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12시간이 넘도록 잔 걸 알았다. 잠을 자면서도 이렇게 오래 잠을 자면 꿈을 꿀 거라고 생각했다.

인공지능은 나에게 도마뱀 종의 마지막 새끼를 넘기면 사랑하는 사람을 돌려주겠노라고 약속했다. 나는 새끼를 넘기고 인공지능의 사악함의 증거를 쪽지에 적어 모교의 학관 구석 기관실로 통하는 문에 숨겨두고 술을 마셨다.

같이 술을 마시던 친구들은 한 명 한 명 집으로 가고 나는 내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 사람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를 위해서 뭘 했는지 하나도 몰랐을 것이다. 하고
꿈 속의 나는 나레이션 처럼 중얼거렸다.

나는 그 사람을 되찾고 싶었고 동시에 내가 한 끔찍한 일을 미치도록 바로잡고 싶었다. 학교는 어느덧 한 번 도 가 본적이 없는 미로가 되어 있었고,
나는 녹색과 나무로 된 미로를 헤매면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모여있는 사람들을 스치고 지나가며 내가 남긴 쪽지를 찾아다녔다.

꿈이 끝나도록 사랑하는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술에 취해 몸을 가눌 수 없었다. 사악한 인공지능이 약속 같은 걸 지킬거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고 하지만 그렇게라도 당신을 돌려받고 싶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 뒤로는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 꼭 술에 취해서 정신을 잃는 것처럼 말이다.

잠에서 깬 지금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그 사악한 기계장치의 신은 내가 누굴 사랑한다고 생각한 걸까 하는 것이다. 아주 희미하게나마 그게 누군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코트를 챙겨입고 집을 나왔다.

이건
어느날 12시간을 내리 잔 날의 꿈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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