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월 모일.

어머님의 기별을 살피고 밭에 나가 하인들과 기장을 살피었다. 노대가 올해는 비가 잦지도 부족하지도 않아 기장이 잘 자랄 것이 틀림없다고 몇번이나 반복하였다. 오후엔 구방인이 인편이 보낸 편지가 왔다. 술과 고기를 대접하고 편지를 읽었다

모월 모일.

낮에 말을 보아달라는 사람이 왔다. 손대인 손대인 하며 내 분에 넘치는 선물을 가져왔기에 선물은 돌려보냈지만 말을 감정해주었다. 나보단 수도의 구방인이 명인이니 다음엔 그를 알아보오 하자. 어찌 천하에 백락선생보다 말을 감식하는데 뛰어난 자가 있겠소 하고 부끄러운 말을 했다.

모월 모일.

기장을 돌보는 중 사람이 왔다. 백락 선생. 하고 부르기에 고개를 숙였는데 구방인이 찾아온 것이라 왈칵 껴안고 구대인 어찌 기별도 없이 오셨소 하고 물었다. 말없이 웃기만 하여 밤새 술을 기울였다.
내 말을 하나 골라두었다오. 하더니 수도에서 본 말 중에 제일로 훌륭하니 선생께 보내겠소. 하며 웃었다. 싱겁기도 하다 그 친구. 어떤 말이길래 그토록 훌륭하오? 하고 물어보니 밤색의 암말이라오. 하고 대답했다. 새벽이 되자 곧 채비를 하더니 목공이 기다리시는 수도로 돌아가고 말았다.

 

모월 모일.

하루 종일 동풍이 불어 바람막이를 세웠다. 백락 선생은 귀하신 몸인데 어찌 이런 일을 직접 하는가? 하고 촌부가 묻기에 술을 꺼내 한 잔을 마시라 하고 주었다. 말을 보는데 최고의 명인은 이제 구방인이오. 내 하나 뿐인 벗이라오. 하고 말하자 촌부는 과연 과연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구방인이 보냈다는 암말이 도착하질 않았다. 수도에 돌림병이 돈다니 그 탓이 아닌가 싶다.

 

모월 모일.

수도에서 사람이 왔다. 머리에 끈을 동여매고 온 그는 곧바로 내 집 앞에 달려와 구방인이 병마로 숨이 경각에 이르렀으니 나를 모시러 왔다고 말했다. 소매를 묶고 여행 채비를 갖추기도 전에 또 한 명의 사람이 수도에서 와서. 구방인 어르신이 한시라도 빨리 백락 선생을 모시러 오라 하였다고 했다. 동구 밖을 건너자 멀리 이마에 흰 수건을 두른 사람이 보였다.

망연자실하여 수도까지 다녀오는데 손발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모월 모일.

목공께서 사람을 보내 이제 말을 알아보려면 누구에게 물어야 하냐고 전갈을 보내셨다. 이제 저는 말을 찾으러 가기 위해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없나이다. 멀리 수도를 향해 절을 드리고 서한을 인편에 전달하였다.


모월 모일.

구방인이 보낸 말이 도착하였다. 구방인은 밤색 암말이라고 하였으나 도착 한 것은 검은색 종마였다. 달리는 모습을 보니 역시나 천하에 다시 없을 명마였다. 잘 자란 기장 밭이 얼마나 푸른지 눈이 시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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