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고, 글을 읽지도 않은 사람.


글을 쓰지 않은지가 오래 되었다.

책상위에 무실의 "특성없는 남자"는 읽지도 않은 채 그대로 있고, 어딘가 연구소에서 편집한 미래트랜드 보고서는 목차를 읽고 집어던져버렸다. 회사에서 선물받은 책이란게 그렇지 뭐.

오랫동안 집중을 하기가 힘들어서 비교적 간단한 책들을 읽고 있었다. 교고쿠 나츠히코나 필립K.딕의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보면 일종의 독서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전은 없다.
내용이 조금만 복잡해져도 따분하고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지하철에서가 아니면 책을 읽을 시간이 없으니까.
이런게 납득할 만한 변명인지 생각해본다. 웃음이 나온다. 웃음이 쓰다.

매일 수십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쓰고 메일을 적고 있지만, 그게 글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구조적으로는 쌍둥이나 다름없는 글을, 누구나 알수 있는 어휘와 이해하기 쉬운 논리로 늘어놓는다.
애매하고 불확실하며 혼란한 서술이 가져오는 마법같은 세계의 확장은 보고서의 세계엔 없다.
내가 보기엔 보고서의 세계야 말로 불분명한 세계를 간단명료한 서술로서 잡아내고 있으니
어느게 더 거짓말이냐고 묻는다면 보고서 쪽이 그럴텐데.
그래, 객관적인 사실을 데이터로 증명한다고 그게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고,
의도에 따라서는 그게 훨씬 거짓말에 더 가까운 말이 될게 틀림없다.

그래, 나는 거짓말이 잔뜩 적혀있는 글들을 읽고 그런 글들을 쓰고,
그렇게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는거지.
목 뒤가 뻐근하게 아파온다.
눈에 피곤이 감겨온다.
도대체 언제쯤 밤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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