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조금 더 가까이로 올래요?

내 말을 들어봐요. 아주 잠시만 말하고 두 번 다시 말하지 않을거에요. 나는 모자를 잃어버렸어요. 집에 있는 모자 중 머리에 맞는 단 한 모의 모자인데 말이에요. 그만 호텔에 두고 가져오는 걸 잊었어요. 저는 모자를 잃어버렸다는 걸 알고 이제 모자 없이 어떻게 울지? 하는 걱정을 제일 먼저 했어요. 당신이라면 무슨 말을 했을까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아무말도 저에겐 남지 않았어요.

우연히 몇 년 전에 썼던 문장을 똑같이 한 번 더 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긴, 꼭 어디서 내가 썼음직한 문장이었고, 나는 자기 복제를 반복하고 있었으니까. 똑같은 문장을 7년의 차이를 두고 똑같이 썼다는 것보다. 똑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다는게 문제다.

바보 같은 싸이클에 빠져든지는 한, 십년 쯤 되지 않았을까. 언제부터 잘못 되었는지는 알아도 어디서 부터 잘못 된 건지는 모르겠다. 한 쪽 끝을 꼬아 다른 한 쪽 끝에 연결 한 것 처럼 아무리 앞으로 열심히 나아가도 같은 곳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생각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기 때문에 삶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삶이 나아가지 않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 피곤해졌다. 결론만 말해보자. 나는 나 자신이 지겨워졌다.

홍콩은 오랜만이다. 몇 년 전의 나는 일년에 5,6번 정도는 홍콩에 왔었다. 홍콩에 왔다고 하는 건 좀 문제가 있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홍콩에 오면 대부분의 시간은 공항에서 보내고 가끔 고객과 미팅을 하거나 전철을 타고 심천으로 넘어가는데 시간을 보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홍콩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홍콩의 색감과 될 대로 되란 식으로 자라난 도심을 좋아한다. 맛없는 밥을 맛있게 먹는 이 나라 사람들을 좋아하고 이 곳의 밤 거리를 좋아한다. 홍콩의 밤거리는 특별하다. 이미 이 도시의 밤은 현대의 고전이나 다름없다. 내가 홍콩에 처음 왔을 때 밤 8시에 도착하여 아침 9시에 떠나는 일정이었다. 나는 무슨 생각인지 공항 철도를 타고 이름을 아는 아무 역(그렇다 커우룬 역이었다)에 내려서 밤새도록 홍콩을 돌아다녔다. 얼마나 신물이 났는지 다시는 홍콩의 밤거리를 돌아다니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었다.

심천에서 택시를 타고 홍콩공항에 가던 날을 기억한다. 흐리고 또 비가 왔다. 낡은 택시는 국경을 너머 골든 코스트를 지나는 9번 국도를 돌았다. 잠시 해가 개이고 볕이 들자 화물선이 떠있는 아름다운 바다와 길고 우아한 커브가 계속되었다. 뒷자리에 앉은 일행은 곯아떨어져 있고, 중국인 기사와 나는 할 수 있는 대화가 없었다. 나는 창 밖을 찍어보려 했지만 이런 종류의 순간은 평범한 재능으로는 담을 수 없다. 어쩌면 아름다움을 느끼는 재능과 사진을 찍어 공유 하는 재능은 전혀 다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진은 결국 개인적인 체험을 공유 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화하는 것 이겠지. 그 후로 몇 번 더 같은 루트를 타고 홍콩 공항을 갔고 시간대도 날씨도 달랐지만 나는 매번 같은 순간 감동하고 홍콩에 왔음을 실감한다. 그리고 똑같이 홍콩 공항에 도착해 홍콩을 떠난다.

나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홍콩을 좋아한다. 어쩌면 사랑한다는 감정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지겹도록 이 곳에 왔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홍콩”을 돌아다닌 적은 거의 없다. 홍콩 섬으로 넘어가 본 적도 몇 번 없다. 기껏해야 침사츠이를 돌아다니거나 쇼핑몰에서 밥을 먹거나 했을 뿐이다. 자주 가는 홍콩 중심가에 가까운 해변은 싫어할 수가 없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이 곳에 살지 않는 사람들도 모두 밤의 해변에 나와 먼 곳을 쳐다본다.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야경이 아름답기 때문이겠지만, 모여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모든 건 다 핑계이고 다들 외롭기 때문에 이렇게 모여있는게 아닐까 싶다. 누군가 홍콩은 불안정한 도시라고 했다. 쫓겨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100년 간 홍콩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의 완전한 타향으로 있었으며, 반환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들의 타향이 된 것 같다고.

나는 중얼 거린다. 네가 여길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라도. 나는 네가 여길 언제든지 떠나리란 걸 알아.

언제나 떠나야 하는 곳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나는 정말 홍콩을 홍콩 답게 사랑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정신차려보면 나는 항상 홍콩 공항에 있다. 가장 오래시간을 보낸 곳은 22번 게이트의 구석진 자리이다. 정해진 것처럼 반복된 행동을 한다. 하도 돌아다녀서 공항 구석 구석 모르는 곳이 없는 것 같다. 십년 동안 별로 변하지 않았으니까. 불편한 자리와 맛 없는 맥도널드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 공항 외진 곳에 누워 환승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거의 내 오랜 친구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맛 없는 음식. 내가 먹었던 음식 중에 가장 맛 없는 음식은 홍콩 공항 파파이스의 모닝 메뉴이다. 다행히도 더 이상 세상에 슬픔과 고통을 퍼트리지 않고 없어졌다.

싱가폴인과 이야기를 한다. 홍콩은 꼭 이스턴 싱가폴 같아. 싱가폴은 꼭 웨스턴 홍콩 같고.
싱가폴인은 웃는다. 지금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사람이 말한다. 그래도 음식은 홍콩보다 싱가폴이 훨씬 나아. 나는 좀 심술이 나서 아냐 홍콩 음식도 괜찮아. 라고 말한다.


이번엔 새로운 곳을 갔다. 침사츠이의 북쪽인 몽콕이다. 레이디즈 마켓이 있는 오래된 번화가이다. 와이파이를 빌려 쓰려고 잠시 들른 비즈니스 호텔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좁았다. 새삼 홍콩은 이런 곳이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서를 쓰고 저녁을 먹으러 나온 몽콕의 거리엔 사람들이 많았다. 홍콩을 열 댓 번 쯤 오는 동안 한 번도 몽콕에 온 적이 없었는데 침사츠이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홍콩이 고스란히 거기 있었다. 혼잡한 거리와 너무 많은 사람이 오래된 사진 처럼 어울려서 꼭 일부러 누가 그렇게 배열해 놓은 것 같았다. 오래된 건물 벽 너머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사라지고 쏟아져 나왔다. 목 없이 매달린 새와 돼지, 파인애플과 볶아지는 밥들 사이로 새로 런칭한 트렌디한 광고가 이층 버스에 실려 지나갔다. 연극처럼 연극의 배경처럼.
힙스터 플레이스가 따로 없네, 여기 오면 분명 좋아했을거야. 라고 생각하고 나는 곧 누가? 하고 생각한다. 무엇이? 왜? 어쩔수 없이 웃으면서 거리를 찍었다. 동영상의 마지막에 나는 “투머치 홍콩이다”라고 중얼거린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문장 그대로. 우리는 가끔 문장처럼 아프다.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참았다. 내가 슬퍼하는 이유를 생각 해 본다.

나는 항상 우리가 내려야 할 정류장이 되기 전에 잠에서 깨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우리가 사도들처럼 잠이 들어있어도 일부분이 깨어있어서 잘못된 정류장에서 깨지 않도록 경계하고 주의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세상에 내가 아닌 누군가가 -그것이 수호천사든 뭐든 적당한 이름을 붙여서- 항상 우리를 곁에서 지켜주고 있는 걸까? 우리는 모르는 스스로의 해악, 혹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사악함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말이지. 혹시 그렇다면 나는 정말로 아픈 질문을 하나 해야한다. 우리에게 정말로 우리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있을 수 있는 걸까? 우리가 평생 체험하고 삼키는 것은 오롯이 우리 자신이 아닐까.

공항에서 나는 주저 앉아, 깨진 그릇처럼 말이 흘러나오지 않기를 기도했다. 더 이상 말이 흘러나오면, 이 얼마 남지 않은 말마저 흘러나가버리면 내 안에 뭔가가 남기라도 할까?

1번 게이트에서 255번 게이트까지 끝에서 다시 끝으로. 홍콩 공항에서 시간을 보낼 때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공항을 이유없이 걸어다닌다. 공항 안을 걸어 다닌 시간이 세 시간이 넘어가자 기분이 좋아졌다. 책을 한 권 사고 물을 사고 젤리를 세 봉지 샀다. 이타이산 한 박스와 글렌피딕 두 병, 자바칩 프라푸치노를 벤티로 사서 마신다. 할만큼 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글을 쓰는 것 말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앞으로 무엇을 할지 정해야겠다.

22번 게이트의 구석 의자에 앉아 밤을 쳐다본다. 나는 언제나 여기에 앉는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여기에 앉아 보냈는지 모르겠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너무 많은 말들을 삼켜왔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나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소원이리면 유일한 소원일 것이다.

곧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모자는 없다. 비행기는 서서히 떠올라 만천이백미터쯤 되는 상공을 천오십킬로미터 쯤 되는 속도로 날아오를테지만 내가 우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목이 갈라질 것처럼 울고 모든 것을 잃은 사람처럼 울 것이다. 이렇게 서럽게 우는 것만이 무언가를 증명이라도 할 수 있다는 듯이.

그리고 항상 아무 이유 없이 울기 시작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갑자기 울기를 그만두고는, 내가 왜 혹은 내가 정말 그랬었는지 그 사실 조차 잊어버린 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자리를 일어나 걸어나갈 것이다. 어디로 향해 가고 있을 때만 내가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되새길 것이다. 나는 결국 (당신을 잃은 채로) 어디로도 가지 못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그걸 기꺼이 삼킨다. 또 나 자신을 한 번 더 뒤집어 쓴다.

밤이 깊고, 낮은 가까워져온다. 비행기가 뜰 시간이 되었다.

2018년 11월 19일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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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우리 집에는 집을 끊임없이 어지럽히는 키 188에 몸무게 92짜리 유인원이 하나 있고, 그를 저지하거나 그의 뒷처리를 하기엔 너무나 무기력한 A형의 30대 남자가 하나 있다.

거실에는 책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쌓이고 있다. 한 달에 10만원 어치만 사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한달에 30만원 어치 정도 사고 있다. 간단히 계산해보자, 대충 일주일에 소설이나 에세이면 세네권. 좀 집중해야 하는 책이면 1.5권 정도 읽으니까. 내가 한달에 읽을 수 있는 책은 대략 가벼운 책 15권 혹은 무거운 책 6권이다. 가격으로 계산해보면 가벼운책 12만5천원 어치 혹은 무거운 책 18만원 어치 정도.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이런 속도로 가다간 매달 10만원 어치 이상의 책 무덤이 생긴다. 1년이면 120만원, 가벼운 책으로 100권 무거운책으로 40권이다.

내 주요 생활 공간은 거실이다. 거실의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고 게임을 하고 운동도 거실에서 한다. 그래서 어지러지는 것도 거실이다. 어느날 내가 하는 집안 일 중에서 제일 무의미한게 뭘까 생각하다가 거실의 의자에 입고 난 바지를 쌓아두고 한 꺼번에 세탁하기 시작했다. 또 어느날 빨래를 다 하고 개는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빨래를 개지 않은 채로 소파 옆에 쌓아두다 한 꺼번에 개기 시작했다. 내 거실에는 신라의 왕릉처러 책의 무덤 바지의 무덤 빨래의 무덤이 있다. 

설거지가 싫다. 바닥을 청소하는게 귀찮다. 그러나 위생에 문제가 생기는 건 싫어서 매번 요리를 할 때 마다 세면대를 씻고 억지로 다이슨과 물걸레를 꺼낸다. 목욕 할 때 마다 스프레이를 칙칙 뿌리고 스윽스윽 솔로 여기저기 문지르고 욕조물로 휙휙 청소를 한다. 그럴 때 마다 집에 누가 놀러오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이 이상 깨끗하게 집을 유지 하는 건 어려울거야 하는 생각을 한다. 특히 저 책의 무덤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추석 전 맞이를 위해 냉장고를 청소 했다. 종량제 봉투 두개에 남은 식자재를 눌러 담았다. 무화과가 반이상 썩어서 눈물이 나왔다. 인간이 미안하다. 다시는 사 먹지 않을게. 하고 우르르 쏟아 담았다. 종량제 봉투가 다 떨어졌다. 오늘은 분리 수거를 하고 종량제 봉투도 사야지. 페트병과 상자를 안고 분리수거를 하러 간다.

내가 이 아파트에 이사온지 6개월이 넘었다. 그 동안 대략 28가구의 사람들 73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이 동에 40가구가 살고 있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좋은 성적은 아니다. 출근하는 시간도 퇴근하는 시간도 좀 차이가 있어서 그런지 자주 부딪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대체적으로 중학생 이하의 자식들이 있는 가족이다. 젊은 부부들도 있고 손자를 봐주는 노부부도 있다. 외국인도 두 가구가 있다. 내가 이사 온 후 이사를 가고 온 집은 3가구, 6개월 동안 3가구라니. 이론적으로 모든 가구가 전세라면 한달에 두 가구 정도는 항상 이사를 가야하는데 그렇지 않다. 대부분 이 오래된 아파트에서 자가로 살고 있는 걸까? 외국인은 분명히 전세일텐데, 나 말고 전세가 세 가구? 나는 너무 자세한 걸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사람들의 대체적인 인상만 남기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종량제 봉투까지 담아서 버리니 역시 봉투를 사러 가야겠다. 사실 오늘은 감기로 연차를 썼다. 오늘이 아니면 이번주 내내 아플 수 있는 날이 없다. 나는 다음주 추석 연휴에 이어서 쓴 휴가도 취소하려고 생각 중이다. 여름 휴가를 결국 안 쓰게 되었다. 어차피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았고 집에서 책이나 읽었을게 틀림없다.

바닥청소에 대해서 생각하자. 지금은 먼지를 대충 털고 다이슨으로 바닥을 청소하고(여기까지 몹시 스무스하고 쾌적하다) 물걸레로 바닥을 민다. 쾌적한 부분인 진공청소기 돌리기 까지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바닥을 닦지 않는다면 앞의 두 공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데 물걸레로 바닥을 미는게 싫다. 싫은 걸 정당화 하기 위해 물걸레 청소기를 검색해본다. 시집가기 전엔 안 살래요. 하고 속으로 다짐하고 쇼핑몰을 닫는다. 어차피 시집은 무리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사는게 좋지 않을까. 

정리 하겠다던 책 방과 옷 방은 하나도 진척이 없이 그대로 지저분한 채로 있다. 컴퓨터 위엔 연습장을 북 뜯어서 휘갈겨 적은 유서가 있는 것도 그대로 이고, 이 박스에 있는 건 다 버릴거야 하고 마음 먹은 책 상자는 날이 갈수록 무거워져간다. 곧 내 힘으로 혼자서는 집 밖으로 옮기지 못하게 될텐데 어쩌지. 책 상자가 무거워지는 것보다 마음이 더 무겁다.

동네 마트에 가보니 종량제 봉투를 꾸러미로 팔지 않는다는 소리를 하신다. 아 그러면 낱개로 스무 장만 주세요. 라고 말하니까 얘기를 못알아들으셨네 아저씨 하는 표정으로 저희가 그렇게 봉투를 많이 안 갖다놔요. 다섯 장만 드릴게요. 하고 다섯 장을 준다. 나는 그럼 종량제 봉투를 어디서 사죠? 라고 말했더니 앞으로 여기 와서 쇼핑하면서 매번 종량제 봉투로 봉투 해가면 되시죠. 하고 말한다. 나는 환하게 소리없이 웃고 포카리 스웨트와 우유와 종량제 봉투 다섯 장을 받아서 마트를 나간다. 이 정도 웃음이면 누구라도 아들이나 남동생이나 대학시절의 남자친구를 떠올릴 그런 웃음이 아니었을까 하고 자평했다.

집에 가면 쓸데없는 단문을 쓰고, 우유를 마시고 또 드보르작이나 듣다가 운동을 하고 자야지. 꼭 동전을 주머니에 가득 넣은 아이처럼 집으로 갔다.

누구도 내가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아무한테도 사랑받지 않고 있는 사람이란걸 모를 정도로. 밝고 명랑하게 걸어갔다.


18년 9월 17일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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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삶에서 그가 잘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불행해지는 일 뿐이다"

쿳시의 소설을 욕조에서 읽다 웃었다. 뭐라도 들어야지 싶어서 유투브를 틀었는데 드보르작이 나왔다. 신세계에서가 왜 나오는거야 맙소사. 우르르쾅쾅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머리를 물에 넣었다. 머리 끝까지 따뜻해지고 곧 숨이 막히는 지점이 오겠지.

나는 물 안에 잠긴 사람처럼 아무런 할 말이 없다. 요즘엔 혼잣말도 하지 않는다. 머리가 텅 빈 사람 처럼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책을 가득 쌓아놓고 하나하나 읽는 이유는 내 안에 아무 문장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무엇으로라도 채워보려는 노력이다.

집에 산더미 처럼 책이 쌓여져 간다. 또 그럭저럭 지지 않는 속도로 책들이 치워친다. 하지만 글자들은,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말들은 하나도 내 안에 고이지 않고 어딘가로 흘러나간다. 통장에 난 구멍만큼이나 커다란 구멍이 신경 어딘가에 나 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소설을 읽지 않았는데 소설 몇 권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모래에 물을 뿌리는 것처럼 내 안으로 글들이 빨려들어가지만 어디로 빨려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 사라진다. 나는 그게 어디로 가버리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나는 할 말이 없다.

한 때 소설은 나의 육신, 서사는 나 자신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때는 내가 이야기로 만들어진 인간이라고 확신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껍데기처럼 철컹거리고 텅 빈 울림 소리나 내고 있는 요즘은, 역시 인간은 탄소와 물로 이루어져있는거지 하고 생각한다. 

옛날의 사람은 대충 사람이 흙과 바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었나보다. 흙을 모아 모습을 이루고 거기에 호흡을 불어넣으면 불완전 하나마 생육하고 번성하는 무언가가 생겨나다니, 황금시대로다 좋은 시대로다. 지금의 사람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오랜 기간의 사회화와 재정적인 노력, 공동체의 지원과 부모의 여러가지 뭐시기 등. 신품의 인간이 아닌 나는 내 몸을 구성하는데에 이야기가 조금쯤은 섞여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희망적인 생각을 해본다. 아무렴 그렇고 말고 그렇게 변명해 보라지.

내가 뭘 했더라. 회사의 일이 아닌 것들은 집중을 해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해낼 수 있다.

이런 일이 있었다. 어제는 마켓 컬리로 실리콘 얼음틀을 주문했다. 공룡이나 바다생물들 모양 대로 얼음을 얼릴 수 있다. 나는 커다란 컵에 고래 얼음을 넣어 마시고 싶다는 이유로 얼음틀을 사서 고래와 돌고래와 거북이와 하여튼 이것저것을 얼렸다. 커다란 컵에 넣고 물을 넣어봤는데 생각만큼 예쁘진 않았지만 지금 고래 얼음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먹고 있다. 만족하고 있다.

이런 일이 있었다. 얼마 전엔 아는 사람을 닮은 사람을 봤다. 얼마나 닮았냐고 묻는다면, 15%정도 닮았다. 나는 그 15% 정도 닮은 그 사람이 신기해서 커피를 한 잔 다 마시는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사람을 쳐다봤다. 동행한 과장님이 아는 사람이에요? 뭐 그렇게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보세요. 이래서 생판 남입니다. 혹시 고소 당할 여지가 있을까요? 하고 물어봤다.

이런 일이 있었다. 누군가 아구찜 보다 맛있는걸 드세요. 라고 말했는데 오늘 아구찜을 시켜먹었다. 평소에 시켜먹는 곳과 다른 곳이었다. 달고 짰다. 아구찜 다시는 먹지 말아야지 하고 몇 번째로 다짐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일이 있었다. 자격증 하나 따두려는게 있어서 추석 때는 그걸 공부해야지 생각했는데 그만 그게 수강생 부족으로 폐강이 되었다. 꼼짝 없이 추석때 아무 것도 안하게 생겼다. 

이런 일이 있었다. 도미노에서 나온 파인애플 피자, 큰 판 시켜서 두 조각 먹고 나머지 얼려놨더니 정말 잘 먹고 있다. 얼마나 잘 먹었는지 토요일 아침으로 남은 6조각을 다 먹었다.

그래, 이런 일이 있었고 또 뭐가 있었지. 잘 모르겠다. 내가 또 무슨 할 말이 있었지. 나는 왜 어디도 걸어다니고 싶지 않은 거지. 어제 새로 나온 게임을 하다가 미술관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 부분을 플레이 하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나 미술관이랑 박물관을 좋아했다니 참 웃기는군. 하고 플레이스테이션을 끄고 잠을 자러 갔다. 그래 이런 일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쓴 어떤 말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니다. 단지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 뿐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나는 상실이나 불행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정말로 무엇을 잃어버렸다면, 그것을 잃어버렸다는 것조차 모를 것이다. 건조기에 돌린 침대보를 안고 나오는데,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다. 얼굴을 파묻고 잠시 숨을 멈춰보았다. 이것이 오늘의 유일한 좋은 일이었다.


18년 9월의 16일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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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당신에게 전하려 하지만. 왜 아름다운지는 너무 길어 쓸 수가 없다.
잃어버린 문장은 돌아오지 않고, 심상은 그대로 남아 저기 밤 어딘가를 헤매인다. 똑같은 꿈이 몇 번이나 반복되고, 어떤 심상이 낮의 나에게까지 다다른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정경은 세상의 끝이 틀림 없다. 하늘은 어둡고 세상은 온데간데 없이 땅그늘 저쪽 지평선도 보이지 않는 곳에 내가 있다. 군데군데 불그스러미, 나무는 검게 타고 희게 말라붙은 땅 위에서 그 뿌리는 타닥타닥 소리를 낸다. 불씨가 피어오르고 재가 눈처럼 흩날려 하늘을 하얗게 채운다. 손가락에 불이 붙을 것처럼 잔불들이 피어오르고 또 사그러든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 들판이 불타오르고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들판엔 필시 나 말고 아무도 없을 것이다. 숨도 쉴 수 없게 매캐한 연기와 타는 냄새가 가득하여 나는 무심코 입을 열려다 입을 열어선 안된다는 걸 깨닿는다. 입을 벌려선 안된다. 입을 벌리면 입 안에 재가 들어와 불이 붙을 것이다. 어떠한 말도 해서는 안된다. 나는 급히 하려던 말을 멈추고 입을 다문다누군가가 나에게 속삭인다. 봐,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나는 이제 조금 두려워

....

저는 요즘 매일 새벽 3시가 되면 잠에서 깨어납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는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울면서, 때로는 소리를 치면서 잠에서 깨어납니다. 아무런 소리 없이 조용히 잠에서 일어나는 때도 있습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아마 매일 아침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쩌면 아구찜을 너무 많이 배달시켜 먹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밤은 깊고, 제 집에는 저 외엔 아무도 없습니다. 벌레도 없는 19층의 집은, 다 먹은 하겐다즈 통과 아보카도 껍질의 원한에 찬 소리 외엔 고요하기만 해서 제 울음소리와 숨소리 외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제 울음소리는 꼭 우리에 갇힌 커다란 짐승의 소리 같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우는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아마도 겁을 먹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견딜 수 없이 무서워진 것이지요. 저는 세상에 저 혼자만이 남아있는게 아닐까 의심하고 마지막 한 사람이 된 기분을 만끽하면서 오열합니다. 얕은 내세에라도 온 듯이 밤은 아무 소리도 없이 또아리를 틀고 어딘가에 구멍이 난 것 같은 바람 소리만 들려오는데 저는 누구에게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합니다.

아주 견딜 수가 없을 때는 글을 찾아 읽습니다. 한참이나 글을 읽고서야...저는 안심하고 다시 잠이 들 수 있습니다. 그 문장들이 저를 상처입힐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읽습니다. 그 글은, 기도문도 아니고 시도 아니지만 유일하게 저를 안심시킵니다. 

누군가가 때때로 이 별이 둥글다는게 얼마나 안심이 되는 일인지, 라고 에세이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는 세계 건넛편에 어딘가에 “내일”이 있다는 점에 기뻐하고, 또 “오늘”이 오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세계 건넛편이 있다는 점에 안심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사람은 정말 별 거 아닌 사소한 것에 안심한다는 점에서 먼 조상인 쥐들이랑 별로 다를바가 없는 것 같아요. 쥐와 토끼들은 항상 서로의 체온을 확인하기 위해 머리를 모아서 잠이 든 답니다.우리가 그러는 것처럼 말이에요. 우리는 세계의 반댓 편이라도 거기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하죠.

두 번째 잠은 항상 더 수월 합니다. 밤의 저와 낮의 제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처럼 두 번째 잠의 저는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내려고 하듯이 빠른 속도로 세계를 돌아다닙니다. 비가 오는 절, 오래된 건물들. 남쪽으로 향하는 기차. 서울의 구석진 곳. 때로는 교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리들.

저는 미술관 앞에서 기다립니다. 커피를 사서 앉으면 옆에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나란히 앉아서 냄비 요리가 끓기를 기다립니다. 메뉴를 주문하고 신기한 라떼를 마시고, 창 밖을 바라보고 또 걸어갑니다. 꿈은 혼란스럽습니다. 손을 잡고 이마의 냄새를 맡고. 서늘한 손등이 제 팔짱을 끼고 저는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합니다. 옆에 서있는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가장 아름다운 문장만을 찾아서 읽습니다. 공항에서 저는 전화를 걸고 선물을 사서 소파위에 놓아둡니다. 뛰어가는 사람을 종종 걸음을 쳐서 쫓아가고. 꽃을 사서 지하철을 탑니다. 로비의 구석에서 농담을 생각합니다. 어디 있어요 지금 거기로 갈게요 뭘 하고 싶어요 저는 똑같은 꿈을 다른 방향에서, 다른 꿈들을 모두 똑같은 의미인 것 처럼 꿉니다. 저는 이 두번째 꿈을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말로 할 수 없는 그 모든 소원을 담아서 꿈을 꾸지만 거기서도 나는 보고 싶었노라고 말을 하지는 못하고 다만 손을 뻗어 이마를 만집니다.

저는 매일 아침 한 시간 정도를 걸어서 출근합니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꿈은 이야기의 영역이고, 이야기 속에서만 자신을 인식할 수 있게 되면 사람은 이야기 자체에 떠내려가게 됩니다. 하지만 걸어서 회사를 나가는 그 시간을 통해서 저는 꿈과 현실을 분리해냅니다. 나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내가 더 이상, 스스로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게 되기 전에 저는 이야기를 자신의 닻으로 삼고 아침의 산책을 현실과 이야기를 분리하는 강으로 삼습니다.

잠에서 깬 저는, 밤의 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가끔식 들이차는 눈물이나 숨이 막히는 느낌도 그저 딸국질이나 하품이나 다름없이 저는 물 한 잔을 마시거나 가까운 공원에 걸어가 야외의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돌아갑니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출근하고 투덜거리고 말합니다. 일이 끝나면 걸어서 집에 돌아갑니다. 석양을 보고 문득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것을 입에 담지 않습니다. 어떻게 아름다운지 설명 할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말을 들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에도, 똑같이 새벽 3시에 일어나 자신을 상처입힐 문장들을 읽습니다.

그리고는 전과 그대로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출근하고 투덜거리고 말합니다. 저는 그 글들을 너무나 사랑하여 무심코 정신을 집중해서 글을 읽으려고 하지만 너무 자세히 읽어서는 안됩니다. 딱 잠이 완전히 깨지 않을만큼 거기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을 확인하고 저는 눈을 감습니다. 

세계 건넛편에 일어난 일인것처럼 멀고, 또 어떤 것도 저에게 닿지 않습니다. 어째서 새벽 3시인지 생각해봐도 연유를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태어난 시간을 모릅니다. 누가 일부러 지운 것처럼. 어머니는 묘시쯤이었을거야, 라고 말하지만 정확하지 않습니다. 제 사주는 불을 타고 나서 어디에서 사주를 보든 인생이 무난하고 부유하게 큰 병 없이 오래 행복하게 사는 사주라고 합니다. 나쁜 사주가 나왔을 때 누가 나쁜 사주라고 말을 할까만. 

언젠가 평범하게 좋은 사주라고 얘기를 듣던 때 궁금증이 들어서 제 생시가 묘시이거나 인시이거나 하는거에 따라 제 사주가 많이 바뀌나요? 하고 묻자 사주를 보는 노인은 달라지는 건 별로 없지 근데 너는 인시에 태어났으면 다른 사람은 구하겠지만 스스로 자신을 구할 수는 없어. 라고 말했습니다. 


....

이번에야 말로 저는 결심을 하고 대답도 없는, 전해지지 않을 그 말을 합니다. 나의 말은 내가 듣고. 그 어디에도 전해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가도 똑같은 꿈이 몇 번이나 반복 되고 어떤 심상이 밤으로 이어집니다. 잔불의 꿈은 저를 태워갑니다.

그리고 그대로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려 흰 것이 입안에 내려앉기를 기다립니다. 이윽고 잔불을 품은 그 재는 눈처럼 가볍게 혀 위에 내려앉을 것이고, 비단을 찢는 소리를 내며 제 혀를 태울 것입니다. 제 혀는 죽고, 곧 썩어 검게 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만. 그 맛은 분명 달콤하기 이를 데 없을 것입니다.


18년 5월 11일 밤의 글.


명나라 때 진 모 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영특하고 행색이 단정하여 벼슬길에 나아가면 큰 인물이 될 거라 소문이 날 정도였으나 이상하게도 벼슬길에 나아가질 못하고 서른이 되도록 진사에 머물러 있었다.

본인도 세간의 평가와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바, 온갖 방법을 강구하여 관직에 오르려 했으나 잘 풀리지 않아 살림은 기울고 단정했던 외모도 초라해져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밝은 표정으로 장터에 나타나 비싼 술과 고기, 그리고 비단을 사기에 그의 친구들이 간 밤에 무슨 좋은 기별이라도 있었는가 하고 물으니 진 모는 아니 글쎄 어젯밤 집 근처에서 귀인을 만났어. 라고 말하였다.

이마가 곧다랗고 눈이 커다란 것이 분명 훌륭한 이였는데 나보고 지금은 시골의 촌부지만 장차 높은 자리에 올라 가문을 빛낼 것이라고 하고 가시더군. 곧 수도에서 좋은 소식이 올테니 걱정마시오. 하며 아무래도 내가 벼슬길에 오를 건가 보이.

친구들은 책상을 치고 웃으며 자네 놀림 받은 것은 아닌가. 그것은 꿈이 아닌가 하고 말했지만 만면의 희색이 가득했던 진 모는 아랑곳 하지 않고 집에 달려가 수도에서 손님이 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비단으로 새 옷을 짓고 좋은 술을 따라두고. 그러나 그 날 진 모의 집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그를 꿈에서 장원에 급제한 사람이다 장원공이다 라며 놀려대기 시작했고 진모, 아니 장원공은 낙심한 듯 보였지만 귀인을 만난 것은 사실이었는지 아침 저녁으로 집안을 쓸고 책을 읽고 용모를 단정히 하며 손님을 준비했다.

그러기를, 3년. 장원공에게 손님은 오지 않았다.

가세가 기울어 더 이상 좋은 술을 준비할 수 없던 장원공은 장터의 놀림꺼리가 되었고 그는 대신 종이꽃과 깃발 같은 잡동사니를 사서 집을 치장하기 시작했다.
장원공, 장원공. 아이들은 종이 꽃을 가득 사 집으로 가는 그를 보며 놀려대기 여념이 없었고 그는 점점 야위여갔지만 어째서인지 단정한 얼굴만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기를, 또다시 3년.

어느날 동문수학하였던 그의 오랜 친구가 장원공을 방문하였다. 집은 황폐하고 문은 부숴져 있는데 온갖 화려한 잡동사니가 장원공의 집에 가득하였다.
친구는, 놀랍도록 단정하고 평온한 얼굴의 장원공에게 소식을 들었다. 격조해서 미안하다. 라고 말문을 튼 후. 이제 그만 하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말을 하였다.

자네는 재주가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인데 어째서 이렇게 세월을 보내는가. 집안을 잡동사니로 가득 채우고 장터의 웃음소리가 되다니.

친구는 다정하나 엄하게 장원공을 꾸짖었다. 장원공은 오랜 친구의 질책에 몹시 괴로운 듯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친구가 돌아간 후, 장원공이 세상을 떠나는데에는 달포가 걸리지 않았다. 집을 차마 치우지 못해 아직 종이꽃이 가득 남아있는 장원공의 집엔 그리 많은 사람이 모이진 않았다. 그를 마지막으로 만난 친구는 누구보다 슬퍼했다.

그리고 2달 후, 수도에서 사자가 와서 진 모를 찾았다. 6년전 암행 중에 이 고을에서 그를 보았던 태자가 그를 좋게 보아 새로운 관청을 세우게 된 올 중추절에 그를 등용하겠노라. 하고 물론 사자가 만난 것은 그의 쓸쓸한 무덤 뿐이었고 사자는 그의 집에 사람이 없었다는 증거로 그의 집을 가득 채웠던 종이꽃 중 하나를 들어 수도로, 태자에게로 돌아갔다.

나는 이 이야기를 생각할 때면, 장원공 진모의 종이 꽃을 떠올린다. 오지 않는 소식을 기다리며 잡동사니로 자기 자신을 가득채우고 또 텅비어버렸던 사람의 마음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길 바라며. 다만 고개를 숙이고 입을 틀어막고 아무 말도 새어나가지 않기를 바라한다.

17년11월1일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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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위성 카시니는 토성과 그 위성을 탐사하기 위해 97년 발사되었다. 금성과 지구, 그리고 목성 사이를 떠돌다 2004년 토성궤도에 진입하여 13년간 그 탐색을 계속하다 17년 4월 토성의 고리 맨 안 쪽을 조사하는 그랜드 피날레 궤도에 진입. 동년 9월 15일 토성의 대기에 돌입하여 별의 일부가 되었다.

17년의 10월 4일인 오늘, 그저께는 K와 저녁을 먹었다. 어제는 소설 한 권을 들고 바를 돌아다녔다. 김렛을 시키고 카운터에 앉아 메모장을 열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나오시마 여행기의 후편이었다.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두 가지 질문을 한다. 첫 번째는 이것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글을 쓰는가...>

나는 술을 한 잔 더 시키고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오늘은 혼자서 다른 가게에 가기로 한다. K는 어제 귀국했다. 그래서 나는 술을 마시며 이번 교토의 여행기를 쓰기 시작한다.


- 술

나는 칵테일 중에는 김렛을 많이 마신다. 문학적인 이유입니까 라고 한다면 딱히 그런 것은 아니다. 슴슴하지도 시지도 상쾌하지도 않은 그 묘한 경계선의 향이 좋다. 나도 술을 시작한 것은 소주였기 때문에 너무 단 술은 좋아하지 않는다.

김렛은 크게 보아 진 베이스로 구분되는데 그 유명한 마티니(베르무트를 반 섞는다)도 진토닉도 김렛도 금주법 시대의 느낌이 나는 톰 콜린스도 모두 진 베이스이다. 유럽에서 크래프트 진의 붐이 일어난 것은 09년 경,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다는 술의 제법이 공인되어 명문화 된 것은 08년이 되서야였다고 한다.

모든 술은 세금의 역사이기 때문에 술의 제법은 거의 세법이 정한다. 하지만 곡물의 증류주, 즉 싸구려 재료로 대량으로도 만들수도 있어서 대충 대충 사탕수수로 만들면 럼이고 곡물로 만들면 진이지 하하하 하는 식으로 생산(알콜 도수는 40%정도로 조정한다)되고 판매되어 왔기 때문에, 다시 말해 국가에서 일일이 신경써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싸구려 술이었다. 

아직도 쥬니에브르 혹은 쥬네바는 네덜란드의 오리지널의 약용술 스타일을 뜻하지만 많이 퍼진 것은 영국 스타일의 드라이한 진. 크래프트 진 쪽은 여러가지 약초 예를 들어서 크랜베리 나 제라늄 같은 걸 쓰기도 하는 것 같다. 영국에서 진의 위치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그래 진로의 빨간 뚜껑 소주 정도 였던게 아닐까 싶다. 역시 술 또한 그 태어난 지역, 사랑 받은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 후에도 오랫동안 칵테일의 베이스 정도로 오래 쓰이다 요즘에는 특정하게 정해진 형태가 없다는 점 때문에 로컬 크래프트 진이 많이 생겨나 진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난 모양이다.

우연히 들어간, 아니 거짓말이다 오후 3시부터 이미 오늘은 낮부터 술을 마셔야지 하고 마음 먹고 호핑할 술집을 찾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호텔에 반납하고 술집이 많은 시죠를 거쳐 폰토쵸, 모토마치 쪽으로 뛰다시피 걸어갔다. 오후의 햇살이 남아있을 때 구석 3층의 바에 올라가 유일한 손님으로 카운터에 앉았다.

추천이 있을까요. 라고 묻자 나온 술은 와사비 잎을 올린 진토닉이 나왔다. 

기본에 충실한 진토닉이지만 향은 압도적이다. 진하기 때문에 압도적이라는 것이 아니다 와사비 뿌리보다 더 맑은 물에서나 수확이 가능한 잎와사비의 향은 맵지 않다. 맑다.

과연, 술도 결국 그 지역의 특산물이라는 걸까요. 굉장한 향이군요.

마스터는 아주 살짝 웃는다.

나는 연달아 술을 시킨다. 이미 바 호핑을 하겠다는 생각은 버린지 오래다. 이 다음은 김렛을, 그리고 그 다음은 앱생트를 베이스로 한 마스터의 추천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꼬냑을 베이스로 한 술을 시킨다. 향의 미묘한 부분을 캐치해서 그걸 얘기해주면 그럴 수록 마스터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향을 가진 술을 만들어주었다. 나는 되지도 않는 외국어로 낄낄거리며 마스터의 술을 칭찬한다.

계산을 하고 일어서려는 참인데 마스터가 명함을 건낸다. 나도 명함을 공손히 받는다. 실은 저는 이 가게 이름을 읽는 방법도 모르겠습니다. 하고 웃었다

아직 오후 6시가 막 된 참인데. 예정은 있으신가요.

꽃이라도 사러 갈까 싶어요.

네 꽃을 사러 갈 생각입니다.


- 미소

K와 스페인 요릿집의 카운터 자리에 앉아 칠레 와인을 마신다.

우리는 이미 엉망으로 취해있다. 모츠나베를 파는 작은 가게의 카운터에 앉아서 맥주를 각 두 잔씩 마시고 나베를 한 번 더 시켜서 두 잔을 더 마셨다. 오이무침이니 뭐니 하는 안주를 잔뜩 시켜서 먹고 마시기를 반복한다. 가게에서 나왔지만 비는 많이 그쳐있었다. 

아직 돌아가기엔 시간이 이르다. 아쉬워져서 칵테일을 마셨다. 외국인으로 가득한 가게에 들어갔지만 노래는 시끄럽고 칵테일은 이름만 봐도 싸구려 리큐르로 말았다. 잔당 860엔. 좋은 칵테일을 마시기엔 너무나 싸다. 옆 자리 러시아인들은 너무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K의 이마를 쳐다본다. K는 신기할 정도로 각도에 따라 얼굴이 달라져서 쳐다보는 재미가 있다. 되는 대로 싸구려 칵테일을 한 잔씩 들이켰지만 역시나 입만만 버릴 맛이었다.

어쩌지 하고 가게를 나왔지만 아직도 숙소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축구를 틀어놓은 밝은 가게로 들어갔다. 역시나 여기도 외국인이 가득하다. 나도 외국인이지 나도 외국인이지. 하고 일본어로 칵테일을 두 개 시켰다. 여기 무한정 마실 수 있는 플랜이 있는데요, 라고 메뉴를 가리키니 선배 여기 칵테일 무한정으로 마시고 싶으세요? 라고 반문하길래 싸구려 칵테일을 두 잔씩 들이켰다. 역시나 싸구려는 싸구려였다. 입 맛을 계속 버렸다.

아까 비가 오니까 나베를 먹어요. 라고 말한 뒤 검색을 돌리기 시작했다. 교토는 항상 혼자 왔기 때문에 맛있는 가게가 어딘지 잘 모른다. 대충 아무 가게나 들어가 밥을 먹고 종일 걸어다니고 절을 보는게 내 교토 여행이기 때문이다.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에서 모츠나베 가게 두 개를 찾아냈다. 맛있는 집인건 사실일텐데 전화를 돌려보니 예약이 가득차있다. 급해진 나는 검색어를 바꾸다 아까 찾은 가게의 분점을 찾아낸다. 여기다 싶어서 예약을 걸고는 백화점의 로비에 앉아서 K를 기다린다.

종일 걸어다녔고 저녁을 같이 먹을 줄 몰랐기 때문에 피곤한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 연기를 하는게 힘들었다. 시간이 남아서 백화점의 지하층에서 꼭대기 층까지를 왔다갔다 돌아다녔다. 그것이 무의미하게 체력을 낭비하는 일이란 것을 그 때는 몰랐다. 비는 생각보다 많이 내렸다.

정확히 시간에 맞춰서 도착한 K는 내가 비오는 날 무슨 고생이야 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됩니다. 하고 한 번도 찾아가지 않은 가게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아니 실은 예약을 해두고 딱 중간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그래서 그 중간 이후에 아주 좁은 골목길에서 현지인들과 몸을 좁게 구기고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골목길 두 개를 지나고 모퉁이 세 번을 돌아 찾아봐야 작은 나무 간판을 볼 수 있다. 일행의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여기에요, 라고 뒤를 쳐다보는데. 왜인지 K는 웃고 있었다. 

오늘 교토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나는 오전 혼자 교토의 외곽 루리코인에 가서 그 유명한 창문을 찍었다. 예정에 없이 방문한 루리코인이지만 어차피 교토는 너무 많이 와서 어디를 가야할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 가지 않은 곳이 남아있다는게 더 놀라울 정도였다. 나는 그 창의 이야기를 하려다가 K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K의 이야기는 술에 취하든 취하지 않았든 아주 자연스럽게 계속 이어진다. 밤을 새도 한 순간도 끊기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한다. 나는 재미있어하기 시작한다. 길게 이어지던 K의 이야기가 어느새 커다란 원을 그리기 시작하고 그가 정말로 생각하고 있는게 무엇인지 깨닫는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K는 취했다. 나는 술이 깨기 시작했다. 와인을 마시면 머리가 아프고 나는 술이 아주 쉽게 꺤다. 괜찮아요 선배 얼굴이 엄청나게 빨간데. 그것은 제가 홍인종이기 때문입니다. 홍인종 인디언, 네이티브 아메리칸. K는 너무 오랜만에 듣는 단어라는 듯이 중얼거리더니 안주를 시킨다. 안주는 올리브와 문어 타파스.

이야기는 원을 그린다. 다양하게 이상한 소리와 헛소리를 한다. 나도 K도 이제 못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이상한 소리를 주어섬기기 시작한다. 오늘 밤은 이게 마지막이다 우리는 이걸 마시고 K와 나는 언제 취했냐는 듯이 똑바로 걸어서 사거리에서 헤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K와 나는 같은 손등을 가진 사람이다. 우리는 많은 부분이 같고 아주 작은 부분이 다르다. 나이아가라 폭포와 캐나다의 리조트와 일본의 여행과 오늘 걸어다닌 이야기와 서로의 날씨 경향에 대해 이야기하고는 또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한다. 아무리 화제를 바꿔도 서로는 막힘없이 서로 딴 소리를 해댄다.

표정을 만드는게 귀찮다는 듯이 K는 되는대로 지은 표정을 짓고 있다. 나는 그제서야 그날 처음으로 웃는다.


- 꽃

교토의 꽃이라면 사라쌍수의 꽃이려나, 헤이케이 이야기는 그 첫머리 "기온정사"에서 이렇게 읊는다.


祇園精舎の鐘の声 기원정사(祈園精舍)의 종소리 諸行無常のひびきあり 제행무상의 울림 있으니

沙羅双樹の花の色 사라쌍수의 꽃의 빛깔 盛者必衰のことわりをあらはす 성한 자 필히 쇠한다는 이치를 드러낸다


사라쌍수란 석가모니의 열반시에 그 동서남북에 서 있었다는 사라수 나무를 뜻한다. 아열대에 가까운 인도의 나무가 교토에서 관리되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힘든 관리가 필요한 모양이다. 실제로는 거의 노란 색 혹은 붉은 색을 띄나 교토에서 자라는 사라수 꽃의 빛깔은 희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아열대 기후에서 피어나는 꽃이라 초여름인 6월에 잠시 아름답고 풍성하게 피어나지만 쉽게 변색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성자필쇠의 이치를 나타낸다고 하는 것일까. 그러나 반대로 불교식 장례에서 쓰이는 종이 꽃의 모델은 사라수 꽃이다. 그렇다면 그 종이 꽃은 영원하다고 할 수 있을까.

교토는 일년 내내 꽃이 핀다. 아마 오래된 귀족 취미와 정원 문화에 의해서겠지만 겨울인 12월, 1월에도 남천이 만개하고 백량금이 피어난다. 봄은 말할 것도 없다 매화가 지자마자 복숭아 꽃이 피며 영산홍이, 사라쌍수가 여름이 시작하면 도라지 꽃. 가을이 시작되면 베고니아, 털머위, 사가키쿠가 피어난다. 그러나 일년 내내 피어나는 꽃은 당연히 없다. 사람들은 꽃이 피어나고 짐을 보며 생명의 유한함을 생각하고 생명이 이어짐을 떠올렸다.

꽃은 매년 같은 모습으로 피어나지만 사람은 서로 닮지 않는다. 하고 읊은 사람이 있었다. 그것은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는 뜻일 것이다. 

곧 사라질지도 모를 꽃을 매년 매 계절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시간이 꽃과는 다르게 흘러가기 때문일 것이다.


- 밤

아직도 내 일부는 교토의 밤 거리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 이미 한 달이 훨씬 지나서 계절이 바뀌기 시작했는데 내 유령은 초가을의 옷을 입고 기온의 시조와 산조를 거쳐 카라스마루의 사거리를 돌아다닌다. 밤의 엘리펀트 팩토리와 이쿠보시를 들르고 다리 위에서 멍하니 달을 쳐다보고 밤을 생각한다.

내가 아는 밤은, 키가 크고 단정한 이마와 눈썹을 하고 있다. 흰 얼굴을 하고는 달처럼 웃는다.  곧은 손목과 손가락 나를 잡아채고 잰 걸음으로 달려가 나를 새벽에 데려다 놓을 것이다. 몇번이나 몇 번이나 밤은 내 잠을 빼앗았다.

밤이 나를 쫓아오길 기다린다. 아마 밤은 또다시 바람소리를 내며 내 앞에 나타나 나를 기다렸느냐고 물을 것이다. 나는, 밤을 위해 준비한 꽃을 건네며 당신은 어땠느냐고 물을 것이다. 당신도 나를 기다렸나요.


- 사거리

나는 기온시조 역 2번 출구 뒤의 벤치에 앉아 사람을 기다린다.

고로케 두 개를 샀고. 먹고 싶은 저녁을 골라뒀다. 너무 비싼 저녁이긴 한데 어차피 내가 살 거고 가격이 어떤지는 죽어도 얘기해주지 않을 생각이다. 오늘 저녁 하루 보고 다시 안 볼 사람에게 너무 과도한 것 같긴한데 내가 먹고 싶은 것이기도 했고 그럭저럭 아무거나 먹고 싶진 않았다.

오늘은 밥을 먹고 혼자 커피를 마시러 갈 생각이다. 가지고 온 책을 더 읽고 일찍 자야지. 내일은 어디에 갈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이번 교토 여행은 너무 즉흥적으로 온 거라서 남은 일정에 뭘 하든 별로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내일은 비가 올지도 모른다.

한참을 걸려서 교토로 오고 있는 사람이라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10월 1일 오후 7시 30분의 일이다.

......

이번 교토 여행기를 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오직 서툰 사람들만이 자기가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를 문장으로 고백한다. 

나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쓰려고 했다. 내가 보았던 순간들, 그 말들과 순식간에 번져나가던 미소. 진동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서.나는 추한 것 보다 사라져 가는 것들을 더 용서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본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표현 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더더욱 지금의 순간이 괴롭다.

어쩌면 결국 아름다움이란, 스쳐지나가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것은 천년을 이어진 이끼의 정원 위에 내리는 빗 소리이고 오후 나절 창 에서 내리 쬐어 테이블의 윤곽을 흐리게 만드는 햇살이다. 숨소리만큼 짧고 미소처럼 번져가는 것이며. 무참히도 아름다운 분홍빛 꽃잎. 어느날 밤 당신이 나에게 말할 그럴까 라고 말하는 짧은 대답이다. 

긴시간에 걸친 질문이 짧은 대답으로 끝나는 것처럼.  나는 아름다움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것이 스쳐지나가는 것이라면, 나는 언젠가 이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일까 하고 겁에 질려서는. 두 번을 세 번을 반복해서 말한다.우리(내)가 아름다움에게 할 수 있는 보답은 사랑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학위성 카시니의 마지막 항해는 그녀의 고향 시간으로 2017년 9월 15일이었다. 자기가 태어난 별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 인사는 토성과 고리 사이를 22번 통과하고 탐사하지 않은 곳을 바라보다가 일어났다. 위성은, 안테나를 지구 쪽으로 돌려놓기 애쓰며 - 토성의 일부가 되며, 토성의 하늘에서 그 여행을 끝냈다 (In the skies of Saturn, the journey ends, as Cassini becomes part of the planet it self) 카시니가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에는 희미하게 토성의 위성 안셀두스가 찍혀있다. 20년 간의 항해를 끝으로 그녀는 그녀가 가장 사랑하고 그리워해온 별과 하나가 되었다.

우리시대의 누구도 카시니처럼 사랑하지는 못했다. 우리의 위안은 아직 우리에게 많은 순간들, 혹은 기회가 남아있다는 것 뿐이다. 

설령 어떠한 끝이 약속되어 있다고 해도 그것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도, 우리가 우리의 삶보다 더 긴 단위로 숫자를 셀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일종의 영원과 닿아있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낮과 밤이 간다고 해도 정말로 우리가 가진 사랑이 다 할 날이 있기야 할까?

아름다운 당신, 정말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이 내 앞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입 밖에 내지 않고 기도하는 것 뿐일까.


Olafur Arnalds의 "August"를 듣는다. 17년 11월의 글이다.

17년 9월 30일 이제껏 없었다던 10일간의 휴가 중 5일을 보내기 위해, 교토로 갔다. 이번에도 여행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연휴 기간 동안 내가 밥을 해먹고 싶지 않았고, 이런 여행이라도 가야 연휴 동안 아무 것도 안 했다고 징징 안 대시겠죠- 라고 후배가 이야기를 했으며 때마침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비행기가 있는 곳이 간사이 뿐이었다. 계획 이라고는 아이폰을 사는 것과 일본에서 놀고 있는 후배와 저녁을 먹는 것 뿐이었다.

4박 5일 간의 교토 여행 동안 나는 아이폰을 사고 친구와 두 끼의 저녁을 먹었고 비가 오는 루리코인과 오하라를 들렀으며 사이호지에 갔다 사전 예약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매일 해지는 가모가와의 강변에 앉아 시간을 보냈고 밤에는 칵테일 바를 돌아다니며 술을 마시고 호텔에 가기 전 커피 하우스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여기저기 호텔이나 카페에서 밥을 먹었고 교토국립미술관과 산쥬산겐도를 들렀다. 나는 여행 내내 하고 싶은 말을 찾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아직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고 나는 여행의 기록을 정리한다. 

이번 여행기는 <낮>과 <밤> 두 개로 정리한다. 두 가지의 이야기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야기를 거의 완성하고 보니 어쩌면 여행의 기록을 정리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핑계이고 나는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진 건지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가 우리에게 혹은 내가 당신에게 할수 있는 말은 제한되어 있고 나는 힘들게 힘들게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한 마디만을 여기에 쓴다.

이번 여행에도 음악을 많이 듣진 않았다. 교토는 여러분의 생각보다 조용하다. 가게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오지 않고 아무 것도 듣지 않는 편이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다. 여행 중 월요일에는 종일 비가 내렸다. 이끼의 정원 위에 비가 내렸다. 당신은 어떤 소리가 날지 상상 할 수 있을까? 


가장 많이 들은 것은 Sonder의 Too fast
https://youtu.be/zZmPZDySFMI

그리고 Kamasi Washington 의 harmony of difference 앨범이다.
https://youtu.be/rtW1S5EbHgU


괜찮으면 이 글을 듣는 동안 이 곡들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 커피

커피를 좋아하십니까? 저는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지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다 하는 건 안하려고 드는 속물 근성 때문에 믹스 커피를 거부하고 살아온 기나긴 삶. 그 후 시애틀의 카페 체인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믹스가 아닌 커피가 당연해진 것도 20년이 다 되어 가건만. 
좋아하는 커피라면 몇 개 정도는 항상 댈 수 있지만, 커피라면 글쎄요 싶다. 콩의 차이와 배전의 차이를 아직도 모르겠다. 주는대로 마십니다. 
교토의 커피를 이야기할 때면 보통 8,90년대의 소위 서드 웨이브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떤 콩을 쓰더라도 균일한 향과 맛을 내는 추출방식이 대세였던 시대에서 산지와 추출방법을 다양하게 하려고 했던 시도 말이다. 지금에야 당연하게 생각되던 콩 산지에 대한 애호가 대중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공급망을 통일함으로서 균일한 커피 맛을 만들려고 했던 대규모 커피 체인점이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던 지점과 일치한다. 거꾸로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산지"를 중요시하는 점이 교토인의 마음에 든걸까? 아니면 예술의 영역에 가버려서 귀찮게 변해버린 차노유(다도)에 질린 걸까. 가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도 하지 못하겠지만 교토의 번화가에는 골목 골목 마다 커피 하우스가 있다. 물론 교토의 여러 커피 전문점들은 길어야 겨우 100년 (그렇다, 소바 집에 500년을 넘게 하고 당고 집이 400년을 이어가는 동네에서 100년은 고작인 것이다) 정도의 역사를 가졌지만 실은 교토는 일본 내에서도 인구 당 커피 소비 량이 최고인 도시. 일찍 부터 아침을 먹으러 커피 하우스에 가보면 동네 사람일게 분명한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 지역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내는 스타벅스의 컨셉 스토어도 교토에는 두 점포나 있으며, 니넨자카의 다다미 방 형식의 스타벅스는 한국에서도 기사화가 될 정도로 이슈가 되었다. 해당 사실로만 보면 그냥 스타벅스가 노력하는구나 정도겠겠지만 교토 인들의 커피 사랑을 생각하면 그래 이 동네는 그럴만 하다 하는 생각이 든다.
교토의 커피는 조금 특이하다. 배전은 지독하리만큼 진하게 하지만 추출은 맑다. 마시는 순간 차를 마시고 있는건가 하는 착각이 든다. 내가 잘못 주문한 건가 하고 커피를 내려놓고는 맛을 느끼려고 눈을 감아본다. 기름지지 않다. 향은 훅하고 들어오는 듯 하지만 결코 진하지 않다. 그래 나는 착각하지 않았어 내가 마시는 건 차야 커피가 아니라고. 나는 안심하며 잔을 다시 들고 조금 더 마셔본다. 아 하지만 커피이다. 카페인이 올라오지도 않고 입안에는 쓴맛이 아주 얇게 남다가 날아가버린다. 고소함은 없다.
교토의 오리지널이라고 불릴만한 커피라면 역시 이노다 커피인데 커피에 밀크와 설탕을 넣어주는, 일본에서라면 특이한 커피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응당 진해야할 이노다 커피 조차도 맛이 느슨하다. 이걸 싫어해야 할지 좋아해야 할지 모르겠다. 차에 극단적으로 가까우면서 결코 차의 맛은 아니며 성의가 없는 맛 또한 아니라니.
몇개의 커피 하우스에 들러서 커피를 마셨다. 의자는 딱딱하고 서비스는 과한 곳 하나 없이 딱 맞아 떨어진다. 팔짱을 끼고 괜찮은 문장이 떠오르기를 기다힌다. 교토에 와서 콜드브루 같은 걸 시킬리가 없다. 커피가 나오는데는 항상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커피가 나와도 금방 마시진 않는다 괜찮은 문장이 떠오르면 그걸 속으로 중얼거린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 밖으로 버리며>

매일 아침 일찍 교토의 커피를 마신다. 좋아하건 싫어하건 교토를 시작하게 하는 것은 커피이다.


- 강변
쇼와 39년 7월 10일 일본법률 167호 하천법에 의거하여 하천은 원류에서 하구 혹은 합류 지점까지 동일한 명칭으로 통일되게 되었다. 가모가와는 비와호에서 부터 흘러나오는 “요도가와”의 지류로 요도가와는 지역에 따라 세타가와, 우지가와 등으로 이름을 바꿔 바다로 흘러가게 된다. 고도 교토를 관통하며 흐르는 강 답게 많은 문학 작품에 등장하며 때로는 그냥 “동하(동쪽의 하천)”이라고 불린 적도 있는 듯 하다.
한국인이라면 아무래도 동서를 관통하는 하천에 익숙하기 때문에 어째서 이런 곳에? 하며 방향을 착각하기 딱 좋은 북남 방향의 하천이다. 거대한 분지인 교토를 오사카와 잇는 수운으로 오랫동안 이용되어 왔으며 의외로 풍수지리적으로는 그닥 좋지 않은 위치라고 해서 후세에 말이 있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으나, 누가 신경을 쓰겠는가 이미 교토는 천년 동안의 수도였고 그 동안 험한 일도 좋은 일도 수도 없이 많았는데. 
가모가와에 오게 되면 놀랄만한 것은 수서생물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점이다. 대도시를 관통하는 강 치고는 깨끗하게 관리 되어 있어서 특히 새들이 많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는 점 많은 사람들이 매일 가모가와 강변을 산책하거나 운동을 하고 있고 밤이 되면 산조와 시조 사이의 번화가를 중심으로 “가와도코”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가와도코는 나무로 된 바닥을 강변에 설치하여 음식점이나 술집을 강변에서 영업할 수 있게 한 장소인데, 밤이 되면 가와도코에서 설치한 노란 색 등롱들이 아름답게 빛난다. 결코 밤의 어둠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명을 설치해두었다. 
이런 가와도코를 제외하고도 강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거나 밤의 강을 감상하는데 일본인들이 그들 사이의 심리적인 거리를 자조적으로 “가모가와 등간격의 법칙”이라고 일컬으며 이런 무리들 사이는 자동적으로 등간격으로 배치된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데 과연, 딱히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 없이 다들 적당한 간격을 두고 강을 바라보고 있다.


- 숨

아마노산 콘고지의 목조 대일여래상은 항삼세명왕, 부동명왕과 같이 한 조로 취급되고 있지만 <국보>를 주제로 한 이번 교토 국립박물관의 전시에는 대일여래와 부동명왕만이 전시되었다. 
실상, 불상 미술은 간다라 미술에 의해서 기초적인 기술은 모두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신성한 인간, 혹은 신으로서의 불상을 표현하는 방법 자체는 끊임없이 발전과 쇠퇴를 거듭해왔다. 신상이 상당한 과장, 데포르메를 가진 다는 것은 상식이다. 보통 거대한 인체의 형태를 하는 신상은 거대할 수록 그 모습을 한 눈에 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작가는 신상의 머리를 상대적으로 크게 설계하고 참배자가 바닥에서 “우러러”볼 때에 자연스러운 위엄을 갖도록 한다.
태양의 화신이자 우주 제공의 조화를 상징하는 대일여래, 그리고 그 대일여래의 뜻을 받아 일체의 장애를 제거하는 그의 분노를 나타내는 이 부동명왕.
이 두 상도 동일한 강조와 불균형을 통한 조화를 통해서 만들어졌는데 기본적으로 실제 인체의 몇배나 되는 형태를 한 이 좌상들은 조형미를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다. 물론 우주가 혼돈 속에서 태장의 질서 속에 수태되고 완성되는 모습을 그리긴 하나, 이 조상의 기본 목적은 장엄함과 숭고함에의 표현이다. 아름답지 않아도 좋다. 설령 그것이 공포라도 좋다. 이걸 보는 자들이 이 앞에 엎드리고 신의 세계를 편린이나마 맛볼 수 있게 하기 위한 종교 철학의 구현이다.
부동명왕. 자리에 앉아 항마의 검과 금강삭을 지닌 채 자신의 앞에 선 참배자를 휘둥그레 쳐다보는 이 명왕은 정면이 아닌 아랫쪽에서 볼 때 솟아오른 어깨와 부푼 흉곽 때문에 자연스럽게 명왕의 동작 - 숨을 들이키는 호흡과 오른 쪽의 칼을 들고 휘두르려는 준비 자세-을 떠올리게 된다. 명왕의 정면에 있는 이상 그의 시야 밖을 벗어날 수 없다. 항마의 검은 당신을 향하며 금강삭이 겨누고 있는 상대는 당신이 된다. 신상이 숨을 다 들이키는 순간 동작은 시작될 것이다. 
물론 그것은 착각이다. 아무리 정교하다고 하여도 목조로 만든 신상이 움직일리가 없다. 그러나 당신은 그것이 숨을 들이쉬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일여래. 원래는 가운데에 놓여있어야 할 이 금색의 조상은 부동명왕의 상과는 반대이다. 그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 지혜의 수인인 지권인을 한 대일여래는 황금 빛으로 빛나며 눈을 반쯤 감았다. 그의 숨은 고요하며 들이키는 숨이 아니라 들이내쉬는 숨을 암시한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당신을 벗어난 모든 세계이며 그게 비추는 것은 당신을 포함한 모든 세계이다. 
내쉬는 대일여래와 들이쉬는 부동명왕. 세계는 불타의 한 호흡 위에 놓인다.


- 나무
서기 594년 건립된 오하라의 잣코인에는 일본의 유명한 “헤이케이이야기”에도 나오는 소나무가 있다. 그 구절은 대략 1186년의 봄, 고시라카와 법왕이 오하라에 행차하며 헤이케 일족의 명복을 빌고 있던 겐레이몬 도쿠코를 방문하는 장면이다. 
나카시마의 소나무에 기대어...애달프게 너울거리는 보랏빛 등나무 꽃이여, 라고 시인은 읊는다.
이 유명한 나카시마의 소나무는 2000년에 발생한 본당의 대화재로 큰 피해를 입고 2004년 말라죽고 만다. 
오래된 이야깃 속에서 옛날과 지금을 이어주던 천 년의 세월을 보낸 소나무를, 지금의 우리는 흔적만을 볼 수 있다.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가 아니 어떤 사람들이 이 나무를 너무나 사랑하여 천년을 살게 했으나 그들의 사랑으로 조차 나무의 생명을 더 이어지게 하는 것은 어려웠구나. 



- 창
어두운 방안에 빛이 들어오고 손 때가 묻어 까맣게 되고 만 기둥들, 꺼끌꺼끌한 다다미. 사람들이 그 위를 걸어다니는 소리. 이끼 낀 정원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또 하나의 눈꺼풀을 감는다. 
눈꺼풀 뒤에 있는 방, 자리에 앉아 어딘가에 있는 창문을 연다. 볕이 충분히 들어오도록. 
나는 한참을 창 앞에 서서 소리를 듣는다.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언제인지 모를 녹색의 계절들이 스치면, 이윽고 충분하리만치 볕이 들어온다. 빛을 받은 사물의 윤곽선들은 흐물흐물해지기 시작한다. 색은 더 진해지고 형태는 더 분명해진다. 사물들은 따뜻해져가고, 그 직선과 곡선의 모든 형태를 더 날카롭게 빛내는 것도 잠시. 무너져내린다. 흐트러진다. 
먼 곳 하얀 모래의 별이 모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부드럽게 가라앉는 것 같다. 나는 우리를 지탱하는 것이 그림자라는 것을 깨닫는다. 색도 윤곽도 모두 그림자가 벌인 행위임을. 빛이 오는 쪽으로 몸을 돌린다. 녹아없어지는 형태들. 밤이 오길 기다린다. 우리는 어두운 곳에서야 말로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인식 안에서 존재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혹은 우리 유인원 류는 두 가지 사건을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연결된 것으로 인식하는 사고-인과-를 발명해냄으로서 서사와 논리를 만들어냈다.

 어째서일까, 좀처럼 글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토마토 스프를 끓이고 빵을 버터에 발라 구워먹었고 미드를 한 시즌 통채로 보고 나니 그제서야 뭔가를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담배를 필 줄 알았다면 글을 시작하기 편했을 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나의 동료 일반 인간들, 혹은 유인원들의 사고체계와는 다르게 이 글은 논리적인 서사가 없다. 

 17년 5월 31일 부터 6월 7일 까지 홋카이도를 여행했다. 올해로 3년 째, 초여름에 홋카이도를 여행하고 있다. 이미 길고 긴 홋카이도 여행기를 쓴 적이 있기 때문에 굳이 여행기를 쓸 필요는 없겠지만, 나중을 위해 간단한 메모를 써서 남기려고 한다. 친구는 이번에는 음식에 대해서만 정리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는데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전과 같이 플레이 리스트와 먹을 것에 대해서 정리하겠다.

- 프롤로그
 여행의 주제가는 Codes In the Clouds <Where dirt Meets Water>였다. 여행 중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이다. 이지리스닝에 가까운 곡(뭐라고? 이지 리스닝을 뭘로 보는거야) 이고 실은 어느 곳에 있어도 듣기에 알맞은 노래였다. 무섭도록 홋카이도의 어느 곳에서도 잘 어울렸다. 아마 아이누 민속 체험을 할 때 들었어도 좋았을 노래이다. 문과생의 본성은 어디 가지 않는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노래의 제목이었다. 

 그 다음은 Kyte <Boundaries> 낮은 선율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같은 가사가 반복된다. Hear Silence choking you, Listen to the World. Run away speaking true, Break down in the cold. 라고. 맙소사 가사가 왜 이래. 하고 계속해서 들었다. 홋카이도에 있을 때는 항상 세상의 끝을 생각하게 된다. 거기에 무엇이 있든지 간에 끝을 바라보는 것은 내 나쁜 습성인지도 모르겠지만 홋카이도에서 나를 가장 매혹시키는 것은 바로 그 어떤 경계를 넘어선 듯한 느낌이다. 네 물론 동네 마다 24시간 편의점이 있는 섬에서 그런걸 느끼다니 자의식 과잉은 확실합니다.

 여행 내내 별 심각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주변을 흘끔 거렸고 그렇지 않을 때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나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 문제다.

- 오타루의 플레이 리스트
 이 곳에 마을이 생겨난 것은 1596년, 1800년대 초의 홋카이도 개척 초기에만 해도 오타루는 삿포로보다 훨씬 커다란 홋카이도 제2의 도시였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운하와 고풍스러운 일본은행 건물, 지금은 박물관이 되어있는 회관들. 모두 좋았던 오타루를 보여주는 유산이다. 지금이야 삿포로의 위성도시에 관광업으로 유지되고 있는 작은 거리가 되었다. 물론 도시 자체의 활력도 많이 줄어들어 오후 6시가 되면 거의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고 거리에선 사람들이 자취를 감춘다. 아무리 비성수기의 거리라지만 너무했다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얼마나 신나던지!


 숙소가 보통 오타루라고 얘기하는 오타루 운하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오타루 짓코였기 때문에 항상 산책을 하며 왔다갔다 할 수 있던 점은 좋았지만 홋카이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황폐한 곳이 군데군데 있었다. 뉴욕의 힙스터들 한 떼가 몰려들어서 이제부터 갤러리를 열겠다고 선언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거리는 결국 사람의 흐름, 아무리 관광지가 되어 유지가 된다고 해도 그 거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정한 흐름이 도시를 성장시키고 유지시킨다. 오타루가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얼마나 유지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이 곳에서는 오타루 짓코의 보트 선착장을 바라보며 Glenn Gould 가 녹음한 Bach BMW 988, Bach BMW 1048 을 들었다. 그냥 바다를 보면 바흐를 듣고 싶어질 때가 있다. 보통은 그냥 사무실에 있을 때 듣고 싶어집니다만 네...그냥 좋아해서 들은 거 로군요. 겨울 바다도 아닌데 슈베르트나 쇼팽을 들을 순 없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겨울에 여길 왔다면 블루스를 들었겠지 싶다. 밝고 명랑한 Analogfish <Baby soda pop>은 어떨까? 오타루 짓코의 밤 풍경은 멋지다. 그리고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다. 몹시 낭만적인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 오타루의 거리
 나는 홋카이도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 항상 오타루는 여행의 마지막에 배치하도록 권유하는데, 보통은 말을 듣지 않는다. 삿포로에서 너무 가깝기 때문에 무심코 오타루에 먼저 가게 되는게 아닐까 싶은데 하여튼 오타루는 홋카이도 3대 과자 대장인 롯카테이, 르타오, 기타카로가 거리 하나에 모여있기도 하고 오르골 공방 등 도 있어서 자칫 잘못하다간 세일만난 비단장수 처럼 봇다리 단위로 쇼핑을 하게 될수도 있다. 더 안 좋은 경우는 오타루에서 잔뜩 산 과자를 홋카이도 여행 내내 다 먹어치우고 출국하기 전에 한 번 더 사는 것이다. 당신이야 말로 오타루 지역 상권의 수호자이십니다.

 특히 르타오는 (이번 여행에서 깨달은거지만) 이름부터가 오타루(おたる)의 애니그램 (オタル->ルタオ)이라서 그런지 도시 전체에 아주 각양 각색의 컨셉의 르타오 지점이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다들 6시 전에 문을 닫았다 어쩌란 말인가) 수공예품과 디저트를 좋아한다면 오타루는 정말 개미지옥 같은 곳이다. 내가 추천하는 곳은 오르골 공방과 캔들 공방 정도. 특히 캔들 공방은 해외의 희귀한 캔들이 많아서 항상 공부하겠다는 경건한 마음으로 들르게 된다.

 다양한 경로로 미스터 초밥왕을 읽은 한국인에게 오타루의 먹을거리라면 역시 스시인데, 초밥 거리가 있을 정도로 스시가 유명한 오타루에서 기대한 만큼 맛있는 스시집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생선의 신선도가 아주 뛰어난데도 실제로 스시로 먹어보면 기대한 만큼 맛있지 않다. 아니 어째서 이 곳은 쇼타의 고향이 아닌가.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오타루의 스시에 대해서는 기대가 높지 않았는데, 친구의 추천으로 스시집 ㅋ의 오마카세를 시켜보고 그냥 내가 스시를 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스시를 꽤나 먹어봤다고 해도 내가 스시와 스시의 재료에 대해서 뭘 알겠는가. 스시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것은 초밥을 쥐는 요리사. ㅋ에서 스시를 먹은 후 뛰어난 재료를 선택하고 기술을 다해 만들었을 때 스시가 정말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렇게 맛있는데 인당 오천엔 오마카세라니, 인류에게 재능을 기부해서 다음 생에 진짜 좋은 걸로 태어나시려고 그러는 걸까.일본어를 모르면 예약도 주문도 안되는 시스템인데(예약할 때 오마카세로 할 것인지 다른 요청이 없는지 물어본다) 스시를 먹다 보니 중간에 예약없이 중국인 청년이 식사가 가능하냐고 물어보러 들어왔다. 거절하시는걸 보고 딱 예약 받은 만큼만 재료를 준비해두신다는 걸 깨달았다. 과연... 그리고 이 년 전에 예약 없이 ㅇ스시집에 갔다가 거절당했던 기억이 나서 왠지 유쾌해졌다.

 가장 맛있던 것은 광어 같은 기본적인 재료였는데, 사장님께서는 도키사케(홋카이도의 자연산 연어이다)같은 걸 더 맛있다고 생각할거라고 생각하셨는지 좀 시무룩해 하셨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일본의 오래된 도시는 항상 그렇듯이 소바가 맛있었다. 오타루에서 스시를 못 먹겠으면 그냥 소바를 먹는게 좋을 것 같다.


- 샤코탄, 바다와 하늘과 카무이미사키
 샤코탄은 오타루의 서쪽에 있다, 비쿠니 같은 어항도 있지만 바다에 맞닿은 산으로 이어진 지역이라 교통이 불편하다. 샤코탄에 가는 길의 버스에는 나 말고 세 명 밖에 손님이 없었다. 제복을 입은 운전기사가 모는 버스는 조심스럽게 시골길을 달렸다. 해변을 달리다 나무로 만든 집이 가득한 마을에서 방향을 돌려 산 위를 오른다. 샤코탄은 산과 바다가 맞닿은 곳이다. 가는 도중에 내가 먹은 체리 냄새가 났고 길가에는 작약도 패랭이도 아닌 보라색 꽃이 잔뜩 피었다. 오르막 길 옆 산 속에는 야구장이 있고 그 너머의 숲은 푸르렀다.

 비가 왔기 때문에 카무이미사키를 갔지만 오래 체류하지 않았다. 바다가 아름다웠지만 기후에 따른 영향이 커서 날씨가 맑은 날에만 샤코탄이 자랑하는 "샤코탄 블루"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바람이 조금만 쎄도 위험해서 올라가는 길을 폐쇄한다고...
그도 그럴 것이, 19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카무이미사키의 등대에 살고 있는 등대지기 일가가 해변의 길을 건너 등대로 가다 사고를 만난 적이 있었을 정도로 외진 곳이다. 이 곳에 있는 염불터널은 위에 나온 등대지기 가족의 사고 이후 만들어진 터널이다. 양쪽에서 파기 시작했지만 서로 아귀가 맞지 않아 염불을 외우면서 서로 방향을 맞췄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안 쪽에서 두 번이나 꺾이는 동굴이 되었다.(지금은 폐쇄된 곳이다)

 여러가지 전설이 있지만 사실 바다의 끝에 닿은 카무이미사키의 아름다움에 어울릴 정도로 아름다운 이야기는 없다. 어떤 이야기도 이 곶보다 아름답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갈대가 핀 언덕을 오르면 곧 관문이 보이고 그 뒤로 곶이 보인다. 관문 뒤로는 보이는 것은 하늘과 바다. 우리가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짧고 그 발판은 몹시 좁았다. 분명 끝까지 올라가면 스크롤이 올라가고 엔딩이 나왔을 것이지만, 나는 아직 엔딩을 볼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중간에 돌아왔다. 카무이미사키 끝까지 가 보신 분은 알려주세요 엔딩 나오던가요.

 여기서는 아무 노래도 듣지 않았다. Death cap for cutie <I will Follow you into the Dark>를 들었으면 어떨까 싶다. 돌아오는 길에는 Arizona <Oceans Away>를 들었다. 버스의 창으로 빗방울이 부딪히고 거칠어진 바다가 아름다웠다. 지금 생각하면 이현우 10집의 <마취>도 괜찮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 삿포로의 샌드위치
삿포로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번 썼다. 특히 몇 번이고 길을 잃고 있다는 얘기를 썼는데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길을 잃었다. 더 이상은 슬퍼서 쓰지 않겠다.
친구가 삿포로는 샌드위치가 맛있다고 했을 때 나도 샌드위치라면 환장하는 몸이지만, 정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외국인들은 한국에 오면 "닭한마리"를 먹는데 나는 그런 걸 먹어본 적이 없다. 그냥 한국인 블로그에서 돌아다니는 정보인가 하고 생각했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홋카이도의 노포 카페인 ㅅ에서 먹은 샌드위치는 엄청나게 맛있었다. 계란 샌드위치와 가츠 샌드위치는 나도 워낙 좋아하다보니 자주 먹었는데 이 곳의 샌드위치는 진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단연 이제까지 먹었던 모든 계란 샌드위치 보다 맛있었고 같이 시킨 후르츠 샌드위치는 소박 단순하나 대단한 맛이었다. 아주 신선한 부드러운 촉감의 하얀 빵에 신선한 제철 과일을 넣고 빵의 부드러운 식감에 지지 않는 살짝 단 신선한 크림을 넣으면 완성되는 샌드위치다. 내가 너무 신선함과 부드러움을 남발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먹어보면 알 수 있다 소프트 앤드 신선데쓰.

 오도리 공원 벤치에 앉아서 울면서 먹었다. 다음에 홋카이도에 가게 되면 꼭 다시 먹으리라.

 그러고보니 친구가 추천해준 홋카이도의 먹거리는 모두 다 맛있어서 이런 것이 재능의 차이인가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 친구는 홋카이도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으면서 "이거 맛있을거야"하고 추천해준 것이다. 그 때의 나의 마음은 서울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홋카이도처럼 맛있는 후르츠 샌드위치는 만들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을 때의 감정과 비슷했다.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질투한 것처럼 질투가 났다.

 삿포로를 떠나면서 들은 노래는 신나는 락 음악인 Jimmy Eat World <The Middle>과 Gnash <I hate u, I love u> 좀 복잡한 심정이었다는 걸 밝혀둔다. 노래를 그닥 열심히 듣지 않았기 때문에 라인업이 거의 비슷비슷하다.


- 도야호
 여행 중에 마지막 까지 고민한 루트가 바로 이 도야호로 가느냐 아니면 니세코로 가느냐 였다. 렌트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삿포로까지 송영버스를 보내주는 도야호로 가게되었다고 합니다. 보고 싶었던 요테이 산은 버스 안에서 볼 수 있었다. 도야호로 가는 길과 도야호에 도착해서까지 생각이 이것저것 많아서 복잡했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면 여행이 힘들어진다.

 하지만 도야호의 리조트에 도착하고 호수를 한 바퀴 걷자 많은 것들이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용기가 생겼다는 편이 옳을 것 같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계속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수는 아름다웠다. 체류한 2박 동안, 호수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는데 전혀 질리지가 않았다.
처음 봤을 때의 거칠어진 호수도, 다음 날 나카지마에 다녀와서 낮잠을 자며 보았던 호수도, 날이 흐려져 수묵화로 그린듯했던 호수도. 그리고 매일 밤의 불꽃놀이와 비오는 하늘 아래서의 온천을 하며 보는 호수도 좋았다. 맑은 날이면 호수 너머로 요테이 산이 보였다. 분명 누군가는 산을 보고 신을 떠올렸을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당신을 떠올렸다고 대답할 것이다.

 비가 오지 않는 숲을 올라 꼭대기에서 공터를 걸었다.
 비가 오는 산을 올라 꼭대기에서 구운 계란을 먹었다.

 이렇게 이틀 밤을 보냈다.

 이곳에서 주로 들은 곡은 Olafur Arnalds <Near Light>, Douglas Dare <Swim> 이다. Arnald의 노래를 이지 리스닝의 부드러운 곡이지만 Swim은 불안하고 슬픈 곡이다. 날씨가 안 좋을 때 도야호는 먹물로 만들어진 세계처럼 변한다. 우리가 호흡하는 것이 공기가 아니라 물로 만들어진 무언가고 저 하늘은 우리가 알기 전에 물에 잠긴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나는 너무 많은 물을 보면 두려워진다. 그래서 이런 곡을 들었던 것 같다.

- 도야호 온천 리조트의 식사
 온천 리조트의 식사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온천 료칸의 식사라고 하면 좀 환상을 가지고 있겠지만, 혼자서도 씩씩하게 료칸을 잘 가는 저는 거기에 환상이 없습니다. 맛있는 곳은 맛있고 맛 없는 곳은 맛없지만 가격은 평등하게 비쌉니다. 그래서 의외로 온천 료칸과 리조트의 식사는 신경써서 고르는게 좋다. 굳이 고르자고 하면 리조트 쪽을 더 좋아하는데, 식사가 망할 가능성이 적고 온천 탕이 다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에 묵었던 ㄴ리조트의 식사는 훌륭했다. 부페의 퀄리티는 그냥 먹을만하지 싶었지만 따로 주문하였던 가이세키 석식/조식은 둘 다 수준급이었다. 가이세키 요리를 시키면 꼭 전반부에 사시미가 나오는데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막판에 나오는 튀김도 좋아하지 않는다. 사시미도 튀김도 단독으로 먹을 때 훨씬 맛있다.

 실은 내가 일본에서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얀 쌀밥과 밥반찬. 절대로 부페로는 나올 수가 없는 맛이다. 야채 요리를 먹으면 그 지역의 음식문화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밥과 함께 오이절임 같은 걸 우물우물 씹고 있노라면 일본여행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국그릇에 뚜껑을 열고 국을 마시고 우물우물 밥을 씹는다. 정말로 잘 먹었습니다 하는 인사가 나온다. 물론 제가 이번에 먹은건 음식이 나오기 전에 전체 코스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요리장의 도장까지 찍히는 그런 가이세키였습니다. 미안합니다. 하나도 안 소박해.


- 비에이의 거리
홋카이도에 왔을 때 한 번도 비에이를 빼먹은 적이 없다. 아름다운 언덕과 그 바람들을 잊을수가 없다. 이번에도 청의 호수(아오이이케)에 다녀왔는데 비도 오고 성수기도 아닌지라 사람이 나 외엔 딱 두 명 밖에 없었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듣고 있는 곡은 Olafur Arnalds & Nils Frahm <Life Story>이지만, 비에이에서 계속 흥얼거린 노래는 Beatles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Yellow submarine>이다. 그 외에 자이언티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나는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선곡하는 재주는 없는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구릉을 넘으면서 노래를 불렀다.

 푸른 언덕을 넘어서 바람이 불고 멀리 나무가 보이는 곳에 올라오면, 나는 이 곳이야 말로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곳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을 생각하면 머릿 속 어딘가에서 바람 소리가 났다. 


- 비에이의 야채
 이번에 먹은 것은 만날 가서 먹는 대중식당 ㅈ의 튀김덮밥과 레스토랑 ㅇ의 요리.
한국인에게 너무 잘 알려진 것이 틀림없다. ㅈ에 들어갈 때는 한 무리의 붉은 등산복 한국인들이 있어서 압도당하고 말았으나 변함없이 맛있었다. 물론 큰 소리로 가게에서 떠드는 사람들 덕분에 피곤해졌다. 도대체 왜 본인들이 무리지어 있으면 좀 시끄러워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달리 생각해보면 한국인 등산객(등산객이 아닐수도 있다, 그냥 등산복을 입었을 뿐이다) 한 무리가 있는데 조용하다면 그거대로 무서울 것 같긴 하다. 

 먹는게 정말 즐거웠던 것은 역시 레스토랑 ㅇ의 요리. 특히 야채요리는 아 이렇게 맛있을 일인가요 싶을 정도로 맛있었는데, 풍요로운 비에이의 밭에서 자란 야채인만큼 삶고 끓여서 그릇 위에 올려놓은 것만으로도 맛있는 요리가 되었다. 알고보니 얼마 전에 미슐랭에 새로 등재되었다고, 비에이에는 미슐랭에 등재된 가게가 둘이나 있는 셈이다. 한 곳은 프렌치, 다른 한 곳은 이탤리언이다.

- 후라노의 멜론
 (달리 쓸 곳이 없어서 비에이 부분에 쓰는거다) 내가 좋아하는 멜론은 후라노에서 판매하는 칸탈로프 멜론인데, 이제까지 유바리시에서 재배하는 유바리 멜론과 같은 종으로만 알고 있다 아무리 먹어봐도 맛이 달라서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유바리킹멜론은 스파이시 칸탈로프와 얼즈페이버릿을 교잡한 종으로 일반 멜론에 가까운 맛과 식감이 특징이라고 한다.
실은 후라노의 멜론이 유바리보다 수확철이 좀 늦기 때문에 이번에는 먹지 못했다. 홋카이도의 멜론 하면 유바리를 떠올릴 정도로 일본인의 유바리 멜론 선호도는 절대적인 것 같다. 그러나 내 입장에선 보수적인 유바리 멜론보다는 부드럽고 진한 후라노의 레드퀸 품종이 좋다.

 이제까지 몇 번이나 홋카이도의 멜론 얘길 하면서 후라노의 멜론이라고 정확하게 적지 못한 것에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 다음에 여름의 홋카이도를 방문하게 된다면 더 열심히 후라노의 멜론을 먹어줄 생각이다. 굳은 결심을 한다.


- 삿포로의 스프카레
 역시 스프카레라고 하면 야채인가. 이번이 스프카레 세 번째인가 네 번째인것 같은데 항상 고기투성이의 녀석을 먹다가 이번에는 야채 위주의 녀석을 먹었더니 즐거웠다. 꼭 겨울밤 땅에 묻어놓은 야채를 꺼내다가 자 스프 해먹자 하고 호호 불어가며 먹는 느낌이다. 홋카이도 대학 앞의 스프카레 집이었다. 국적불명의 인테리어에 딱히 인도 같지도 않고 네팔 같지도 않은게 맛은 일본풍이었다. 왜 이런 집이 맛있는 걸까. 한국에서 이런 디스플레이의 집은 100%의 확률로 맛이 없다. 

 홋카이도는 치사하다 고기도 싸고 맛있는 주제에 야채도 싸고 맛있다. 한국은 어차피 농산물시장 개방할거면 쌀 농사 말고 밭 농사 위주로 구조를 바꿨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맛있고 신선한 야채는 항상 수요가 있다. 이미 망한거 어쩔수 없긴 합니다만 아쉽다.

- 삿포로의 징기스칸
 이번에 와서 안 건데, 징기스칸도 여러가지 스타일이 있었다. 처음 징기스칸을 먹은게 아사히카와, 그리고 그 다음이 다루마 - 둘 다 비슷한 한국식 고기 요리이다. 판 위에 야채를 깔고 양고기를 먹지만 소스 같은 것은 올리지 않는다 - 였기 때문에 꼼짝없이 징기스칸이란 양고기를 한국식으로 먹는 요리이다. 하고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새로 가본 마츠오의 징기스칸은 탕이 있었고 그 외엔 양고기와 야채 위에 소스를 뿌린다. 그리고 그것은...불고기 양념입니다. 어찌 되었든 한국식 고기 요리였습니다. 취향인 쪽은 다루마 같다 아무래도.

- 마지막, 소프트 아이스크림
 공항에 내려서, 그리고 공항에 돌아와서 르타오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훌륭한 맛이었다.
여기에 쓰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여행 내내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계속 사먹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제일 훌륭했던게 바로 이 공항에서 먹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이었다. 왜 이 곳의 소프트가 맛있는지야 100개도 넘는 이유가 있겠지만, 소프트크림을 먹으며 이 여행을 오게되서 잘 되었다는 생각했다. 

 홋카이도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 그것은 홋카이도에 오는 아주 훌륭한 이유가 된다.


- 에필로그
에필로그 곡을 고르는게 쉽지 않다. 어쩐 일인지 여행 중에 한 번도 듣지 않았던 노래를 고르게 된다.
밝고 명랑한 락인 The Charlatans <So Oh>, Kleerup <With Every Heartbeat> 그리고 (나에겐) 항상 홋카이도를 기억하게 하는 John Butler Trio <Young And Wild> 이 정도가 좋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한다면 여행 도중에 저스틴 비버의 <What do you mean>을 꽤 들었다. 좀 복잡했던 것 같다.

 굳이 추가 한다면 한 곡을 더 추가하고 싶다. Aaron Carter <Sooner or later>란 팝 음악이다. 이 글을 고치면서 이 곡을 들었다.

"빠르든 늦든 그녀는 시카고로 떠날거야, 빠르든 늦든 그녀는 가버릴거고, 나는 그녀에게 뭐라도 이야기를 해야해"

 이 노래는 결국 용기에 대한 노래인 것 같다. 나는 용기에 대해서 어떤 말도 할 자격이 없다.


 지난 1월 여행 후 나는 반성이 없는 삶의 훌륭함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몇 년 간 나는 계속해서 고민-꼭 다른 생에 있었던 일처럼 멀고 먼, 그러나 아직도 나와 같이 있는 그런- 하고 있는 것이 있고 나는 그 고민이 어떤 형태로도 해결 될 수는 없으나, 어딘가에 그에 대한 답, 혹은 보답이 있을거란 희망을 갖고 있다.

 여행 중에 문득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과거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미래는 오지 않았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연속 선상 어디에 우리가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건은 계속해서 과거가 되어간다. 

 그렇다면 인과와 순차적인 사고 방식-서사-의 노예이길 거부한다면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총합이 현재가 아니라, 현재의 우리들에 의해서 과거가 선택적으로 기억되어지는 것이라면.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의 기억이 바로 과거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 쯤의 좌표에서 당신의 인생에 놓이게 될까. 

 우리가, 우리를, 어디서부터 우리라고 여기고. 어느 시점에서 드디어 만났노라고 말 할 까.

17년 6월11일의 글이다.


이것은 딱히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후배는 이번 대선 때 이민 일정이 맞물려서 투표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송별을 겸해 밥을 먹는데 (투표를 할 수 있어도) 누구도 뽑고 싶지 않다는 얘길 담담히 했다. 후배는 모 당의 유력후보 중 한 명을 공개 지지했으나 그 후보는 최종 대선 후보는 되지 못했다.

결국 대선 후보가 된 그 후보의 지지자들에 대해서 그런 비열한 사람들이 승리에 도취되는 걸 보고 싶지도 않다. 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도 했다. 마음 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 누군가 정치인을 선거 등에서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후보가 말 실수를 하기라도 하면 가까운 사람들 마저 후보보다 당신을 먼저 공격하고 자못 자기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듯 하게 설교를 한다. 실수를 하지 않아도 각종 네거티브에 시달려야 한다. 

선배, 그 사람을 지지한다고 한 후에 들을 생각도 없으면서 그 사람을 왜 지지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아세요? 라고 말했다. 수고했다고, 공개적으로 누굴 지지한다는 것은 용감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걸로 후배가 기분이 풀렸을지는 모르겠다.

그렇다, 용감한 행동이다. 아무래도 나같이 무기력한 인간보다는 누군가를 열렬히 지지하고 사회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이 사회를 움직이는게 아닌가 싶다. 부정할수 없다. 우리가 피드백을 하지 않으면 정치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사회는 요구하는 자들의 이끌림에 의해서 움직여나가고 형성되어 왔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다양한 요구와 의견을 반영하는 것으로 확장되어 가는 것을, 우리는 사회 발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그런 열렬한 지지자들이 꼭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지지자를 지닌 정치인이 있을 때 그를 지지한다고 해서 모두 완전히 동일한 의견을 가질 수는 없다. 정치인이란 결국은 "챔피언"이고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여 한가지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일수록 더 큰 영향력을 지닌 정치인이 된다. 수렴과 발산, 모순된 속성을 가진 이 정치인과 지지세력 사이의 균형을 우리들은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인 그 자신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비극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 속에서 탄생했다. 크게는 수많은 전쟁들 이고 작게는 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후배에게 상대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욕을 퍼부은 사람들일 것이다. 아니 작지 않다. 나에겐 충분히 기분 나쁜 일이었다.

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나는 나같은 무기력한 부동층에게 한가지 제안하고 싶은게 있다. 

우리는 균형을 잡아야 한다. 만약 당신이 어떤 특정한 이유, 그러니까 계층이라거나 특별한 정책 때문에 그 후보를 꼭 지지하고자 마음 먹은게 아니라면 나는 감히, 그러니까 감히 쉽게 누군가를 지지하지 않을 것을 권하고 싶다. 생각해보면 당신 스스로가 선거에 뛰어들지 않는 이상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100%동일한 관점과 정책을 지닌 후보는 누구도 없다. 여러분은 선택을 해야하며 짜잔 놀랍겠지만 선택을 하려면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그건 Trade off를 통해 균형을 맞춰서 최상의 점수를 지닌 대안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안다, 귀찮은거. 그냥 우리 고향 사람이니까 하는 식으로 선택을 해버리면 간단하다. 당신이 가장 알기 쉬운 것 예를 들어서 국가관이나 안보관 같은 걸로 재빠르게 선택을 해버리고 TV토론을 할 때 축구경기를 하는 식으로 응원하고 투표소에 가서 딱 손 털고 투표 결과를 보는거, 그거 얼마나 쉽고 신나는가. 만약에 당신이 뽑은 후보가 당선이라도 되게 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생각해보면 한국의 투표 인구가 4천만명 정도 되는데 당신이 누구한테 찍든지 당신의 표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사표인데 뭐 그렇게 열심히 생각해야하는가.

나는 명확한 도덕기준을 지니고 -반드시 투표하는- 침묵하는 부동층이 우리 사회를 더 낫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수는 30%까지도 필요 없다. 단지 15%만이라도 좋다. 단독으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끝의 끝까지 선택을 유보하는 그런 부동층이 필요하다. 우리의 일부가 부도덕한 선택을 할 때, 명확하고 발전적인 기준을 원칙으로 삼아 선택을 하는 그런 부동층 말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SNS에서 도덕적인 뭐시기의 시기에 중립이나 지키는 놈들은 지옥불에 타버릴 것이다 라는 위협을 들어도 하아? 하고 무시해버릴 수 있는 그런 태평한 사람들이다.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보다 악마에 가까워서 지옥불 쯤이야 뭐, 하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런 우리가 있다면, 나라는 극단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정체를 알수 없는 정치인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지지층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만들 것이고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TV토론에서 바보 같은 소리를 하지 않도록 참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정치인들의 열혈지지층이 서로를 비난하는 것을 자제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한다. 봐 우리가 싸우고 있는 사이에 저기 지옥불에 타고 있는 관중들이 눈썹을 찌푸리고 있어. 하고 말이다.

나는 진보를 원한다. 인권이 더 많이 보장되고 더 많은 사람에게 평등한 기회를 얻고 능력에 따라 소득을, 그리고 그 능력은 정확하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존권은 나라가 보장해주는 권리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경제적 성장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성장을 이루어야 하며 그것이 우리나라가 이 별의 구성원 중 하나로서 이룩해야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좀 더 애매모호한 지역에 나 자신을 두고 싶다.

왜냐하면 어떤 인간이든 완벽하게 도덕적일 수 없으며, 우리가 너무 빠르게 선택을 해버리면 더 나아질 가능성을 빼앗기는게 아닌가 의심하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한다. 최고의 것은 아직 오지 않았고 우리는 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17년 4월 24일, 대선을 어 며칠이지 얼마 앞두고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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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17년 3월 4일부터 7일까지 나의 트위터 계정 @currydevil 에 작성하였던 <교토 여행의 기본>트윗타래를 정리한 글이다.

굳이 트위터의 타래를 여기다가 다시 정리하는 이유는, (1) 틀린 내용과 오타가 많아서 내가 거슬리고 (2) 타래가 너무 길어져서 내가 읽기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많이 틀린 내용은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트윗 타래 자체가 교토 초행길의 사람들을 위한 온전한 어드바이스 수준이다.


트위터에 교토 여행을 가 본 적이 없으나, 교토 여행을 가보고 싶으신 분 흥미가 있으신 분을 대상으로 <교토여행의 기본>에 대해서 타래를 쓰겠습니다.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오늘 한가하고 저는 항상 분석하고 정리하고 분류하는 습성이 있거든요.

1. 왜 교토 여행인가요 이것은 교토 여행을 가고자 하는 분들에게 제가 묻고 싶은 부분입니다. 지금 시대의 여행은 예전보다 훨씬 안전하고 자기가 가진 조건에 따라서 손쉽게 여러 여행지를 비교할수 있습니다. 제주도든 상트페테르부르크든 정보는 넘쳐나죠

아마 교토를 여행하고 싶으시다면 이미 어떤 것이든지 "이유"를 가지고 있으신거겠죠? 간단히 교토를 다른 여행지와 비교하자면, 한국에서의 이동시간은 짧습니다. 간사이 공항에서 1시간 이내니까 반나절이면 도착할수 있고 비행편은 항상 넘치죠.

숙박? 1400년 가량 끊임없이 사람들이 왕래했던 도시 답게 싼 숙박업소에서 최고급 숙박업소에 특이한 숙박업소가 있습니다. 그러나 15만원대 정도로 약간 비싸죠. 음식? 걱정마세요 다양한 가격대로 양질의 요리가 있고 한국이냐 양식 요리도 있습니다.

기후요? 아 이건 좋은 점수는 못주겠네요. 교토의 여름은 길고 후덥지근 하죠. 상쾌하고 아름다운 휴양지는 아니에요. 도심지의 공기는 은근히 좋지 않고 차도가 좁아 기침이 나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여행지로 나쁘지 않아요.

오히려 교토의 여러가지 조건은 한국인에게 여행지로서 축복이나 다름없는 곳이죠. 저는 이런 분들에게 교토 여행을 권하고 싶습니다. 1. 한 번도 교토를 안 가본 분 2. 미술에 관심이 있으신 분 3. 힙스터 4. 가벼운 가족여행 5. 산책이 좋은 분

이런 분들에게는 교토를 권하지 않습니다. 1. 걸어다니기 싫은 사람 2. 울버린 3. 투덜이 4. 야채 싫어하는 사람 5.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방사능 때문에 불임 판정을 받은 사람 6. 동남아 밤문화를 검색해본 사람

2. 교토란 어떤 곳일까요? 사전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지금 현재의 교토에 대해서 얘기 하자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땅값이 오르고 투자금이 모이고 있는 곳으로 오랜 기간 침체해 있었던 간사이 경제가 살아나는 증거이기도 하죠.

-다시 말해 약 천오백년 동안 교토는 일본국의 문화 중심지였고 누적된 유물유적은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을 정도이나, 동시에 그로 인해 일본 미술의 가장 중요한 중심축이고. 그 기반 하에 모여들고 있는 자본으로 세련된 취향이 모여들고 있는 곳입니다.

여행자에겐 축복. 그야말로 종합 선물세트와 같은 곳입니다. 사실 교토에서 할수 없는 여행 액티비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익스트림 스포츠(장기나 바둑은 가능) 2. 레알 마드리드 경기 관람(TV로는 가능) 3. 한 반지를 용광로에 넣어서 멸망을 막음

거꾸로 말하자면,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교토에 여행을 가려는 사람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실히 정해야합니다. 네이쳐 리조트도 아니면서 어떤 시기에 어떤 곳을 가는가, 가 너무나 중요한 곳이 바로 교토입니다. 하고 싶으신게 있나요?

제가 오늘 교토에서 잠이 깬다면,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가벼운 차림으로 근처 카페에 들어가 빵으로 아침을 먹을 겁니다. 숙소는 시조에서 시치조 사이. 오전에는 뒤돌아보는 불상이 있는 에이칸도에 가서 사진을 찍다가 점심때 소바를 먹으러 갑니다.

이동은 자전거를 빌려도 되지만, 그냥 걸어다닐거에요. 교토는 오래된 도시라 모든 것이 걸어다니는 것 기본으로 도로가 짜져 있죠(그 덕에 자동차와 도보길 사이가 너무 가까워요) 소바를 먹으니 좀 귀찮아져서 교토시립미술관에 갑니다. 빨간 벽돌의 건물이죠

다 보고 나니 다른 사원에 들르기엔 시간이 좀 많이 지났어요. 기온 구석진 골목 안쪽 보이지 않는 구석에 제가 좋아하는 카페가 있어요. 떡과 차를 마시니 힘이 나서 단골 골동품 가게에 들러 인사를 하고 숙소에 돌아가 1시간 정도 오후 늦잠을 잡니다.

그리고 일어나서 멋진 야채가 나오는 유토후(끓인 두부)집에 설렁설렁 걸어가 밥을 먹습니다. 밤의 교토는 어둡고 가게들의 조명은 밝지 않아요. 샛길로 가모가와의 강변을 거닐다 맥주를 한 캔 따서 둔치에 앉아 마셔요. 오늘은 그믐달인것 같은데..

숙소에 돌아가면 8시 정도죠. 교토에 오면 항상 석양을 보는데 오늘은 오후 늦잠을 자느라 석양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 내일 보죠. 내일도 느즈막히 일어나 어디에 갈지 정할겁니다. 자 저의 이상적인 교토 여행은 이런 식입니다. 실은 이렇게 못하죠

제가 교토여행을 갈 때 마다 미친듯이 돌아다니고 헥헥 거리고 먹어치우고 검토하고 도로를 질주하는걸 트위터에 날 것으로 쓰고 있지만, 그런 것만이 교토여행이 아니라는 의미로 쓴겁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오래된 거리를 걷고 커피를 마시는 것도 교토입니다.

맘에 드셨다면, 교토여행의 기본에 대해서 좀 더 쓰도록 하겠습니다. 여행의 기본은 예산과 일정, 그리고 숙소겠죠? 마음에 드셨나요?


3. 교토를 가려고 하는데요 네, 앞의 1,2번을 읽어서 그러신건 아니겠지만 교토에 가시려는 분이군요. 여러가지 질문이 있으실거에요. 처음가시는 분인가요? 아니면 곤란한데요 이미 가봤으면 알아서 공부해서 가거라...어른이면 그렇게 살아야지?

일단 예상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드리자면 교토에 가면 이곳을 가야한다! 같은건 없어요. 금각사가 어쩌니 기요미즈가 어쩌니. 솔직히 님 취향도 모르면서 그런걸 말씀드리긴 쉽지 않아요. 얼마나 있는게 좋냐고요? 글쎄요 그건 님 사정이죠!

하지만 처음가시는 분들이니까, 팁을 드리죠. 인천공항에서 간사이로 가는 첫번째 비행기는 8시에서 9시 사이에 있어요. 이동시간은 항공 1시간 40분, 게이트 빠져나오는데 약 1시간, 철도로 간사이에서 교토까지 약 한 시간.

다시 말해 아주 빨리 당일날 교토에 도착한다면 1시입니다. 돌아올때요? 돌아오는 가장 늦은 비행기는 약 저녁 7~8시입니다. 역산하면 다섯시까지 공항 도착 여유 잡고 출발시간을 잡으면 3시 정도. 교토에서 마지막 점심을 먹고 공항에 가시면됩니다

일정 얘기를 가장 처음에 말씀드린 건 주요 관람지가 9시에 열어서 4시정도로 닫기 때문에 저같이 미친 사람이 아닌 이상 9시 입장 2시간 관람 1시간 밥먹고 이동해서 2시간 관람, 이렇게 하루 두군데 이상은 관람이 어렵습니다.

밥집? 괜찮은 카페들은 5시에서 6시경 문을 닫습니다. 점심? 보통 2시에서 4시까지는 런치 후 휴식시간 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구경하고 먹고 다니고 싶어도 다 문을 닫으니 천천히 느긋하게 구경하는 것이 교토 여행의 기본입니다. 일정이 그려지시나요?


일정 정리 첫째날: 아침 출발, 점심때 교토 도착, 오후 피곤해서 기절, 밤 밥먹고 잠 두번째날~귀국 전날: (하루 두 군데씩 일정) 귀국날 아침 먹음, 쇼핑, 점심 먹음 공항으로 가서 밤 늦게 공항 도착. 울면서 집에 감 이런 형태가 되죠.

그리고 예산. 교토는 아아주우 비싸게 다닐수도 있습니다. 재미삼아 2박 3일짜리 여행을 400만원 정도로 셋팅 해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가시는 분이라면 이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항공권 왕복 30만원, 1박 숙소 12만원 오케이?

자, 여기에 따라 붙는 비용들, 하루 두 군데를 가면 입장료 2만원, 교통비는 걸어다니니까 안 쓰고 차 마셔야 하니까 만원, 밥값 점심 저녁 만원씩 이만원! 3박 4일을 간다면 약 60만원에 여섯 군데 정도 들를 수 있군요.


여기까지가 교토 여행의 기본인 셈이군요. 앞으로는 숙소가 왜 12만원이에요? 숙소 어디로 잡아야 해요? 교토 가서 뭘 먹으면 좋을까요? 뭘 보면 될까요?(윽 이거 묻지 말랬지) 같은 내용을 쓸 참입니다. 도움이 되고 있으신가요 호홋


실은, 지금부터가 본론인 실전강좌인데 쓰기가 귀찮아지고 있어요. 어쩌죠.


게다가 위의 예산 정리 잘못했네요 60만원 아니고 80만원 정도? 저는 예산 개요 잡을 때 (항공권+숙박비)*2 정도로 전체 예산을 잡습니다. 어디 여행을 가든 거의 그렇게 pre예산을 잡아요.


3. 교토 지역의 특수성 모든 걸 이해할 필요는 없겠지만, 교토의 특수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이해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1) 계절별 차이가 크다. 즉 딱히 비성수기가 없으나 벚꽃이나 단풍철 같은 초성수기에 몹시 아름답고 몹시 비쌉니다.


(2) 구역으로 나누어서 이해해야합니다. 그닥 크지 않은 시가지이고 도보로 어디든 갈수 있지만 각 구역별로 유적의 분포, 영업시간, 할수 있는 것의 차이가 큽니다. 좀 멋있게 말해보자면 교토여행은 시간을 여행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3) 그리고 야채를 먹어야 한다.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교토는 야채와 과일이 맛있습니다. 사실 고기는 별거 없고 여러분이 일본갈때 마다 죽어라고 먹는 스시는 발효스시류가 더 많습니다. 야채...


(4)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밥을 세끼 먹는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꼭 모든 예산과 시간을 하루에 한 번은 차를 마신다고 생각하세요. 커피든 차든 디저트든, 나는 뱃때지가 출렁거리는 잉글리쉬이다 라고 생각하고 차를 드세요. 그것이 교-토-입니다


얘기가 좀 샛길로 새고 있는데, (5) 우지나 오하라 같은 지역을 가지 않는 이상, 모든 이동은 도보로 간다고 생각해주세요. 물론 아라시야마 같은 곳에 가려면 전차를 타는 것이 좋지만, 교토 여행의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거리에 있습니다.


그리고 특수성의 마지막, (6) 교토에서 꼭 봐야 할 것은 없습니다. 모든 유적지가 대부분 아름답고 (중국인이 많으냐 적으냐의 차이는 있으나) 인생에 한 번쯤은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 입니다. 어디를 가야하냐에 집중하지 말고 그냥 교토에 집중해주세요


자, 그럼 여러분은 교토에 가고 싶은 이유가 있고, 일정을 어떻게 짤지 예산을 어떻게 짤지 대략 감을 잡았으며, 교토여행의 특수성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실질적인 이야기로 넘어가죠. 근데 또 귀찮아 어쩌지 쓰면서 계속 귀찮아


4. 다짜고짜 실전, 숙소를 어디로 잡아야 할까요? 네, 귀찮으니까 실전이다. 여러분이 쓰는 숙박예약 페이지를 열어서 교토를 검색해주세요. 에어비앤비는 빼고요 제가 에어비앤비를 싫어하니까요. 교토에는 특이한 숙박 업태가 있습니다 "하타고"라는 것인데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교토의 전통 가옥에서 자는 것이고. 보통 다른 나라에서의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서비스 입니다. 교토의 골목에서 다다미집, 전통 욕조, 전통 정원..보기만 해도 좋아 보이죠?

결론은 안돼. 하지마. 입니다. 장점이야 수도 없는 곳이지만 결정적으로 저런 숙소는 비싸고 서비스가 부족합니다. 여러분이 돈이 많은 미국인이며 인생에 한 번 교토에 온다면 모를까 여러분은 2시간 거리에 사는 한국인 입니다. 제가 추천하는 숙소는 호텔


저런 하타고야의 경우 가격이 비싸거나 입지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으나 전문적인 비즈니스 호텔은 오히려 가격이 안정되어 있습니다. 중국인들 덕분에 가격이 더 내렸죠.대략 교토의 숙소 가격은 최고급 호텔 - 하타고야 - 일반 비즈니스 호텔 순입니다.


에어비앤비는 어느 지역으로 가거나 현지 언어와 사정에 대해 이해할수 있을때 가는 것이 좋습니다. 원래부터 전문 숙박업소가 아니기 때문에 최근에 교토에 가족여행을 간 친구는 A&B숙소에서 난방을 켜지 못해 술을 마시고 있는 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그럼 다시 지도를 펴서 숙소를 보죠. 업소 분포를 보시면 알겠지만, 종으로는 교토역에서 교토고쇼까지 횡으로는 미부까지 분포되어 있는걸 확인할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거기가 교통 중심지거든요! 교토도 사람사는 곳이라 주택지엔 숙박지가 없어요!


단순하게 가죠. 여러분이 가고 싶은 장소 가까이에 도보거리의 숙소를 잡으시는게 제일 좋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한국인 6시에 문을 닫는 가게를 이해하지 못하죠? 여러분께 추천드리고 싶은 라인은 시야쿠쇼부터 교토역까지 이어지는 종라인입니다.


이 라인은, 번화가이면서 숙박업소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아침에는 일찍 저녁에는 늦게까지 문을 여는 가게가 많습니다. 물론 가라스마루 쪽도 그렇지만 그 쪽 숙소는 너무 비싸고 수가 적습니다. 거꾸로 하타고야에 가시려면 이 중심지는 피하는게 좋습니다.


다행히도 교토는 버스 비가 어디를 가든지 210엔으로 비교적 쌉니다. 싼 가격에 홀려 교토역 주변에서 숙박을 하는 방법도 있죠(이상하죠 교토역이 싸다니) 교토 초보자들에게 베스트 숙소는 기온 주변입니다. 접근성이 좋죠. 조용하지 않아서 그렇지


자, 그럼 교토의 실전 편. 교토에서 무엇을 할수있을까요 편이군요. 음 그건 다음 시간에...? 에라 모르겠다.


감기 걸려서 일찍 잤더니 알림이 미친듯이 올라와있네요. 이대로는 안되겠어서 실전편 5. 교토에서 무엇을 할수 있냐고 묻기 전에, 를 적습니다. 저는 한국 블로그 정보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트위터 정보도 마찬가지죠 여러분 제 말을 믿지마세요


일본 여행을 할 때 가장 신뢰할만하고 깔끔한 곳은 (제가 항상 추천드리는거지만) 일본 정부 관광청의 홈페이지 입니다 각 지역별로 어떤 관광명소가 나와있는지 알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허접한 그것과는 달라요


그리고 교토 관광 가이드를 참조하세요. 제가, 혹은 트위터나 블로그의 누가 백날 어디가 좋다고 얘기하는거 믿지 마시고 이곳에서 벚꽃의 개화시기, 축제의 일정등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걸 다 확인하시고 나면 가이드북이나 주변 사람들의 의견, 블로그, 트위터를 참조하세요. 교토는 넓고 아주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가본 사람" "현지인의 추천"을 믿지 마세요. 그들도 교토을 다 모릅니다. 물론 저도 그렇죠.


제가 몇 번의 여행으로 가본 교토의 신사와 절이 30곳이 약간 안 됩니다. 근데 거기서 제일 좋은 곳이 어디였을까요? 저는 교토를 딱 한 번만 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이 타래를 쓰고 있습니다. 교토에 가게 되면 여러분 각자의 교토가 생겨납니다

그래서 교토를 다니기 시작한 사람에게 제 충고는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그만큼 교토는 넓고 깊습니다. 저는 매 여행 동안 교토의 정원과 사찰에 집중했는데도 아직 갈 곳이 많고 정원 중엔 특정 계절이 더 아름다운 곳이 있어요. 아직 멀었죠.

5-1 근데 절이랑 신사 밖에 없나요? 맙소사, 이 질문이 나올 타이밍이 아닌데 나와버렸군요. 네, 관광청의 홈페이지를 보면 교토에는 절밖에 없는 것처럼 보여요. 절-정원-신사는 교토의 트리니티죠. 그래서 절이 싫어서 교토에 안간다는 분도 있어요


물론 위에 링크를 걸어드린 교토 가이드를 보시면 좀 더 폭 넓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예를 들어서 교토의 전통 공예 쇼핑, 꽃꽃이 클래스 등에 대해서도 확인하실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원하는 것은 그런게 아닐거에요. 좋아요 힙스터 여러분


교토의 여행은 크게 두 가지 교토의 전통을 따르는 여행과 새로운 흐름을 따르는 여행이 있습니다. 새로운 흐름이란 전술한바와 같이 교토는 일본 미술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개인 갤러리의 수와 질, 그리고 전문 아트 갤러리의 수에서 몹시 뛰어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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