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이번 여행 동안 한 번도 혼자 였던 적이 없는 것 같다.


기분 상 그렇다는거지, 사실은 완전히 혼자였다. 밥도 혼자/잠도 혼자/기차도 혼자 탔다.

자세히 얘기해보자면, 비도 혼자 맞고 길도 혼자 헤맸고 산도 혼자 탔다. 이 여행기의 뒷 부분에 끝없이 나오겠지만 내 이번 홋카이도 여행의 반 이상은 길을 잃어서 외진 오지를 미친듯한 속도로 주파하거나 비가 오는 거리를 헤매거나 기차를 놓치는 일로 가득해서 여행을 누군가와 같이 시작했어도 여행이 끝날 때 쯤엔 외톨이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여행이었다. 믿어도 좋다. 나도 몇번이나 사람 한 명 지나가지 않는 외딴 곳의 의자에 앉아서 왜 이런 결정을 했지? 하고 몇번이나 본인의 멍청함을 곱씹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인생 그것은 외로움.


어쨌든 혼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여행 중 내내 Anna Kendrick의 노래를 들었다.

2. 데이터 로밍을 해 갔기 때문에 친구들과 내내 메시지 앱을 주고 받았으며, 맛있는 걸 먹을 때 마다 SNS에 올렸다.

3. 작은 오리 인형과 여행 내내 같이 있었다.


그래 3번 이유 때문이다. 키 189에 서른이 넘은 나는 여행 내내 신 치토세 공항에서 산 작고 보드러운 오리인형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래, 아이디어는 별로 특이한 게 아니었다. 혼자 여행을 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도 아무도 없는 풍경, 기껏해야 접사. 또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셀카 정도 밖에 나올게 없었다. 그렇다면 사진을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하기 위해 포인트를 부여하기 위해 장난감이나 인형을 가지고 다니다 풍경에 조금씩 끼워두는게 재미있는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친구에게 "동물 인형을 가지고 다니려고 해"라고 말하자, 친구가 몹시 불쌍하다는 듯이 "그래 혼자 여행다니면 외롭잖아"라고 동정해주었지만. 아니 원래 그런 목적 아니거든요. 정말로 사진을 잘 찍어보려고 그런 겁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건 서있거나 네발로 움직이는 모습의 곰 조각, 혹은 티라노스러운 공룡 같은 거였다. 

왜냐하면 멋지게 서있는 모습이어야지 위치 고정 같은 것에 신경쓰지 않고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석양을 배경으로 포효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 정말 멋있겠지 하고 생각도 했다.

일단 이름을 Curtis라고 짓고 The world destroyer라는 별명까지 지어두었다. 

설정은 인간의 지구 지배에 저항하는 사나운 포식자로서 사사건건 인류가 만든 구조물들을 파괴하려 드는 걸로 정하기 까지 했다.그렇다 여기서 그냥 사진을 찍으려고 동물인형을 가지고 다닌다는 목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미 폭주하기 시작한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문제는 여행 일정에 쫓기다 보니 한국에서 적당한 "커티스"의 후보를 찾지 못했고 신치토세 공항에 가면 곰 모양 조각상 정도야 얼마든지 있겠지 하고 좀 안일한 기분으로 여행을 떠났다. 물론 당연한 흐름으로 신치토세 공항에는 제가 원하는 곰이나 공룡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이상에 제일 가까웠던 것은 엄청나게 무거운 나무로 만든 곰 조각상이었는데 일본 추리 소설에서 구두쇠 숙부의 머리를 때리는데 주로 등장할 것 같은 단단한 제품이었다.


결국 아동을 위한 장난감 가게를 전전하게 되었는데, 고양이나 말 인형, 곰 인형, 개구리 등 여러가지 인형이 있었지만 결국 고른 것은 야마네 공방이라는 곳에서 만든 오리(실은 오리가 아니라 원앙의 새끼였다 맙소사)인형이었다. 아주 복슬복슬하고 귀여운 새끼오리들이 같은 바구니에 모여서 있었다. 손으로 만들어서 얼굴이 다 각각인 오리들 중에서 제일 통통하고, 제일 예쁘고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혼자서는 똑바로 서지 못하는 바보같은 오리가 "커티스"가 되었다.

혼자서는 똑바로 서지도 못하다니, 그래서 이 오리 인형은 처음의 목적이랑은 전혀 다른 그냥 "길동무"가 되었다.


물론 사진을 찍을 때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진짜 오리처럼 갈색이었기 때문에 위장이 엄청나서 조금만 수풀에 넣어놔도 보이지 않기 일쑤였고 바람이라도 불면 데굴데굴 굴러서 어디론가 사라질 뻔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지금도 내 책상에 앉혀놓고 내 모니터를 쳐다보는 자세로 올려뒀는데 어느새 책상에 코를 박고 자고 있는 모습이 되었다. 이렇게 집중을 못하다니 얘, 아무래도 서울대는 못 가겠어요.


하지만 커티스를 주머니에 넣고 여행을 다녀서 다행이었다.

내 손안에 쏙 들어오는 보들보들한 이 오리는 주머니에 넣어두면 얼굴만 빼꼼 하고 내밀고 나를 쳐다보았다.

출국 때 면세점에서 산 향수(Creed의 Silver mountain water)를 매일 뿌려서 엄청나게 좋은 향기가 났다.

테이블에 커티스를 올려놓고 사진을 찍으면 반은 미친 사람처럼 쳐다봤지만 반은 귀엽다며 같이 사진 찍게 해달라고 졸랐다.

길을 헤매다 문득 괴로워졌을 때 커티스를 무릎에 올려놓고 노래를 들었다. 괜찮아, 괜찮을거야.


사람은 이렇게 어리석은 생물이라서 살아있지도 않은 것을 사랑하고야 만다.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고 부드러운 감촉으로 주머니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지만 나의 홋카이도 여행은 커티스가 있어서 조금 더 즐거운 것이 되었다. 밥을 먹을 때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버스 창가에 기대어두고 아무도 듣지 않은 내 콧노래를 듣고 같이 자전거를 탔다. 누군가 나를 보았다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어떻게 부드럽고 좋은 냄새가 나는 작은 오리 인형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길을 헤매는 사람에게야 말로 달콤함이 필요한 것 처럼 말이다.



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는지 잘 모른다. 

그들은 무엇을 즐거워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워 아직도 "인간"은 나에게 괴물이며 공포이다. 

사람이 개의 표정을 흐릿하게 이해하듯이 나는 -스스로를 포함하여- 우리 모두를 흐릿하게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 말하자면 당신같은 타인을 - 이해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현상을 관찰할 때가 있는데, 

우리들이 여행을 다루는 방식도 관찰할 때가 있다.


웹상에 떠있는 여행지의 녹색과 푸른색의 수많은 아름다운 이미지들, 

TV에서는 우리가 가본적이 없고 가볼일도 없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여행을 떠나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이고 어떤 용감하고 숭고한 행위인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결국 우리는 1년 중 2주나 될까 말까 한 휴가 중 일부를 떼어 집에서 하루 종일 누워 음식을 시켜먹으며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도착하는데 수시간이 걸리고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쾌적하지도 못한 곳으로 가서 시간을 보낸다.

 

분명 지금보다 예전에 여행은 위험한 것이었으며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 불편을 참아내는 인내, 무엇보다 많은 것을 희생 할 수 있는 목적을 가지고 떠나는 그런 것이었을텐데. 지금 우리가 여행을 발휘하는 미덕들은 낯선 음식을 입에 댈 수 있는 인내심과 몇개월간 벌어놓은 돈을 며칠만에 써버릴 수 있는 용기 정도이다. 목적 의식? 아마도 일년에 수십만 수백만이 방문하는 곳에 가서 다른 사람은 최대한 나오지 않는 각도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우리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가지는 목적의식 아닐까.


온갖 마케팅이 오늘도 여행을 대단한 것이라고 지켜세우지만, "우린" 도대체 왜 여행을 가는 걸까.

사실 우리 모두는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이 쓸데없는 낭비를 평소라면 상상도 못할 스케일로 하는 걸텐데.

정말 여행을 가게 되면 우리의 목적은 이루어지는 것일까?


나는 2015년 6월 28일부터 7월 4일까지 일본국의 홋카이도 지방을 여행했다.

일정은 이랬다.


6월 28일 신치토세 공항 도착, 29일 00시 경 구시로역 도착.

6월 29일 구시로 습원 방문, 29일 저녁 오비히로 역 도착.

6월 30일 마나베 공원 및 미도리카와 공원 방문, 30일 저녁 아사히카와 도착.

7월 1일 오전 후라노의 토미다 팜 방문, 카미후라노를 거쳐 비에이쵸 방문.

7월 2일 아사히카와 동물원 방문, 2일 오후 삿포로 도착. 저녁 오타루 방문

7월 3일 모에레누마 공원 방문. 4일 신치토세 공항을 통해 인천 도착.


여행의 대부분은 기차를 통해 움직였고, 기차의 이동 거리는 940km에 달했고 4번 숙소를 바꾸었다.

6박 7일의 짧지는 않은 일정동안 말을 할 수 있는 동행은 아무도 없이 나 혼자 하는 여행이었다.

나는 그 기록을 여기에 남기려고 한다. 여행에 대한 모든 것을 쓸 수는 없겠지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보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왜 그곳을 갔고 그로 인해서 (아주 작은 것이라고 해도) 무엇이 변했는지에 대해서 쓰고 싶다.


큰 이유는 없지만 글은 시간 순서대로 쓰지 않을 것이며. 

처음은 치토세 공항을 통해 인천으로 돌아가는 바로 그 비행기에 대해 쓸 것이다.

그냥, 여행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여행을 간 동안에는 음악을 들을 일이 거의 없었으나 주로 Anna Kendrick의 <Cups>를 들었으며

흥얼거릴 때는 <夢の中へ>를 흥얼 거렸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역시 Anna Kendrick의 <Still hurting>을 듣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이번 여행 동안 한 번도 혼자 였던 적이 없는 것 같다.



머리 맡에 쇠로 된 숟가락을 놓고 잔다. 

어디선가 읽은 베트남의 소수 민족의 풍습에서, 잠든 사이 그리운 사람이 나타나면 쇠로 된 숟가락을 주고 보내야 한다고 한다. 그 그리운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숟가락을 주고 떠나보내야 한다고 한다. 내가 숟가락을 놓고 자는 이유는, 어느날 밤에 낫토를 먹고는 치우는 걸 잊었기 때문이다.


졸려서 죽을 것 같다. 몇주 째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다. 자고 있어도 잠을 자지 않고 있다고 느낀다.

해가 뜨면 노래를 틀고 누운 상태로 노래를 듣는다.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잠시 눈을 감는다. 잠이 올것 같은 기분이 들면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침엔 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어떻게 된건지 점점 일이 늘어난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귀찮은 일들이 잔뜩 늘어났다.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거기서 오류를 발견해낸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고 해도 일정한 량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하게 되면 거기서 오류가 생겨난다. 그걸 막기 위해 머릿속에서 오류를 검증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그걸 사용한다.

누군가가 싸운다. 서로 힘을 휘두르고 상대의 뒷통수를 쳐서 자기의 훌륭함을 증명하려고 한다. 나는 그 사이에 껴서 서로의 표정을 살핀다. 나는 일하는 곳에서 훌륭한 거짓말쟁이다. 왜냐하면 아직 저 사람들이 내가 거짓말쟁이란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서툰 거짓말을 하고, 무의미한 거짓말과 중요한 진실을 섞어서 뭐가 뭔지 모르게 만든다.

요는 모두가 만족하는 해답은 진실이랑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나는 꽤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준다.


이보세요. 정신차리세요 저는 거짓말쟁이입니다. 저를 믿으면 안됩니다.


어린애처럼 얼굴을 찌푸리고 큰 소리로 울면서 잘못과 거짓말을 빌고 싶다.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너무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요. 할수만 있다면 세계를 예전으로 돌리고 싶어요.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기 전에 당신을 알기 전으로 말이죠. 그리고 당신 인생에 끼어들기 전에 작은 다리에서 뛰어내릴거에요.


너무 졸립다. 견딜수가 없어서 데스크에 앉아 눈을 감는다. 소름이 끼치도록 짧은 꿈을 꾸고 잠에서 깨서 무언가를 깨닫는다.

이렇게 깨닫는 것들은 항상 잔혹하고 무의미할 정도로 정확하다. 빌어먹을 집에 갈걸 그랬어. 이런걸 지금 깨달아서 뭘 하겠어.하고 생각한다. 아까 말씀드렸다 시피 모두가 만족하는 해답은 진실이랑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나는 표정 하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긴다. 집으로 가자.

누군가가 스쳐지나가다 웃으며 나 공룡싫어해요 아무리 얘기해도 그 영화 안 볼거야. 하고 말하고 작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미소를 지은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고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저 사람이 나를 불러 세우면 무릎을 꿇고 영원한 사람을 맹세할지도 몰라. 하하하


차에서 내려 가방안에 넣어둔 바질시드 드링크를 마신다. 그레이프 후르츠와 망고. 어째서 가방에 넣어두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술을 마실 수 있다면 마셨을텐데 나는 술을 마셔서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나를 용서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파괴된 채로 이렇게 살아갈수는 없다. 나는 더 이상 우울하지가 않다.

내가 내가 바란만큼 좋은 사람도 아니고, 내가 노력한 만큼 괜찮은 사람도 아니었다는 사실이 더 이상 슬프지가 않다.

나는 준비가 된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도그마. 엉망이 된 30대 남자의 한심한 삶. 그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더 이상 농담이나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 같은게 아니라는 것.

삶이란것이 바로 우리의 존재이기 때문에, 죽음은 결국 우리의 부존재이기 때문에. 삶과 존재를 떼놓을 수 없는 이상 이 한마디를 놓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야한다, 어떤 경우에라도 살아가야한다"

이 비루한 삶이. 이 비루한 삶을. 이 비루한 삶이라고 해도.


천천히 되풀이 하자. 나는 당신에게 아무 것도 줄게 없다. 나는 당신에게 아무 것도 받을 것이 없다.

잠시 생각을 한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사는 인간은 얼마나 소름끼치는 괴물인걸까. 그런 괴물이 되어서 뭐가 좋을까.

나는 농담을 하지도 못하게 될거다. 사람들이 농담을 하지 않는 이유는 농담을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게 어렵지 않다는 걸 꺠달았기 때문인걸까. 나는 좋은 사람이 되기에는 너무 약해서 농담이라도 할수 있었으면 했는데 말야.


친구와 차를 몰고 시골길을 가던 일이 기억났다. 태양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어.

그만해. 나를 여기서 데려가서 그 길로 데려가줘. 거기가 내 내세고 나는 이제 어디에도 없어.


어느날 당신의 머리맡에 내가 나타난다면, 숟가락을 건내기 전에 잠시 시간을 줬으면 한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세계에 없다. 그건... 분명 어떤 유령 같은 흔적인게 틀림없을 것이다.

당신을 해치지 않을테니, 숨을 몇번 쉬고 눈을 깜빡일 동안 나의 유령을 잠시만 내버려두길 바란다.

나의 유령은 당신이 나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사라질게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아니다.

절대로 나는 당신의 머리 맡에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여기에 없다. 나는 이 공간에 부재한다.







삶은 찰나지만 근성은 영원하다! 관글이 찍히는 한 끝없이 추천하겠다.

현재 스코어 68관글.


51. <암야행로>, 시가 나오야. 그를 평하며 아쿠다카와 류노스케를 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아쿠다카와를 두렵게 만들 정도의 재능으로 그의 자살 원인중 하나가 되었다고 일컬어지는 소설가. 결과적으로 이름이 남은 것은 아쿠다카와 였지만...근대 일본 소설의 주류인 사소설에 가까운 구성이면서 인간 그 자체의 고뇌를 그려내는데에는 그 어떤 작가보다도 뛰어나다. 인간의 불합리성을 어설픈 휴머니즘으로 극복해내는 모습을 넘치는 재능으로 쓴 소설을 보고 싶다면 추천. 아니면 비추.

이걸 추천한 것 때문에 간만에 고바야시 히데오의 시가 나오야 론을 다시 펴보았다.

그는 "시가 나오야는 사색하는 사람도 아니고, 감각하는 사람도 아니며, 뭐니뭐니 해도 행동하는 사람이다"라고 평했는데 공감하시는지. 제가 그 평론에서 좋아하는 부분은 "시가 나오야의 영혼은 극(劇)을 모른다. 그의 고통은 나무가 커가는 듯이 성장하는 고통이다"라고 하는 부분이죠. 대학교 때 이 구절을 읽고 울컥하고 울뻔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야아 청춘이네.


52.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존 르 카레. 집안의 친척 어르신인 존 르 카레의 출세작. 물론 집안 친척이라는 얘기는 재미없는 농담이다. 그의 작품은 실제 그의 경험(스파이였다)에 기초한 심리적인 첩보가 백미인데, 이 책은 좀 다르다. 거의 일반 액션 소설이나 마찬가지인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 편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나는 어디서부터 상대를 속였고 어디까지 속일 수 있는지. 나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다 버리고 어디까지 갈수 있는지. 이런 것들이 주제였으나 최근에는 작풍이 바뀌었다. 역시 버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단 하나 뿐이라고 해도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것이 있다. 라는 식으로 할아부지 늙으셨네요. 이런 느낌.


53.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가장 최근에 읽은 책 중에 하나.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린 남자가(잊어버린?) 탐정이 되어 자신의 과거를 쫓는 이야기. 모든 사실들은 의혹이 될 뿐 그가 정말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54. <호빗>, 존 로널드 루엘 톨킨. 이 작은 이야기야 말로 나의 원형이고 모든 것이 시작된 처음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이 이야기를 읽었고 이 책은 나를 영영 잡아 다시는 놓아주지 않았다.


55. <관촌수필>, 이문구. 실은 고백할게 있습니다. 한국 문학을 안 읽는다고 했지만 그건 비교적 안 읽는다는 거지 다른 것만큼 읽고 있습니다. 현대 문학계의 유일무이한 거장이라고 생각하는 이문구 작가의 절창. 많은 것들이 변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

거짓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구성을 읽다가는 지루해지고 문체을 읽다보면 지치는 책.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방법은 있는 그대로 문장을 받아들이고 변해가는 것들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우화처럼 읽어가면 된다. 그가 서툰 이야기꾼은 아니다.

그가 전통적인 가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많지 않은게 이 책의 또 재미있는 점. 그는 그냥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56.<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무엇을 숨기랴. 나는 이 작가도 좋아한다. 대학교때 초라한 종이 몇 장으로 그와의 대화 시간을 공지한 학생처에 화가 나서 전화를 걸었을 정도였다. 기발한 소재, 깔끔한 필력. 뭐하나 빠지지 않는 작가다. 그는 특이하게 장단편을 가리지 않고 훌륭한 퀄리티를 만들어 내는 작가라서 추천하기도 편한데. 한국 작가를 추천하려면 그를 가장 먼저 추천하는게 맞다고 본다. 일단 책이 재미있으니까.


57.<사이더 하우스 룰즈>, 존 어빙. 가아프의 세계와 이 책 중에서 무엇을 추천해야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사이더 하우스 룰즈를 추천. 현대의 고전이라는 말에 걸맞는 멋진 작품이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인간의 가치가 무엇에 있느냐 하는 것이 이야기의 주제. 존 어빙의 다른 소설이 그러하듯 잔혹한 세계에 탄생하여 자란 인간이 과연 무엇에 가치를 둘수 있는지. 무엇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하여간 길고 따분하지 않은 소설이다. 설명할 말이 너무 많아서 급 끝맺음을 하게 되는구나...


58. <타이거 타이거> 엘프리드 베스터. 너무 유명한 SF소설은 더럽게 촌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유명해져서 전범이 되면 수많은 작품들이 그 설정을 따라하고 말기 때문이죠. 아시모프가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란 말이죠. 결국 sf소설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참신함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어떤 메시지. 즉 작가가 말하고 싶은 어떤 액기스가 되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sf소설은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게 문학성이 엄청 중요해지는거죠. 유년기의 끝같은거처럼

사실 이 작품의 많은 설정은 뒤의 작품들에게 끊임없이 카피되고 있고 소설 자체도 곳곳에 서툰 구석이 드러나지만. 이 작품에 서린 "귀기"가 압도적입니다. 길지 않은 이 소설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이 소설의 기백이죠.


59. <허풍선이 남작 뮌히 하우젠> 뷔르거, 저는 동화를 매우 좋아합니다. 동화에서 말하지 않는 것들을 추측하는 것이 좋고, 동화를 비틀어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동화가 아니죠. 실존 인물 모델도 있고 당대의 유명 작가가 채록했으며, 여러가지 설화와 농담이 합쳐져서 전설적인 인물 뮌히 하우젠이 탄생한 것이죠. 저는 이 이야기 하나하나 다 좋아합니다만 사실 당대를 풍자하고 니힐리즘을 정신적인 근간으로 한 "이야기"죠. 어쨌든 혼란스러운 이야기 라서 그런지 비교적 근대의 작품인데 난잡해요


60. <개인적인 체험>, 오에 겐자부로. 그의 소설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가 일본의 양심이며 고 귄터 그라스와 더불어 오랫동안 세계의 행동하는 지성으로서 살아온 것은 사실이나 좀처럼 그의 소설을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시대를 뛰어넘은 세련됨이 거슬렸다고 하면 이해해주실 분이 있을까요? 오히려 그의 에세이인 나의 나무 아래에서는 대학 시절 몇번이나 읽고 많은 분들에게 선물로 드렸습니다. 너무 좋아해서 눈물이 나는 부분이 있는 에세이죠. 사실 오에 겐자부로의 자기 고백이나 다를바 없는 이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소설의 완성도를 포기하고 만들어낸 마지막 부분 때문입니다. 촌스럽기 짝이 없고 전체 구조를 다 망치는 이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 배경지식을 모르면 이해가 안될겁니다.

앞으로 책을 읽으실 분을 위해서 자세한 설명은 드리지 않겠지만 장애를 지닌 아들이 태어나는 데서 고통을 느낀 "버드"의 이야기인 소설처럼. 오에 겐자부로의 장남은 뇌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유명한 작곡가인 오에 히카리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내 사랑하는 아이에게. 아버지는 너를 사랑한단다"


61.<토니오 크뢰거> 토마스 만. "난 잠이 오는데 너는 춤을 춰야겠다는 구나"

토마스 만처럼 위대한 작가를 소개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위대한만큼 아름다움을 사랑한만큼 빅 배드 꼰대였던 그와 그의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공통적인 장점(기계적인 완벽함, 미에 대한 강박)을 가장 완벽하게 체현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인 마의 산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토니오 크뢰거가 비교적 짧고(웃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인 베니스에서 죽다는 너무 호모나 게이뭐야 스러운 작품이기 때문에 그의 전체 작품 세계를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니오 크뢰거는 고통, 즉 살아가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떠한 비극이나 외부 요인에 근거하지 않고 다만 오롯하게 자기 자신의 존재로서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매일 같이 낫토를 먹고 있다. 한달 정도 되었다.


낫토가 뭐냐면, 대두를 낫토균으로 발효시킨 일본의 반찬이다. 단맛 짠맛 여러가지가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일반적인 짠맛의 낫토. 겨자도 넣고 간장도 넣는 일본인 기준의 촌스러운 맛이라서 간사이 지방에선 좀처럼 먹질 않는다.

11세기 경의 기록에도 낫토와 비슷한 음식에 대한 기록이 있는 걸 보면 정말 일본에서 오래된 음식인데 지역차이가 있다니 재미있다. 어쨌든 발효 식품이라 보관성이 좋지만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 대표적으로 혈압강하 효과 같은 것은 정평이 나있다.

낫토균으로 제대로 발효하지 않은 낫토는 그냥 짠 콩일 뿐이라 건강에 하나도 안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애초에 나는 맛이 있어서 먹는 것이다. 비주얼은 그닥 좋지 않다. 계란 노른자랑 생선알이랑 합체된 것 같은 비주얼입니다. 

저도 가끔 고민을 할 때가 있긴 해요. 이걸 왜 먹을까 나는. 인류는 도대체 얼마나 배가 고팠던 것일까. 어쨌든.


처음에는 신세계 백화점 지하의 식품 매장에 낫토가 있길래 흰 죽이랑 먹으면 맛있겠다 싶어서 냉장고에 3통 정도를 사놨는데

어느덧 매주 낫토를 사서 매일 매일 먹고 있다. 처음에는 일본산 낫토(3팩에 3,4천원 정도입니다)를 사서 먹었는데

얼마 전에 풀무원에서 생낫토가 나왔다는 걸 알게되어서 그걸 대량으로 샀다. 

(오뚜기에서 나온 제주 콩으로 만든 어쩌고 하는 낫토는 양이 묘하게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무엇을 숨기랴, 오늘도 샀습니다. 유자 향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낫토에 유자향 같은게 나면 어쩌란거냐. 하고 중얼거리며 2셋이나 샀다. 16개를 산건데 이 정도면 2주 정도는 충분히 버틸것 같아서 흐뭇하다. 호두나무 숲을 만난 다람쥐의 기분이 이럴까.


내가 낫토를 먹는 방법은 평범하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흰죽에 비벼서 먹는거고 가끔 두부 위에 올려서 먹기도 하지만

그냥 생 낫토를 동봉된 소스와 버무려 충분히 징그럽게 늘어붙었다 싶을때 쯤 후루룩 후루룩 하고 먹는 것이다.

한 팩으로 아쉬운 기분이 들 때면 두 팩을 먹을 때도 있다. 두팩이라고 해도 그렇게 양이 많은게 아니다. 원래 밥반찬이니까 콩자반 두 주먹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뭐라고 콩자반을 두주먹이나 먹어 미친거 아닌가? 네 맞습니다.


씁쓸한 얘기지만, 좀 비정상이란 건 알고 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한가지 음식만 먹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서 크게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고 마지막에 입력된 음식을 몇주고 몇달이고 계속해서 먹는 것이다. 고장난 기계 처럼. 어떤 때는 두부, 어떤 때는 고구마, 지금은 낫토. 묘하게 노인식 인걸.

미각이 묘하게 둔해지기 때문에 사실 뭘 먹어도 상관이 없다. 육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정신소모를 피하는 방식인 것이다. 역시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걸까. 아니 도대체 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걸까.

나는 아무 것도 달라진게 없는데. 우두커니 섰다가 휘적휘적 걸어가고 또 생각하고. 잠시 산을 보고 하면서 그냥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말이지.





오늘은 집에 오는 길에 트랙에 서서 예전에 알던 여자아이에 대한 생각을 했다.

평생 그 사람이 말했던 것은 단 하나도 잊어버리지 못할줄 알았는데 이미 어떤 것들은 잊어버렸고 더 심한 것들은 잊어버렸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그 사람과 매일 매일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게 바로 10년 전 이 맘때였다.

집은 305호, 현관문의 비밀번호는 2005. 너 왜 집에 의자 하나 밖에 없냐 내 의자 없냐, 라고 물어보면 오빠 미쳤어요 오빠가 뭔데 내 방에 눌러 앉으려고 해. 라고 말하고는 한참 레포트를 쓰다가. 오빠 뭐해요. 라고 물어보았다.

오빠 나 이거 다 써야 나갈수 있어요. 내가 써줄게. 오빠보다 내가 글 잘써요. 조금만 기다려요. 방 구석에 누워있지 좀 말고 사람들이 자꾸 오빠보고 내 남자친구냐고 물어보잖아요. 아니라고 해라. 아니라고 했어요. 잘했네 우리 흰둥이. 근데 나 보고 싶은 영화있는데. 비포 선셋 보러 가요. 응 보러 가자. 그리고 토마토마 먹고 싶어요. 응 먹으러 가자. 오빠는 하고 싶은거 없어요? 하고 있어.


나는 하고 싶은걸 하고 있어 L. 나는 내일도 낫토를 먹을거야.

그리고 당분간은 네 생각을 하게 내버려둬. 네가 어디에 있든 네가 나를 기억하든 잊어버렸든 간에.









소설을 추천하는 작업은 참 즐거웠다. 일종의 변형된 맨즈플레인이나 스피드웨건이라고 생각해도 할 말은 없지만.

뭔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얘기하고 또 설명을 하는게 순수하게 재미있었을 뿐이라고 하면...믿어주려나.

15년 5월 25일 기준 67개의 관심글이 있습니다. 점점 작품에 붙는 부가 설명이 많아서 (4)쯤에서 끝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거 하려고 굳이 트위터 계정도 살렸는데. 조만간 그만 쓰게 될 것 같아요.


40.<뿔>, 조 힐. 원래 트위터에서는 하트모양의 상자를 추천했으나, 바꿨습니다. 최근의 재미있는 공포 소설로 몇번 추천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또 추천할 필요가 있을까 모르겠어요. 작가에 대해서 얘기하면 어쩔수 없이 현대 미국 소설의 왕인 스티븐 킹의 아들이라는 얘길 할 수 밖에 없겠네요. 

킹의 책에 비하면 금방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두께는 예사롭지 않다. 다만 사소하게 키를 놔두는 아버지와는 다르게 좀 티나게 장치를 해두기 때문에 설렁설렁 빨리 읽는게 가능하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서평의 반이라면 작가도 짜증내겠지만 도저히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물론 아버지의 이야기와는 좀 다르다. 아버지가 맥주를 마시는 선이 굵은 노동자 타입 작가라면 아들인 조 힐은 마리화나를 피우는 지식인 타입의 글을 쓴다. 그의 전작 하트 모양 상자나 이 뿔이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연인의 살인누명을 쓰고 지역 공동체에 버림받은 젊은 남자가 어느날 일어나보니 머리에 뿔이 나있었고 뿔을 본 사람들은 자기의 가장 내밀한 욕망을 숨기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 재미있을것 같지 않습니까? 영화는 물론 망했습니다.


41. <Everything's Eventual>, 스티븐 킹. 톰고든을 사랑한 소녀라든가 여러가지 명작이 있어서 추천하기가 쉽지 않은 작가입니다. 솔직히 제가 추천하지 않았어도 스티븐 킹을 보고 좋아할만한 사람이면 이미 읽었을걸요?

하지만 굳이 추천을 하자니 단편집이 좋겠고.(단편이 정말 훌륭한 작가니까요) 단편집 중에 하나를 고르자니 불멸의 명작 1408이 있는 이걸 추천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근데 스티븐 킹 안 읽는 사람들은 왜 굳이 안 읽고 버티는 겁니까? 읽고 편해지세요.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172170


42. <15소년 표류기>, 쥘 베른. 여러분 충격받지 마세요 15소년 표류기는 쥘 베른의 작품입니다.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쥘 베른 소설입니다. 여러모로 파리대왕이랑 비교당하는 소설이긴 한데. 아 뭐랄까 소설읽으며 너무 머리 쓰지 맙시다. 하지만 여러분은 어른일테니(어른이죠?) 축약본 같은거 읽지 말고 완역본 찾아 읽어봅시다. 한국에 완역본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신나는 이야기에요. 소년들이 표류를 하는데 템이 빠방하게 표류하는터라 퓨마도 잡고 바다사자도 쏴죽이고..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인데. 실은 15소년 표류기는 기동전사 건담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아 정말일까. 그럼 브라이트는 15소년 표류기에 나오는 흑인 선원 역할일까요.


43.<철의 시대>, 존 쿳시. 생존해 있는 가장 위대한 작가. 

가장 아름다운 작품은 흔히들 마이클k, 그의 걸작은 추락 이라고 하지만 몇번이고 타임라인에서 철의 시대를 이야기 하는 이유는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와 함께 받아들이기 쉬운 작품이라서다. 

어떤 예술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걸작 또는 고전이라고 칭송받는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되기 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움이란 인간의 본질이 아니라 단순히 훈련받은 개념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생기지만, 그건 다른 이야기. 요는 영상매체에 양방향 매체까지 발달한 지금 "소설"이란 매체가 과연 어떤 특출난 효용이 있는지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풍을 한계까지 압축해 거의 시에 가까운 형태로 작품을 구성하는 경우도 생기고있다. 그런 경향을 이끄는 작가들은 6,70년대의 영미권 작가들로, 이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확립된 흐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쇠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게 아닌가 싶다. 영화의 결말만 읽고는 영화를 봤다고 하는 이 세대는 글을 쓰는 노동자에겐 잔혹하다. 

결국 한계에 가깝게 압축된 문장. 그리고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현재 소설의 트렌드. 

그리고 거기에 심도 깊은 주제 의식을 주입해내는 존 쿳시야 말로 우리시대 가장 위대한 작가인 것이다. 야만인 여성에게 매혹당한 치안 판사, 아들의 죽음을 쫓는 위대한 작가, 한 순간의 욕망이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한 대학교수, 부랑자 남성을 집에 끌어들인 암환자 여성, 아버지를 도끼로 살해한 딸, 다리가 다친 노인, 로빈슨 크루소의 뒷 이야기, 사후의 심판을 받는 작가. 소름이 끼치는 그의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그에 대한 한가지 사족. 그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백인남성으로 사실 그의 문학적 성과는 끊임없이 타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데 있다. 백인 남성 사회와 그 첨병인 작가들의 "세계"가 얼마나 잔혹한지에 대해 말하고 온갖 자기기만과 비겁함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것이 그의 혈육이며 피에 스며든 독인 것이다. 그의 아들은 의문의 사고로 죽고 그의 아내는 암으로 죽었다고 알려져있다. 그 둘은 작품에 끊임없이 모티브로 등장한다. 우리는 그 정확한 의미를 알수가 없다. 아마 그의 사후에나 연구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존 쿳시야 말로 제 인생의 존잘님이시죠.


44. <기묘한 이야기> 호시 신이치, 일본 SF소설의 아버지, 라고 불리우고 있지만 딱히 SF소설가라기 보다 말 그대로 이야기꾼. 인생에 걸쳐 천개가 넘는 작품을 썼다고 한다. 아니 뭐 이런 공장장이 다 있어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님. 온갖 기묘한 이야기를 짧은 분량의 원고에 집약해서 넣었고 하나하나의 퀄리티는 평균을 넘는다. 이런 이야기를 천개도 넘게 썼다니 이 양반. 모든 작품이 역작이고 모든 작품이 절창이다. 한국에 전집이 나와있으니 그 중 아무거나 읽어볼 것.

평소에 책을 즐겨읽진 않는 친구 책장에 왠지 호시 신이치 전집이 꽂혀 있어서 어째서일까 하고 생각했는데. 이유는 물어보지 못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는 "작은 마을"이라는 작품인데, 읽어보신 분 있으려나요.


45.<인 콜드 블러드>, 트루먼 카포티. 논 픽션 소설 장르를 개척한 작품이자 사실상 (아직도) 최고의 논 픽션 소설. 카포티의 다른 글들을 좋아하지 않는데(그의 자의식은 우스울 정도로 비대하다) 단지 이 소설에서만은 그의 자의식마저 이야기가 된다. 범인은 두 명의 가난한 젊은이. 단 몇 푼의 돈 때문에 사람을 4명이나 살해한 이 사건은 당시 큰 충격을 주었고. 당대 문단의 총아 카포티는 이 사건을 취재하게 됩니다. 그런 이 사건에 대해서 카포티는 독자에게 묻죠. 냉혈한은 누구인가.

범인? 그들을 이렇게 몰고 간 사회? 트루먼 카포티 본인? 아니면 이 모든 걸 담담하게 읽고있는 독자?


46. <목수들아 대들보를 올려라>, JD 샐린져. 인생에 단 하나의 책을 추천한다면 이 책 이외에는 모르겠다. 읽은 책으로 산을 쌓아올릴 정도는 안되어도 주변에 책이 부족하지 않게 살아왔는데.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외로울 때는 항상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은게 언제였던가. 05년 정도였던 것 같다. 나는 아직도 호밀밭 파수꾼을 읽지 않았는데. 이 책은 도대체 왜 읽게 된걸까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 다만, 세상의 가장자리에 덩그러니 남겨져 나에게 아무 것도 없을 때. 오직 그럴 때 이 책을 온전히 읽을 수 있었다. 오랜 세월, 이 책의 문장을 생각함으로서 비로소 빨리 빨리 그리고 천천히 자러 갈수가 있었다.


47.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SF소설가라는 범주가 없었던 시절, 작가들은 더 자유롭게 자기가 말하고 싶은바를 얘기했던게 아닌가 싶다. 지금 저 타이틀은 심각하게 매너리즘에 빠졌거나 아니면 소설로서 심도깊은 사고실험을 하는 사람을 칭한다. 테드 창은 의문의 여지없이 후자로서. 이게 스페이스 오페라랑 뭐가 달라? 싶은 소설들이 주류인 sf소설계에서. 그리고 모든 소설계에서도 훌륭한 사유와 결과를 보여주는 작가다. 추천은 그의 모든 소설을 하고 싶지만 워낙 과작의 작가라...


48.<분홍리본의 시절>, 권여선. 제 친구가 오랫동안 추천했던 작가. 한국 문학계는 수십년째 여류작가의 성과가 압도적입니다. 질과 양 양쪽에서 뛰어난 작품을 내곤 하는데 스타일이 고착화 된 소위 "중견"작가들 보다 신인들 쪽이 재미있습니다. 물론 90년대에 등단한(96년?) 권여선이 신인작가라고 할 순 없지만. 젊은시절의 신경숙을 생각하는 날카로운 글 솜씨와 주제 의식에 비해 잘 알려져있지 않은 작가란 것은 사실이죠. 저도 이 소설집(그것도 아주 최근) 외엔 읽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작품집이서 사회의 주변인이자 약자로 포지셔닝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굳이 그들의 생명력이나 선함을 포장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분노, 삐뚤어진 마음과 악을 그대로 드러내되 혐오하지 않음으로서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죠.

"그녀는 남성사회를 비웃고 있다"라고 하면 반 이상이 거짓말일거고 "그녀는 인류문명을 비웃고 있다"라고 하면 좀 나을테지만 "그녀가 조소하는 것은 인간 내부의 누구나 가지고 있는 흐릿한 부분이다"라는 말에 비하면 부정확하겠죠. 사실 분홍 리본의 시절은 조금 불편합니다. 차라리 다른 작품 집을 보시는게 나을수도 있어요.


49.<뉴욕 삼부작>, 폴 오스터. 세기의 미남작가 폴 오스터를 이제와서 뭘 추천하냐마는...뭐 항상 하는 얘기지만. 그의 모든 작품 세계는 뉴욕 삼부작으로 완성되었고 다른 작품과의 퀄리티 차이를 생각하면 더 훌륭한 작품은...어쨌든 뉴욕 삼부작의 완성도는 제가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 폴 오스터 주제에 어빙 급의 문학적 성과를 보여주는게, 기특하기 짝이 없습니다. 환상과 탐정. 이 정도면 포스트 모더니즘 어렵지 않아요-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트위터에선 스퀴즈 플레이를 추천했지만. 아니 관뒀습니다. 그냥 뉴욕3부작만 읽으세요.


50. <캐치-22>, 조지프 헬러. 이 소설에 대해서 제가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가장 유쾌한 전쟁 소설이자, 가장 위대한 반전 소설. 블랙코미디 중의 블랙코미디인 이 소설은 제가 졸업 이후 읽었던 소설 중에 가장 중요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의 구조는 불합리하죠 등장인물은 이해할수 없게 기괴하고 각자 나름의 이유로 비논리적 언동을 반복하죠. 시간흐름을 무시하고 진행되는 이 이야기에 재미를 느낄때 쯤에 여러분은 이게 유쾌한 소극이 아니란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사람들은 미친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미친게 아니라 겁을 먹은거죠. 전쟁에 겁먹고 도망치는 불쌍한 사람들이었던 걸, 이 이야기가 거대하고 잔혹한 전쟁에 부숴지는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를 깨닫는 순간 여러분도 같이 부숴집니다.



(1)에 이어서 계속 한다. 추리 소설이 슬슬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 소설도 처음엔 추천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20.<흑백>, 미야베 미유키. 무엇을 숨기랴 나는 사회파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괴담을 좋아한다. 어쩔수 없이 미야베 미유키를 좋아하는데 작품 중 묻히는게 아까운 "괴담" 주인공이 아니라 이야기가 성장해간다. 추리소설 추천은 언젠가는 가능할듯.

"바로 저였습니다! 귀신이 아니었습니다! 형님을 벌해 달라고 귀신에게 빌 정도로 비뚤어진 저의 생령이 바로, 사인화 그늘에서 형님을 노려보며 형님이 사과하고 또 사과해도 용서하지 않아, 결국 형님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말았던 것입니다"


21. <13계단>, 다카노 카즈아키. 작가의 처녀작이자 현재까지 가장 뛰어난 작품. 사형수를 소재로 한 스릴러/추리 소설로 직접적으로 사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사형은 살인이 아닐까요?


22. <들불>, 오오카 쇼헤이. 2차 대전 필리핀에서 낙오된 병사가 겪는 잔혹한 이야기. 전쟁과 식량부족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당신은 검은 해를 바라볼수 있을까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8442

역자가 내 스승 중 한 분이다. 최근 포로기가 출간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3.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아름다운 마지막 구절 때문에 잊을 수가 없는 소설. 여러분 아시다시피 미시마는 금각사 정도만 읽어보면 됩니다. (망한) 성장 소설이라는 주제에 제일 알맞는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미시마는 진짜 추천하기 시릉


24. <장송>, 히라노 게이치로. 그의 작품은 장송 이후와 이전으로 나뉘는데, 사실 장송 이후로 그의 작품에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다. 장송이 그의 절창이며 그의 작품세계에 더 이상 발전이 없다고 해도 나는 그를 알게 된 것이 매우 기쁘다. 들라크루아는 친구 쇼팽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이 긴 소설의 내용은 그것 뿐이나 다름없다(사실은 아님). 우리는 거대한 회화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이 이 작품을 읽게 된다 모든 붓의 터치와 작가의 표정까지 말이다.


25. <몽테크리스토 백작>, 알렉상드르 뒤마. 뒤마에는 소뒤마랑 대뒤마랑 있는데 대뒤마는 문호랍시고 만날 대중 소설만 쳐쓰는 개노답 아저씨였으나. 작품 하나하나가 다 무협지나 다름없었습니다. 여러분 고전을 읽어도 걍 재미있는거 읽으세요. 대 뒤마의 작품들은 삼총사니 철가면이니 다 흥미진진해서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그러니까 프랑스 귀여니 였는데(아님) 글을 너무 잘 써서 그만 고전이 되고 만 케이스. 돈도 잘 벌고 존경도 얻고 아이고 이 양반. 하여간 책은 엄청 재미짐


26. <웃는 이에몬>, <엿보는 고헤이지>/교고쿠 나츠히코. 장광설로 유명한 교고쿠도 시리즈의 저자 작품. 그의 주력 시리즈보다 백귀도연대라는 에도 시대 배경의 괴담시리즈를 더 높이 평가하는데. 위의 두 작품은 그 두 작품과도 약간 거리가 있다. 미야베 미유키도 별도의 괴담 시리즈를 좋아하는 걸 보면. 그냥 내 취향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의 유명한 괴담을 소재로 해서 그만의 해석을 붙이는 위의 두 "에도기담"은 스토리의 완결성, 이야기의 아름다움 모두 뛰어난 작품이다. 원래 항성백물어의 하나로 포함이 되었어야 하는 소재를 별도의 장편으로 만들어낸 느낌? 그의 본류 소설보다 이 소설을 더 추천한다. 교고쿠 나츠히코를 좋아하기 때문에 두 작품을 한 번에 소개했다. 두 작품의 근원이 같은 곳에서 나왔기 때문이야- 라고 변명해보지만.


27.<레오파드(해리 홀레 시리즈)>, 요 네스뵈. 많은 사람이 스노우 맨을 최고작으로 꼽지만 그는 최신작일 수록 점점 글이 나아지고 있는 작가이다. 고집불통 힙스터 경찰 나으리의 좌충우돌 사건이야기라고 쓰면 사람들이 낚일까 안 낚일까.


28. <나는 야곱을 사랑하고>, 캐서린 패터슨. 내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제목 쪽이 더 마음에 든다. 요즘 번역본의 제목인 "내가 사랑한 야곱"은 아무래도 종교 소설 느낌이 나서...성경의 일화에서 주인공이 되지 못한 채 조연으로 끝난 야곱의 형 "에서"처럼.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스스로가 인생의 주인일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 같은 소설이다.


http://www.yes24.com/24/goods/3015095?scode=029



29.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하비에르 마리에스. 이 작품에 대한 소개은 링크와 제목의 유래가 된 셰익스피어의 한 구절(리처드3세) 을 인용하는 것으로 하겠다.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고 네 무딘 칼을 떨어뜨려라. 내일 전쟁터에서 내가 살아있었을 때의 모습을 생각하고, 네 녹슨 칼을 떨어뜨려라. 내일 내가 네 영혼을 무겁게 짓누르리라.” 한국에 있는 역본과 다른 이유는, 저 위의 구절이 소설에 번역되어 있는걸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이다. 영역본 리처드3세는 대사의 뉘앙스가 좀 다르다.


30.<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일본 "현대"소설의 유일무이한 존잘님 아베 코보의 걸작. 고향 3연작 등도 대단하지만 일본의 사막에 갑자기 갇혀 살기 시작한 어떤 남자의 이야기야 말로 걸작 중에 걸작. 마초에 찐따지만 어쩌랴 존잘은 존잘인 것을. 그의 실종 3부작 모두 좋아합니다.


31.<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현상들> 리브카 갈첸. 누군가를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해봤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두려워해본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중년의 의사 레오는 집에 아내가 아닌 낯선 여자가 아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발견한다. 아내와 똑같고 아내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모든 것이 아내와 똑같은 낯선 여자를 그는 견디기 힘들다. 결국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 나선다.


32.<모르는 여인의 편지>, 슈테판 츠바이크. "편지 윗 부분에 이름을 대신하는 첫 마디로 '저를 결코 알지 못하는 당신께'라고 씌어있을 뿐이었다. 그는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잠시 생각이 잠겼다. 이게 정말 내게 온 편지일까?"

"그러나 저만큼 그렇게 노예나 개처럼 맹목적으로 당신을 사랑했고, 또 영원히 사랑하는 존재는 아마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세상의 어떤 사랑도 어둠 속에서 남 몰래 누군가를 바라보는 소녀의 사랑만은 못한 것이랍니다"


33.<64>, 요코야마 히데오. 사회파 추리 소설의 명인. 무엇보다 "경찰조직"을 그려내는데 너무나 능숙해서 하나의 장르로 자신의 작품을 완성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의 역량은 비교적 최신작은 64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종신 검시관 쪽이 더 읽기 쉽고 가볍다. 사실 추천은 그 쪽.


34.<에브리맨>, 필립 로스. 현대 미국 소설 4대 천왕 필립로스의 걸작 (나머지는 코맥 매카시, 토마스 핀천, 돈 드릴로) 나이 든 남자가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라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를 대가 다운 자세로 쓰지만 솔직히 이걸 추천해도 되는지. 깔끔한 문장과 군더더기 없는 구조. "고통과 후회"를 소설을 써낸 그의 능력은 뛰어나기 짝이 없지만. 이 이야기를 읽는 것은 쉽지가 않다.

위의 4대 천왕의 공통점이 세계를 고통스럽고 잔혹한 곳으로 본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토마스 핀천(샐린저의 뒤를 잇는 은둔왕)이랑 돈 드릴로는 누군가에게 추천할만한 사람이 아예 아니니까 그나마 낫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이제 없었다. 있음에서 풀려나,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처음부터 두려워하던 바로 그 대로(188page)"


35. <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나카지마 아츠시. 사실 그의 단편집 중 적당한 것을 찾지 못해서요. 최근에 걸작선집이라는 이름의 작품도 나온걸로 아는데, 거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제자"가 실려있지 않음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944172


산월기, 명인전, 제자, 이능. 뭐하나 빠질 게 없는 나카지마 아츠시의 걸작들입니다. 지병인 천식으로 만 32세 짧은 나이에 죽었죠. (올해의 저와 같은 나이 입니다) 명인전은 당시의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이란 얘기도 있지만. 그의 가장 큰 장점은 고전 이야기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중요한 포인트를 잡애 채어서 그걸로 뛰어난 해석을 하는 점이죠. 압축된 글 하나하나는 아름답고 그 안에 실린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적의 칼날 아래에서, 시뻘건 피를 뒤집어 쓴 자로는. 마지막 힘을 모아 절규했다. [보라, 군자는, 관을 똑바로 쓰고 죽는 것이다!] 전신을 회처럼 잘게 썰려 자로는 죽었다"


아오조라 문고에서 원문을 읽고 있어서 더 이상 한국 번역본을 살것 같진 않아요.


36.<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에라 모르겠다 이런거 추천했다고 저 원망하지 마세요. "인간은 모두 피의 책이다. 펼치는 곳마다 붉다"

붉은 책과 헷깔리면 안됩니다. 붉은 책은 보통 칼 융의 저서를 뜻하죠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4673972


추천하기 귀찮아하는게 눈에 보인다.


37.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이 단편소설 집에 많은 설명이 필요 없다. 많은 미국 소설작가들이 간결하고 터프한 문체로 많은 문학적 성과를 냈지만. 그 중 어떤 작품에도 빠지지 않을 수작이다. 참고로 내가 좋아하는 "여성작가의 작품" 이다. 나는 이 소설집의 주제는 "세상에 만약 사랑이 있다면"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어본 사람은 웃을 것이고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분명 오해할 것이다. 그렇게 만만한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38. <쌀과 소금의 시대>, 킴 스탠리 로빈슨. 여러분 이런거 좋아해요? 이런 소설을 추천하는 저는 죄책감이 먼저 드네요. 일단 이거 재미없습니다. 재미없다는거 사전에 알아두시고요...일종의 대체 역사 소설인데, 드러난 설정은 서양 문명이 흑사병으로 멸망하여 동양문명이 세상을 지배하는 세상을 환생을 거듭하는 세 사람이 각 시대를 뛰어넘어 만나고 증오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랍니다. 드러나지 않은 설정은 그 세사람중 두 사람이. 바로 삼장법사와 손오공이라는거죠. 책을 잘 읽어도 진짜 그래? 라는 느낌으로 명확하게 나오진 않습니다. 솔직히 읽다보면 애가 누구지 얘는 누구지 하는 생각이 엄청...어쨌든 좋아하는 사람들은 엄청 좋아할 소설인데 저는 뭐.

보통 제목을 잘 읽고 고르면 소설은 재미있는걸 고를 수 있는데, 둠즈데이 북이랑 개는 말할 것도 없고랑 이 쌀과 소금의 시대는 대 망하고 말았다. 셋 다 재미없습니다.


39. <인간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이치.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걸작. 여러번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명작. 시놉시스는 간단하다, 일본의 호텔에서 유색인 청년 조니 헤이워드가 살해된 채로 발견되고 ...그의 죽음은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소설의 중요한 키워드는 사이조 야소의 "밀짚모자"라는 시. 결말을 읽게 되면 이해하실 수 있게 됩니다.

"母さん..어머니...僕のあの帽子、 どうしたんでせうね? 제 그 모자, 어떻게 됐을까요?"









갑자기 등이 아프다. 등을 세로로 자르면 오른 쪽의 한 가운데 높이는 어깨 뒤에서 한 뼘 정도 아래.

금요일 옆 자리의 대리가, 왜 그래요? 라고 묻길래 담에 걸린 것 같아요. 라고 대답했지만.

이게 내 오랫동안 고질병 중 하나인 등, 허리와 관련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면 불안하다.


고등학교 3학년때도 갑자기 숨을 쉴수가 없어서 새된 소리를 내며 자율학습을 마친 나를(11시에 끝났다. 근성 봐라) 

어머니가 급하게 스포츠 마사지를 하는 곳으로 데려가 교정시켜서 나은 적이 있긴 한데. 

이렇게 숨 쉬는게 아플만큼 그리고 오랫동안 아픈 적은 오랜 만이다.

아니 일본 출장을 가서 목이 아파서 1주일이 넘게 고통 받은 적도 있었다. 가정집에 근육 이완제 상비하세요 여러분.


현재 만 36시간을 돌파하고 있고. 

오른 쪽 폐로 숨쉴 때 마다 아파서 의식적으로 왼쪽 폐를 사용하고 있으며(바이오 피드백!) 

폼롤러로 마사지를 계속 하고 있다. 너무 아파서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을 잘수가 없어서 낮잠을 자면서도 몇번이나 깼다.


결국 침대에 누워서 쌔액쌔액 소리나 내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생각 밖에 없었다.

생각을 하는 건 내 건강에 좋지 않다. 하지만 생각을 하지 않는 건 나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얼마전 깨달았다.

그렇다면 생각을 해야지.끓어가는 가래가 내 오른쪽 등에 모여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열을 끓게 하고 산소에 닿은 핏줄들이 점차 검게 변하게 하는 그런 생각들.


얼마전 친구가 내 안 좋은 것들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다.

L이야 항상 내 귀찮은 점과 안 좋은 점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지만 상당히 본격적으로 내 단점에 대한 평을 들었는데


- 최근에 L이 나에게 얘기한 내 나쁜 점은 이랬다 1. 너는 약하다 2. 너는 귀찮다 3. 너는 정의롭다 4. 너는 재수없다.

- 떠올리고 보니 L을 몹시 패고 싶어졌다. 이 새끼는 왜 내 친구인 걸까.


대충 어떤 내용냐면 1. 너는 사람의 호의에 보답하는 법을 모른다 2. 너는 패시브 어그레시브하다 3. 너는 경박하다 4. 너는 드라마 퀸에 빗칭이 쩐다 5. 너는 시끄럽다. 등등 이거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일단 내가 그렇게 경박하고 한심한 인간인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저런 이야기를 듣자 무슨 얘길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나에게 실망한 사람"이라는 엄청나게 긴 항목을 가진 리스트에 한 명이 더 추가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진짜이든 거짓이든 간에 나는 뭐라고 말도 못할 정도로 피곤해져서, 그대로 벤치에 앉아 시신경의 피로 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 녹색 잔디를 보았다. 그런다고 나아질리가 없었다. 내가 피곤한 건 현대인의 병 같은게 아니었으니까.


나는 그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었지만 이야기하지 않았고 그는 더 이상 내가 솔직할수 있다는 걸 믿지도 않았다.

그것은 나의 잘못이었지만 서투르게 변명해보자. 누가, 이 자리에 선 누가 솔직함이 우리 시대의 사람들에게 미덕임을 주장 할 수 있을까. 왜곡되다 못해 본인이 왜곡되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을 어떻게 판단하고 평가 할 수 있을까. 가장 많은 상처를 입히는 것은 결국 날 것 그대로의 마음인데. 진짜 서투르네.

집어치우자. 이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아니고 해야할 이야기도 아니다.



몇년 동안 나는 내가 마음 속 깊이 사랑한 사람을 몇명 잃었다. 그들은 아무 것도 변한 것 없이 지금도 원래의 모습 그대로 살고 있으며. 나는 지금도 그들을 잃은 것을 생각하면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하지만 결국, 내가 그들을 다시 찾지 않게 된건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였다. 토할 것 같이 솔직한 그들의 말이 나에게 유효했다. 고통을 받지 않고서는 계속해서 그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을텐데 나에게 가장 큰 고통은 나를 사랑하지도 않고, 사랑한 적도 없는 그들의 솔직한 말 한 마디였다. 나를 아직 사랑한다고 믿었던 그 모든 것들은. 원래 존재한 적도 없는 것이었다.


이윽고 어린애의 투정이나 다름없는 깨달음이 나에게 내려올 게 틀림없다.

나는 잘난 척 하면서 더더욱 혼자가 되는데 몰두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 되었으면서.



금요일, 결혼을 맞은 사촌형이 축의금함을 맡아줄 수 없겠냐는 얘기를 했다.

큰 사촌형에 외할아버지의 장례식, 그리고 작은 사촌형의 결혼식까지? 결혼식을 보지도 못하는 축의금함 담당 같은건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럴바엔 그냥 회사 출근 할 테니, 나는 결혼식 안가는 걸로 하자. 라고 말했다. 형은 화를 냈다.

이걸로 일년에 한 두번은 얼굴을 봤었던 사촌형을 다시는 못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의 단점을 이야기해줬던 친구에 대해, 한 때 나는 그가 나를 어떻게 평가 할지 걱정한적이 있었다. 

나는 그가 나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해주길 바랐다. 이제 나는 그걸 걱정하지 않는다.


모두가 서로에게 솔직한 마음을 얘기한다면, 세상에 가득찬 무의미한 고통과 방향 잃은 사랑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더더욱 외롭고 별볼일 없는 장소가 될 것이다. 



Dominique Saunders 의 the true story based on 앨범을 듣는다. 15년 5월 24일의 일이다.




하기의 추천 리스트는, 트위터에서 해시태그로 진행한 관글당 좋아하는 소설 추천하기를 정리한 글이다.

몇개 안되는 관글이 찍힐 것으로 생각하고 건방진 기준을 세워서 진행하다 보니 나중에는 약간 억지로 짜낸 감이 없지 않다.


<<추천의 원칙>>

1. 한 명의 작가 당 하나의 작품을 추천

2. 성장 소설 위주로 추천

3. 누구나 아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4. 나 혼자 좋아할만한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결국 성장소설 위주로 추천하는 것은 그만 두었고. 트위터에 정리한 내용을 블로그로 옮기면서 글을 수정하고

또 어울리지 않는 추천 소설 목록은 정리할 예정이다. 15년 5월 23일 현재 카운트는 64개 였으며. 더 이상 추천을 진행할지는 의문이다. 트위터의 원문과 내가 블로그에 옮겨적으면서 추가로 적은 것을 굳이 따로 표기하진 않을 생각이다.


1. <한밤 중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마크 해던

그 누구에게라도 추천할 수 있는 완벽한 이야기. 저 모든 소년 탐험 소설의 패러디이자 위대한 성장 소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20931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소설이기 때문에, 통산 다섯 권 정도 주변 사람에게 선물 한 것 같다. 호주에 간 친구, 일본에 간 후배, 생일을 맞은 친구...응 뭐 별로 중요하진 않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소년에 대한 이야기지만, 나 자신 안에 갇혀서 살아야 하는 우리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2. <짐 크노프 시리즈>, 미하엘 엔데. 미하엘 엔데의 최고 소설은 끝없는 이야기나 모모가 아니라 짐 크노프라고 생각합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74588


실은 짐 크노프 시리즈는 기관차 대여행 1과 2의 두권짜리 이야기이며 1권과 2권의 내용이 이어지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두권짜리 책이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쪽은 2권 쪽입니다. 어린 시절에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 아닌가요?


3. <크라바트>, 오토프리트 프라이슬러. 왕도둑 호첸플로츠의 작가의 숨겨진 명작. 이교도, 마법, 악마, 살인, 성장이 있는데 이걸 동화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내 소년시절 둘째가는 마법사 크라바트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74711


이 이야기를 정말 좋아해서 대학교때 이 이야기를 재 구성한 적도 있습니다. 머릿속에 구상이 그대로 남아서 시간 날 때 마다 조금씩 만들어보곤 하고 있어요.


4.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샤프란 포어. 저 아까부터 성장 소설만 추천하고 있는데 어떻게 된거죠? 작별에 대한 길고 긴 서툴기 짝이 없는 "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510003



5. <다잉 인사이드>, 로버트 실버버그.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면 자신의 "늙어감"을 깨달아가는 남자들에게가 좋겠다. 소년의 성장이 아니라 영원히 소년이려던 남자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982596


6. <맛집 폭격> 배명훈. 타워만 못하다고 사람들이 욕하는 책(중의 하나). 나는 이 책이 1975년 생 부터 1985년에 태어난 남자들을 핀포인트로 폭격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영원 할 줄 알았던 것들이 사라지는 감각을 이해해야한다.


트위터 에선 배명훈 작가님이 멘션을 달아주셨다. 저는 기본적으로 배명훈 작가님의 책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남에게 추천을 하면 안되는게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추천 할 수 있는 <타워>는 훌륭한 책이지만 다른 작품들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진지하게 리뷰할 생각이에요.(라고 4년 전부터 작가님에게 얘기했었지)


7. <비밀일기(아드리안 몰 시리즈)>,스우 타운센드. 힙스터 워너비의 감수성 과잉 아버지 공인의 "쓸모없는 애새끼" 소년 아드리안 몰의 이야기. 그냥 더럽게 웃기다. 작품 내내 웃기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800804


8. <비호외전>, 김용. 사실 김용 월드 중 위소보 빼고 제일 약하고 쪼잔한 걸로 보이는 "비호"의 성장 소설. 설산비호의 뛰어난 완성도에 비하면 부족한 감이 있으나. 찌질이 소년이 "협객"이 되어가는 모습은 신조대협 양과의 그것에 비견된다. 사실 김용 소설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게 신조협려입니다. 성장 소설을 추천하겠어, 라는 이상한 생각으로 비호위전을 추천하긴 했지만 솔직히 김용 소설 중에서 재미없는게 있기나 한가요. 참고로 제일 안 좋아하는 작품은 천룡팔부입니다.


9.<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성장 소설 중에 읽을만한게 뭐가 있더라 하고 생각하다가 무릎을 치며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성장 소설 중의 성장 소설 바로 "역변소설" 님들아 주인공 역변함. 이게 이 책 스포입니다.


10. <모두다 예쁜 말들>, 코맥 매카시. 서부+소년. 그의 모든 소설이 그렇듯 잔혹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그린다. 나비의 날개를 찢는 잔혹함이 아니라 총으로 다리가 부러진 말의 머리를 쏘는 잔혹함이다. 하지만 추천하고 나서 후회하는게 아무래도 <더 로드> 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쪽이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훨씬 짧기도 하고.


11.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저 젤라즈니. 모든 사람들이 로저 젤라즈니를 추천하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이걸 추천하는데 나도 다른 작품을 추천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줄 자신이 없어서 이걸 추천했습니다. 솔직히 앰버 연대기도 쓸데없이 길고 장황해서 좋아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고민입니다. 엄청 많이 쓴 작가인데 작품에 편차가 있어요. 그림자 잭 이런것도 간지는 나는데....

트위터에서는 뜬금없이 스틸볼러닝을 추천했었다. 왜 그랬지? 여기까지 추천할 땐 추리 소설이랑 SF소설은 추천안해도 되겠지 하고 버티는 분위기였죠.


12. <미스틱 리버>, 데니스 르헤인. 이 작품은 "사람은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갈수 있은가?"라는 주제로 그에 대답은 "아니오. 그리고 네"이다.


13. <샌드맨(시리즈)>, 닐 게이먼. 버티고의 그래픽 노블. 고독하고 퉁명스러운 꿈의 신이 다른 존재와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이야기. 자신의 옛 연인과 대면하고 아들과 대면하고 자신의 어리석음과 오만함에 비틀려진 수많은 것들을 고치려 하지만...추천하고 나서 후회했다. 왜 그래픽 노블을 추천했지? 닐 게이먼의 소설들은 너무 난잡한 구석이 있어서 좋아하진 않지만 "신들의 전쟁"같은 것은 쇠락해 가는 신들의 이야기라서 좋아합니다. 흥미가 있으신 분은 찾아보세요.


14. <꿈의 궁전>, 이스마일 카다레. 현대의 카프카라 불리우는 작가 카다레. 제국의 모든 꿈을 관장하는 부서에 들어가게 된 남자는 꿈처럼 비합리적이고 난폭한 제국의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한 부분이 되고... 카다레의 모든 작품이 그렇듯 우화에 가깝다.


15.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남자는 마드리드의 광장 한 구석에서 자신의 죽은 어머니를 본다. 왜 하필 마드리드에 계시죠?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고 아들과 그날 오후를 함께 보낸다. 이 이야기의 해석은 텍스트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16.<돈 까밀로와 빼뽀네(시리즈)>, 죠반니노 과레스키. 옛날 옛날은 아니고 20세기 이탈리아 어딘가 뽀강 유역에 천사장사 신부님과 천하장사 공산당. 그리고 예수님 한 분이 살고 계셨습니다. 종교적이지도 않고 정치적이지도 않은 종교와 정치의 이야기. 트위터에선 이렇게 간단히 적었지만 맙소사 여러분 꼭 보세요.


17. <개의 힘>, 돈 윈슬로. 흔하디 흔한 마약 카르텔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는 없을 방식으로 얘기하는 소설.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의 목소리를 가지고 살고 또 죽어간다. 우리가 명심해야할 것은 저 모든 교훈을 우리가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하는 것.


18. <침묵>, 엔도 슈사쿠. 그 당시 세계의 끝이었던 일본으로 선교를 떠났던 포르투갈 수도사들의 이야기. 작가는 일본의 대표적인 기독작가로 불리우지만 그는 신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약한 인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19. <게 걸음으로 가다>, 귄터 그라스. 문학자라기 보다 양심이었고. 생존해있던 어떤 노벨상 문학상 수상자 중 가장 많은 활동을 한 작가. 어제부터 성장 소설 얘기를 하려던건 그의 "양철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거였을까. 고인의 명복을 빈다. 


2차 대전 종전 후 러시아에서 독일로 돌아가던 빌헬름 구스틀로프호가 러시아의 어뢰에 침몰하여 7천여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담담한 서술. 얼마 전까지 절판되었으나 최근 재 발간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였습니다 짜잔.


일의 개요는 이러하다.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미국으로 연수를 가신 주치의 선생님 대신 다른 교수님께서 나를 봐주셨는데 몇가지 건강 수치가 굉장히 나빠져서 두달 후에(보통은 세달, 길면 거의 반년) 찾아오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나는 굉장히 우울해졌는데. 올해 들어서 내게 일어났던 몇가지 일 때문에 계속 몸이 나빠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살짝 중2병에 걸린 기분으로 내 정신이 몸을 거부하는건가. 하는 대사를 실제로 입에 내뱉기 까지 했었다. 

(사촌형 앞이라서 다행이었다. 맙소사)


그러나 불행중 다행인지. 오랜만에 오늘 체중을 재어보고 나서 원인을 알아버렸다.

응 불행 중 다행이지. 작년 건강검진에 비해서 9키로그램이 늘었다.

뭐라고, 응 뭐라고? 내가 잘못 본거겠지.

응...

그래 응 9킬로오오오오 그래에에에엠???????

9!!!!킬로그램!!!!!! 으아!!! 으아!!!으아아아아아!!!!!!!

19.84파운드!!!! 2399.99돈!!!!!! 으아 으아 으아아아아아!!!!!!!!


여러분 9킬로그램이 어떤 무게인지 아십니까? 

방금 진정하기 위해서 9킬로그램을 구글에 검색해보니 같은 중량의 가스 보틀 사진이 나왔고요.

자전거랑, 9킬로그램을 세탁할 수 있는 세탁기가 나왔어요. 아하, 내 살을 세탁할 셈인가.

9킬로그램 짜리 물고기를 잡은 어부 사진도 나오는데 맙소사 내 살이 저렇게 두 손으로 들어야 될 정도구나......

여러분 뒤룩뒤룩 이라는 소리 듣고 싶으면 저 걸어다닐때 옆에서 귀 기울이시면 됩니다.

뭐라고 귀 안 기울여도 들린다고. 그래 맞다 자네 말이 맞다!!!!!!!!으아아아아!!!!!


이런걸 그냥 살이 쪄서 그런걸. 어째서지 계속 몸이 안 좋아지네 왜 그런걸까.

이렇게 고민했던 내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여러분 잠시만 기다리세요 저 우리집 테이블에 명치 좀 쎄게 부딪히고 올랑께!!!

내가 나 자신을 심하게 패고 싶다!!!! 죽어라 나!!!!!


- 테이블에 명치를 부딪히면 심하게 아프다는 걸 알았음 -


어쩔 수 없이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사실 살이 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디 라인에 변화가 없는거 아냐? 하는 말도 안되는 핑계로 조금 찐거겠지 하고 있었는데.

그래 내가 바디 라인의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 할수 있었으면 병아리 감별사가 되었겠지 별볼일 없는 영업사원하고 있겠냐....

나빠지는 건강 때문에 안 그래도 운동량을 늘리고 있었기 때문에 원래 내가 처방받은 것처럼 1주일에 2400칼로리 정도 운동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9킬로그램을 찌고도 정상적인 인간의 삶을 살려고 하다니 하하 건방지구나 나!


대신 예상에 없던 다이어트가 스케쥴에 등장했기 때문에 인내심 게이지가 쉽게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1. 돈도 아끼고 2. 글도 쓰고 3. 장래도 생각하고 4. 트위터는 안하며 5. 살도 뺀다. 맙소사 무리야.

아무래도 트위터 부터 다시 할 것 같은 암울한 예감이 든다.

입으로 뒤룩 뒤룩 소리 내면서 트위터.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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