 밖에 안되는 속도로 걷는 노약자를 쉴 시간도 안 주고 계속 걷게 하다니! 삿포로 시 공무원들이여 너희들은 짐승인가!!

이 가혹한 신호 체게에 고통받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닐터. 삿포로 시민들은 어떻게 극복하는 걸까 하고 유심히 지켜보니까. 의외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휘이이잉 하는 느낌으로 한번에 몇 블록을 이동할수가 있는 것 같았다. 거의 두블록은 기본?

잘은 모르겠지만 상당히 쾌적한 속도로 신호 같은건 신경쓰지 않고 움직이는 시민들이 많았다.

호텔에서 자전거를 빌려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했지만 관광객인 나는 자전거가 없으니.

이런 삿포로 시민들의 기득권을 인정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좋겠어 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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