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물건들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아요?"라고 물어본 사람이 있었다.

그러게? 지금 내 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그런 경향이 있다. 내 책상에 앉아 왼쪽을 쳐다보면 형이 준 소품 그림이 있고. 

그 아래 플레이스테이션3,4가 상자처럼 쌓여있다. 그 위에는 물론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블루레이 소프트웨어가 몇개 더 쌓여있다. 야쿠자거나 야쿠자처럼 생긴 군인이거나 야쿠자처럼 구는 미국인이거나 하여간 그런 녀석들이 주인공이랍시고 사람들을 때리는 게임들이다. 

나는 준법 정신이 투철해서 이런 불법적인 폭력이 나오는 게임을 아주 좋아한다. 책상 위의 무인양품의 뻐꾸기 시계는 거의 정확하게 1년 정도 울지 않고 있다. 내가 이걸 왜 샀는지 잊어버렸지만 왜 멈춰놓은 채로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않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걸 돌보지 않게 된게 언제인지만 기억한다. "뻐꾹"하는 소리가 아주 귀여웠는데.


그 앞에는 그룹 이름으로 되어있는 크리스탈 상패가 있다. (내가 뭘 잘 했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런 걸 받았다) 그 옆에는 돼지 모양의 저금통 위에 냄비를 잡는데 쓰는 장갑이 올려져있다. 물휴지가 있네. 

옆에는 다크타워와 건축과 내러티브, 그리고 하버드 비즈니스 클래식 그리고 존 키건의 저작 몇 권이 쌓여져 있다. 실은 책이 마흔권 정도 "쌓여"있다. 내가 분명 여기 있는 책들은 "금방 읽을 책들"로 분류해 둔 것 같은데. 

이 책들보다 더 "아주 금방 읽을 책들"이라는 명목으로 바닥에 책의 탑이 생겨나고 있다. 제 1책의 탑, 제2 책의 탑...이 책의 탑들은 불길한 모르고스의 탑들처럼 남동쪽에 위치하는데, 너무 늘어난 나머지 이제는 대략 중간계에서 샤이어가 위치한 서쪽을 침략하기 시작하고 있다. 


책 앞에는 생수병과 코카콜라 제로 그리고 몇가지 잡동사니가 있다. 별거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내 약들이 다수(제길! 늙은이처럼 이렇게 약을 정기적으로 먹어야 하다니!) 그리고 기한이 지난 삼성카드의 명세서와 올해 5월에 끊은 병원의 영수증과 약들. 

그리고 1995년쯤 디즈니 랜드에 여행을 다녀온 사촌형이 사준 딱따구리 연필까지 있다. 잠깐 디즈니랜드에 가서 사온 건데 왜 딱따구리 연필이야?

일관성이라곤 없는 혼돈의 땅. 그냥 물건을 올려놓았으니까 책상인줄 아는거지 효율성이나 일관성은 하나도 없이 정리된 내 책상.


아직 바닥에 늘어져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포스팅에 혼돈이 가득하다.

비교적 동향인 내 방의 남쪽엔 옷이 가득차있는 행거가 있고 서쪽엔 세로로 놓여진 침대가 있다. 풍수지리랑은 아무 상관도 없지만  현관문 앞에는 분리수거를 해야할 쓰레기가 가득 쌓여있다.

매일 매일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방 때문에 고통받으면서도 방을 치우지 않고 있다. 그냥 침대에 누워 손을 뻗으면 닿는 연습장을 잡고 아래와 같은 문구를 적는다.


"모든 사랑은 사라지고 그 모든 것들이 고통이 되었다.

나는 고통들을 멈춰보려 했지만, 이미 너무 오래 전부터 나는 그 가증스러운 것들을 나 자신의 안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거짓말을 멈추지 못했다. 

그 거짓들은 바다에 치는 천둥아 작은 항구를 뒤흔드는 것처럼 나를 흔들어댔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전부 잊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단 한가지를 했다. 할 수 있는 모든 말들을 멈추고 그대로 있었다. 그게 다 였다"


And in the end, the love you take is equal to the love you made.


15년 12월 27일 비틀즈의 편곡 앨범 Reloved를 들으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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