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것은 산이 젊어, 모든 강이 끝없이 땅을 달려도 바다에 닿지 않을 적의 이야기이다.
그 시대에도 인간이 살았던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인간같기도 하고 짐승같기도 한 것들이 있어(지금에 우리는 그들을 요妖라 칭한다.)
그들이 밤의 주인이었으니 사람들을 해치고 길을 걸어다녔다.
지금의 세상에 그들이 없는 것은 한 행자의 보살행에 의해서라고 하였다.

연유야 지금의 우리들은 알 수 없으나,
한 행자가 불타 앞에서 세상의 모든 악을 물리쳐 사방을 평안하게 하리라 기원하였다고 한다. 
그 다짐이 얼마나 강했던지 행자의 눈에는 염마가 깃든 것 같았고 그 걸음걸음은 삭풍과 같아.
그가 불타 앞에 머리를 굽힌 뒤 오십년도 되지 않아 세상의 악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으나 
그 업의 잔혹함에는 보살마저 혀를 찰 정도였다고 한다.
 
 

천축은 그의 공덕이 크나 죄업 또한 깊음을 알아.
나한으로 삼지 않고 다만 후생에 천인의 왕으로 태어나 부귀영화를 누리고 깨달음을 알아,
미래불로 태어나길 바라였다.
하지만, 행자는 다만 세상의 평안을 바랐으니
지금 이 자리에 죽어 육신이 먼지처럼 흩어지길 원했다.
 
 

마침내. 대일여래의 광휘가 행자에게 닿자 행자의 미망은 씻겨 나갔으나,
죄가 깊었던 행자의 육신은 그대로 스러져 혼백마저 간 곳이 없었다.
 
...


불타가 입을 다물었기에, 우리는 그 뒤 행자의 간 곳을 알 수가 없다.
다만 이야기꾼 중에선 석가가 가섭의 앞에서 꺾어든 꽃이야 말로 그 행자의 전생이라 하는 자도 있어. 여기에 적어두는 바. 분명 행자에게 후생이 있다면 다시 한 번 그렇게 덧없을 것이리라.

이야기꾼인 나 또한 스스로의 죄 깊음을 알아
어떤 신의 위업으로도 구원받지 못함을 알고 있으니,
다만 소원으로서 단 한 명에게라도 위로가 되길 바랄 뿐이니.

세상에서 가장 검은 밤을 걸어갈 뿐이다.
누군가 지나간 뒤에라면 그 밤은 더 이상 가장 어두운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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