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벚꽃놀이 집이 있는 사람들은 돌아가고夕桜家ある人はとく帰る
- 잇사
지금은 밤이고 부산 앞 바다를 지나는 중이다. 이제까지 몇 번이나 그 위를 지나 왔을텐데 이렇게 부산 위를 지나가고 있는 걸 확실히 인식한 적은 처음이다.
당신에게 부산이 어떻게 아름답다고 설명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나는 시속 810킬로미터에 상공 8500미터에서 이곳을 지나치고 있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지금 지나가고 있는 부산 앞 바다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설명하고 싶다. 이런 속도로 움직이는 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잠시 뿐이다.
그러나, 당신 그 검은 바다 앞을 흔들거리는 등불들이 서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지 꼭 설명하고 싶다. 산과 바다로 이루어진 도시 밤의 상공에서 볼 때 꼭 커다란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영혼들 처럼 보이는데 검은 - 분명 산일 것이다 - 구름들이 빛의 무리를 집어 삼킬듯 일렁이면 빛 또한 점점이 저 멀리로 저 멀리로 이어진다. 바다를 감싸듯 커다란 원형의 신도심과 구도심은 각자가 하나의 벌떼들인 것 처럼 이어졌다 또 끊어졌다를 반복한다.
빛이 점점 이어지고 끊어지기를 반복하더니, 금세 이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숨을 멈추고 있는 시간보다도 빠르게 나는 도시의 상공을 지나쳐 왔다. 나는 눈을 감지도 않고 생각한다. 이제 부산을 지나온 것 같다. 우리가 꼭 모든 스쳐지나가는 것을 애정하고 아쉬워하는 것처럼.
나는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상공에서는 영혼 하나 보이지 않는다. 비행기는 잠시 더 높이 날았다가 금세 고도를 내릴 것이다. 그리고 영혼이 강줄기를 타고 우리에게 흘러오듯이 또 빛이 보일 것이다. 아주 금방, 곧. 우리가 숫자를 세는 것만큼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19년 10월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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